커버스토리 제 1245호 (2019년 10월 09일)

“아래에서부터 온 위기…자동차 산업, 이대로 가면 다 무너진다”

[커버스토리=자동차 부품업계 미래 찾기]
-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속거래, 압축성장에 기여했지만 이제는 한계”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산업연구원(KIET)은 2009년부터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현황을 연구해 왔다. 지난 10년 동안 5대 업종의 대기업과 협력 업체 간 전속 거래를 연구한 이항구 KIET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에서 전속 거래를 하는 곳은 12개 업종, 28개 대기업집단”이라며 “그중에서도 전속 거래가 심한 자동차·전자·철강·조선·기계를 지난 10년여간 지속적으로 추적해 왔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2013년 처음으로 자동차 부품 산업의 위기를 경고했다. 지금의 상황은 “예고된 위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지금은 과거의 잘못을 따지기보다 현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해 새로운 미래를 여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현재 자동차 부품 산업은 어떤가요.
“자동차 부품업계를 크게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비계열사로 나눠 보고 있습니다. 비계열사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구분하고 있죠. 자산총액 120억원 이상의 외감기업들이 대상인데 굉장히 좋지 않습니다. 비계열 중소기업 200여 개 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0%에 불과합니다. 비계열 대기업까지 합치면 2.0%입니다. 계열사는 4.27%로 조금 낫지만 이마저도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추세입니다. 한마디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언제부터 이런 위기가 감지됐습니까.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투자 여력이 없고 임금도 못 올리는 문제가 2013년부터 고착화됐습니다. 그러다가 2015년에 정점을 찍었죠. 현대차를 보면 2011년 영업이익률이 11%로 가장 높았습니다. 양산 업체로서는 나올 수 없는 수치였죠. 금융 위기의 반사이익으로 가능했습니다. 그때 현대차가 내연기관차의 양적 성장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전략적으로 실수한 것으로 봅니다. 물량 면에서는 2014년 800만 대를 넘어서면서 최고를 찍었죠. 결과적으로 또 한 번의 실수는 그해 땅을 산 겁니다. 이미 그때 협력 업체들 상당수가 무너져 있었고 국제적으로 혁신 역량을 비교하더라도 우리가 열위에 있었습니다. 총노동생산성을 따져보면 그나마 타 업종에 비해 낫던 자동차 쪽에서 핵심 역량이 점차 떨어졌고 현대차뿐만 아니라 외국계 완성차 업체들도 봐야하는데 회복세가 잘 안 보이죠. 한국GM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잠깐 괜찮았는데 최근 큰 문제가 생겼어요. 르노삼성도 2년 전까지는 괜찮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생겼고 쌍용차는 계속 지지부진했죠. 자동차 부품 산업은 지역에 집적화돼 있어 결과적으로 지역 경제도 어려워집니다. 군산이 직격탄을 맞았고 최근 부산·울산·경남 쪽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죠. 창원·김해·양산 등이 해당 지역입니다.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작년 연말 정부가 부품 활력 대책을 이야기하면서 첫째, 부품 산업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둘째, 완성차 업체가 도와줘야 한다. 또 책임도 있다. 셋째, 미래차로 가야 한다는 확고한 방향을 잡았는데 그중에는 된 것도 있고 지지부진한 것도 있습니다. 그러다 일본이 수출 규제 움직임을 보이면서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나게 된 거죠.”

자동차 부품을 일본에서 얼마나 수입합니까.
“그것은 전체 공급망을 알아야 하는데 현대차도 전체를 꿰고 있지 못합니다. 교역 통계로 분석하기도 하는데 기계 중심으로 돼 있고 30%를 차지하는 전장 부품이 빠져 있습니다. 교역 통계는 한계가 있죠. 2만 개가 넘는 부품 업체, 최소한 통계청에 등록된 4300개 협력 업체들을 전수조사해야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복잡한 곳이 자동차 부품 산업입니다. 부품 산업 연구가 거의 안 돼 있어요. 대기업 연구만 했지 협력 업체 연구는 잘 안 했습니다. 수급 구조만 보고 기업 간 거래 문제는 거의 건들이지 않았습니다. ‘용비어천가’만 쓴 거죠. 연구가 안 돼 있으니 일본에 대한 대응 전략을 짜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공급망에서는 신뢰(trust)가 가장 중요합니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만들어진 이후 그 누구도 지금 일본과 같이 행동한 국가가 한 곳도 없어요. 장기적으로 보세요. 동남아가 일본에서 등을 돌릴 겁니다. 공급망 매니지먼트에서는 신뢰가 최고라는 것은 모든 연구를 통해 얻은 교훈입니다. 결과적으로 일본에 대한 신뢰가 크게 낮아질 것이고 역으로 그럴 때 우리가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도 있어요.” 

지금의 위기를 희망적으로 볼 수도 있다는 건가요.
“지금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요. 반도체에서도 삼성전자가 비메모리를 선언했고 자동차도 이제 내연기관이 아닙니다. 전기차와 자율차로 가는 거죠. 물론 그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이제 현대차도 가겠다고 했어요. 단기적으로는 어려울 수 있지만 우리는 전기차 배터리를 갖고 있죠.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미래차 부품도 국산화하면 됩니다. 일시적으로 피해는 볼 수 있지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독특한 거래 구조는 한국만의 특수한 형태입니까.
“일본에서 배운 거죠. 모든 제조업이 그렇습니다. 일본에서 시스템을 들여오면서 기업 간 거래 구조도 들여왔어요. 과거에는 대부분 수직 통합적으로 운영했습니다. 포드는 타이어를 만들기 위해 고무 농장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모두 하기 어려워 분업화하기 시작했고 국제 분업까지 간 거죠. 미국도 그렇고요. 자동차 산업을 육성한 나라는 제조업이 균형 있게 발전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주로 G5였어요. 미국이나 영국의 제조 기반이 무너졌지만 과거 대단한 제조 기반이 있던 곳들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융 위기 이후 제조업을 다시 강조하고 있죠. 작년에 미국 정부가 미국에 들어온 모든 완성차 업체들에 공급망을 제출하도록 했어요. 미국이 포맷을 만들어 채워 넣게끔 했는데 그 포맷을 보면 상당히 연구를 많이 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 간 거래 구조의 장단점은 무엇입니까.
“전체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는 완성차 업체 5개, 협력사 수천 개로 구성돼 있습니다. 작년 공정거래법이 바뀌면서 과거 100%였던 전속 거래가 50% 이상으로 비율이 낮아졌어요. 현대차 전속 거래 업체가 1~2차를 합쳐 400여 개 정도 됩니다. 한국GM이 200여 개, 르노삼성이 100여 개 있습니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현대차 쏠림 현상이 나타나요. 2007년 대비 2014년 현대차는 400만 대에서 800만 대로 두 배 성장합니다. 반면 외국계는 부진해졌죠. 기존 업체들에서 소싱이 어려워지면서 다른 완성차 업체 아래에 있던 부품 업체들이 움직였어요. 현대차는 협상력이 더 좋아진 셈이죠. 그래서 금융 위기 이후 전속 거래의 폐해가 더 심해졌습니다. 그전에는 정부가 간섭할 정도로 심하진 않았어요. 그저 관행이었죠. 그런데 그 후 불공정 거래가 많이 드러나게 된 겁니다. 산업 성장기에는 전속 거래가 가장 효율적입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서죠. 장단점이 있는데 단점이 커 정부도 개선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어요. 그 사이 이제 스스로가 무너지게 된 겁니다. 전속 거래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국내 12개 업종, 28개 대기업집단이 하고 있는데 특히 자동차·전자·철강·조선·기계 등 5대 업종이 전속 거래가 심한 업종입니다. 지난 10년여간 이곳들을 들여다보면서 “첫째로 조선이 무너진다. 둘째는 철강이다. 기계는 조금 버틸 것”이라고 말했어요. 자동차와 전자는 그동안 총유동생산성이 괜찮아 버텼는데 2014년 이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죠. 결과적으로 자동차가 먼저 터졌고 전자가 끝까지 버티는데 연구·개발(R&D) 국제 비교를 해보면 국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요. 한국은 제조업 전반에서 산업혁명을 겪은 적이 없어요. 2차 산업혁명 이후 산업화됐기 때문에 스스로 산업혁명을 겪은 나라가 아닙니다. 지금 이렇게 처음으로 산업 전반적으로 큰 변화에 맞닥뜨리고 있는 겁니다. 외환위기는 우리 스스로가 무너진 것이고 금융 위기는 거꾸로 밖이 무너졌는데 우리가 말짱한 것이었죠. 그래서 금융 위기 이후 확 컸는데 그때 일부 전자에서 질적 성장으로 돌아서고 자동차나 나머지 업종은 양적 성장을 지속했어요. 그런데 그 이후 모든 경쟁국들이 질적 성장으로 가면서 다시 제조업 기반 강화에 나선 것을 우리가 간과한 겁니다.”

지금 나타나는 전속 거래의 폐해는 심각한가요.
“정부가 1975년 중소기업 계열화 촉진법을 만들면서 전속 거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중화학공업으로 진화하면서 많은 투자가 필요했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수직 통합적 거래 구조를 형성했습니다. 자동차의 경우 A부품은 누구누구, B부품은 누구누구 이런 식으로 끊어 줬어요. 국내 대기업과 협력업체들이 모방과 빠른 추격자 전략을 통해 1980년대 이후 압축 성장을 달성하는데 기여했고 동반 성장했어요. 그러다가 점점 조립 업체들이 재벌화되고 협력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안 되면서 파워가 달라지고 불공정 거래가 생기기 시작한 겁니다. 자동차가 더 문제가 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사실상 독점 체제가 만들어지면서입니다. 연구해 보면 불공정 거래가 가장 큰 분야는 자동차, 둘째는 철강입니다. 셋째가 전자입니다. 그때부터 ‘전속 거래를 빨리 개선해야 한다’. ‘이러다가 아래가 다 무너질 것’이라고 했는데 우리가 양적 성장을 하는 동안 아래를 못 본 겁니다.”

테슬라 이후 전기차 열풍이 불면서 이미 그때 내연기관 부품 업체들의 갈 곳이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왔습니다. 사실상 예고된 위기가 아니었나요.
“기업 간 거래 구조를 연구해 오면서 부품 기업들이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고 부채비율은 올라가고 유동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보게 됐습니다. 2013년부터 위기에 대해 경고했고 그래서 예정된 위기라고 해요. 2011년 현대차가 11%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때 이미 협력 업체와 상당한 격차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미래차의 패러다임 변화와 맞닥뜨리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죠. 현대차 의뢰로 전 세계의 R&D 현황을 조사한 게 2013년입니다. 그러다 소급해 봤어요. 그때 깜짝 놀란 게 우리가 꽤 많이 하는 줄 알았는데 독일·미국·일본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거예요. 모든 재무제표를 분석해 2007년 이후 R&D를 연구해 봤습니다. 자동차와 전자는 대기업이 90%를 합니다. 부품 업체들이 R&D를 하지 않고 또 할 여력도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 어떻게 미래차에 대응할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협력 업체 중에서도 특히 어느 곳이 더 심각합니까.
“GM은 위가 무너져 모두 무너졌다고 봅니다. GM이 파산해 미국 자동차 산업이 무너진 거죠. 그나마 살아남은 곳들이 있었는데 그것은 전속 거래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우리는 아래에서부터 서서히 무너져요. 아래에서부터 무너져 위가 다 무너질 수 있어요. 만약 아웃 소싱해 중국에서 가져온다고 하면 이게 독이 될 수도 있어요. 일본도 그렇죠. 자동차 산업은 공급망이 중요합니다. 공급망의 안정화와 신뢰성이 핵심이죠. 불공정 거래가 생기면 신뢰성이 무너집니다. 서로 속고 속이거든요. 협력 업체들이 다 완성차 업체만 탓하는 것은 아닙니다. 1차가 2차에게 더 심하게 대하기도 해요. 이미 얘기가 나온 것들이 박스 바꿔치기나 라벨 바꿔치기 같은 문제잖아요. 1차는 무임승차해 이익만 얻는 거예요. 그렇게 보면 이 사태가 나기 전에 우리 자동차 부품 산업의 퀄리티가 떨어졌어요. 기술력이 떨어졌습니다. 2~3년 전부터 부품 업체들이 각자도생을 모색하고 있거든요.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큰 업체들이 해외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나가 보면 기술력·품질·원가 경쟁력에서 갈 곳이 없다고 말합니다.”

완성차 업체들도 이제 미래차 경쟁력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합니다. 뒤늦은 걸까요.
“전속 거래로 묶여 있는 동안 위에서 움직이는 대로 움직이는 관성이 생겼습니다. 약간 벗어나 독자적인 경쟁력 개발에 나선 곳들도 있습니다. 한 업체는 전기차 부품을 개발했는데 지금 거의 독점하고 있죠. 그런 곳도 있습니다. 완성차 업체가 기술 개발을 주도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제 디젤차 개발을 안 하잖아요. 내연기관차가 확 줄잖아요.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품 업체들은 퇴출되거나 혹은 빨리 사업 전환에 나서야 합니다. 돈이 있어야 하고 그 무엇보다 사람이 필요하죠. 둘 다 없는 게 문제입니다.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지 않았어요. 부품 업체 중에는 계열사 8개를 가진 곳도 있습니다. 매출이 5조~6조원입니다. 그러면 지금 필요한 게 뭘까요. 다 어려워졌으니 과거는 묻지 말고 미래를 보려면 현상 진단을 정확히 해야 합니다. 누구 탓을 하자는 게 아닙니다. 업계의 구조 개편은 불가피합니다. R&D 지원을 하되 성장이 가능한 쪽으로 차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금 자동차 산업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업’이 바뀌고 있습니다. 또 협력과 경쟁의 ‘장’이 바뀌고 있습니다. 업과 장이 달라지는 환경에서 기계 부품뿐만 아니라 전기전자를 비롯하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과의 협력의 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부가 다시 나서야 합니다. 단, 이번에는 아래에서부터 보텀업(bottom-up)입니다.”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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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5호(2019.10.07 ~ 2019.10.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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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10-0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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