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수소택시에서 발전소·드론까지 '수소경제'가 달린다]
- 수소 연료로 청정 전기와 열 생산…효율 높고 설치 면적 작아 친환경 분산 전원에 최적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서울 마포구 상암동 노을공원에는 노을그린에너지가 들어서 있다. 이곳은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수소 발전소다. ‘발전소=변두리’라는 통념과 달리 서울 도심 속에 자리한 에너지 발전소라는 점에서 연료전지 발전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386MW’ 설비 용량 세계 1위…앞서가는 ‘수소 발전소’
수소는 차세대 에너지 발전원으로도 각광 받는다.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별도의 연소 과정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료전지는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와 ‘열’을 생산한다. 이와 같은 연료전지 발전설비를 대량으로 갖추고 전력을 생산하면 수소 발전소(연료전지 발전소)가 된다.
소음 적고 공해 물질 배출 없는 발전소
국내 연료전지 발전설비는 정부의 전력 수급 정책에 따라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 개발·보급 확대의 일환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2012년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정책이 시행되면서 본격적으로 설치됐고 2013년 국내 최대 연료전지 발전소인 경기그린에너지(58.8MW)가 가동돼 연간 68MW 설치 실적을 올렸다.
2019년 6월 기준 전국 44곳에서 총 386MW가 가동 중으로, 발전설비 규모 면에서는 세계 최대 수준을 자랑한다. 연료전지의 종류 중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 방식을 사용하는 포스코에너지(201MW), 인산형(PAFC) 방식의 두산퓨얼셀(177MW), 고체산화물(SOFC) 방식을 쓰는 블룸에너지(8MW)의 발전설비가 쓰이고 있다.
서울 도심에 구축된 연료전지 발전소 중 최대 규모인 노을그린에너지는 2016년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설립된 곳이다. 폐기물 처리 시설 유휴 부지를 활용해 친환경 연료전지 발전 시설을 운영하는 취지에서 과거 쓰레기매립장 위에 자리 잡았다. 약 6697㎡(2026평) 입지에 연료전지 8기 설비 용량은 기당 2.5WM씩 모두 20WM 수준이다. 총사업비 1219억원이 투입됐다.
노을연료전지 발전 사업은 민·관 합작의 좋은 사례로 꼽힌다. 서울시가 부지·행정 지원을 맡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서 사업 주관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정서(REC) 구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열과 REC 구매를 담당하고 있다. 서울도시가스가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을, 포스코에너지가 REC 구매와 발전 시설 시공, 장기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조경석 노을그린에너지 대표는 “노을연료전지는 연료전지의 장점이 집약돼 있는 발전설비”라며 “서울의 중심지인 마포구에 설치돼 친환경 전력을 생산함으로써 서울시의 에너지 자립도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을연료전지에서 생산하는 전력량은 연간 약 1억6000만 kWh로, 이는 마포구에서 사용하는 주택용 전기의 약 28%에 해당한다. 가구 수로는 약 4만5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다. 또한 전력 생산 외에도 연간 약 900억 Kcal의 청정열도 생산된다. 이를 통해 인근 지역 약 1만2000가구에 난방열을 제공하고 있다.
연료전지 발전소의 최대 장점은 높은 효율과 이용률로 꼽힌다. 에너지 변환 과정이 간소화돼 에너지 손실이 적기 때문에 높은 효율(47±2%, 열 포함 80%)과 이용률(92%)을 가진다. 노을그린에너지는 약 98% 이용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루 24시간 중 98%가 발전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전기가 필요한 부근에 설치하기가 쉬워 분산 전원에 적합하다. 신재생에너지 중에서도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대비 설치 소요 면적이 상대적으로 작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030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따라 연료전지 발전소는 태양광·풍력발전과 함께 각광 받고 있다. 화력발전소는 석탄·석유·천연가스 등의 연료를 보일러로 연소하고 이때 발생하는 스팀을 이용해 터빈을 돌리고 발전기를 연계해 전기를 생산한다. 반면 연료전지 발전소는 수소와 산소를 전기화학적으로 반응시켜 그 반응 에너지를 전기와 열로 변환하는 과정으로 소음과 대기오염이 발생하지 않는다. 부산물로는 물만 배출한다.
노을그린에너지는 주거지 인근에 자리한 만큼 투명 방음벽을 통해 소음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연료전지 가동 시 발생하는 수증기가 오염물질 배출로 오인될 수 있는 만큼 별도의 수증기 저감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한 발전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다양한 지역 활동을 통해 인구가 밀집된 도심 속에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상시 발전 가능한 것이 장점
연료전지는 특히 태양광·풍력보다 발전 소요 면적이 작고 발전량 통제가 가능해 REC 확보가 안정적이다. RPS 의무 이행 수단으로 선호도가 높아 특히 한수원·한국전력 발전 자회사들을 중심으로 신규 연료전지 사업 추진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한수원은 경기그린에너지와 노을그린에너지 이외에 부산그린에너지(30.8MW) 사업을 추진했고 동서발전은 부생 가스 방식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대산그린에너지(50MW)를 현재 시운전 중이다.
한국남동발전은 지난 4월 17일 유향열 한국남동발전 사장, 김병욱 국회의원 등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발전소 내 행사장에서 연료전지 4·6단계 준공 행사를 가졌다.
한국남동발전은 국내 발전회사 최초로 연료전지 발전설비를 2006년 분당발전본부에 설치했고 2016년 세계 최초로 복층형 연료전지 건설, 2018년 국내최초 SOFC 형식을 도입하는 등 과감한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분당발전본부는 2006년 연료전지 1단계(300kW)를 시작으로 2013년 2단계(3.08MW), 2014년 안산 연료전지(2.64MW), 2016년 3단계(5.72MW), 2018년 5단계(5.72MW)를 운영 중이고 이번 4·6단계 준공으로 총 42.53MW의 연료전지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준공된 연료전지 4단계는 삼천리ES와 두산퓨얼셀이 합작해 국내에서 제작한 16.72MW의 PAFC 형식이고 6단계는 SK건설과 블룸에너지 재팬의 컨소시엄으로 국내 최초로 도입된 SOFC 형식의 연료전지로 설비 용량은 8.35MW다.
한국남동발전은 이를 통해 정부의 재생에너지 강화 방안에 맞춰 수소 경제 활성화를 돕고 현재 한국과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연료전지 6단계 사업을 모두 완료하면서 분당발전본부에 운영 중인 35MW의 발전용 연료전지 용량을 2030년까지 10배 늘어난 350MW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향열 한국남동발전 사장은 “이번 연료전지 4·6단계 준공을 계기로 한국남동발전이 도심형 신재생 연료전지 발전을 선도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한국남동발전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3020정책과 재생에너지 강화 방안에 부응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2030년까지 발전 비율의 25%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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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6호(2019.10.14 ~ 2019.10.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