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는 일본 내 통신업을 영위하다 1996년 미국 야후와 공동 출자로 야후 재팬을 설립했다. 2013년 미국 4위 이동통신사 스프린트를 220억 달러(약 26조원)라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사들였다. 2016년 영국 반도체 설계 업체 암(ARM)을 일본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액인 234억 파운드(약 35조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일본 최대 온라인 의류 쇼핑몰 업체 조조(ZOZO)를 야후 재팬 자회사로 인수했다. 소프트뱅크가 일본 기업 가운데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배경 가운데 하나로 이 같은 대규모 M&A 성공이 꼽힌다.
M&A를 통한 규모 확장과 펀드를 통한 투자금 회수로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2018년 4월~2019년 3월)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2조 엔(약 21조7000억원)을 돌파한 2조3539억 엔(약 25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80.5% 증가한 액수다.
소프트뱅크는 영업이익 증가 요인이 ‘비전펀드’의 투자 이익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비전펀드를 통한 글로벌 투자 이익 등이 총 1조2500억 엔(약 13조6000억원)에 달했다. 소프트뱅크는 2017년 5월 중동 국부펀드·애플·퀄컴 등과 함께 비전펀드를 출범시켰고 세계의 유망한 IT 기업 80여 곳에 투자한 상황이다.
◆비전펀드 2호는 AI 집중
승승장구할 것 같던 비전펀드에 올 들어 먹구름이 드리웠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의 가치가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거액을 투자한 위워크가 상장에 실패했고 지난 8월 기업공개(IPO) 관련 서류를 공개하면서 회사의 수익성과 기업 가치의 적정성에 대해 논란이 불거졌다. 비전펀드는 여러 차례 투자를 이어 가며 위워크의 기업 가치를 올 초 470억 달러(약 56조1321억원) 수준으로 올렸다.
하지만 막상 상장을 앞두고 실시된 증권사들의 기업 가치 평가에서 150억 달러(약 17조9160억원)에도 못 미칠 것이란 결과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비전펀드의 상황을 두고 ‘제2의 IT 버블 붕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위워크는 상장을 포기했고 애덤 노이만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우버도 최근 주춤하고 있다. 우버는 올 2분기 52억 달러(약 6조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디디추싱도 수익성 악화로 기업 가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 보이고 슬랙 역시 기업 가치가 하락했다.
하지만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닛케이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위워크와 우버가 현재 비판받고 있지만 10년 안에 실질적으로 수익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올여름 비전펀드 2호 설립 준비에 들어갔다. 비전펀드 2호 규모는 1호보다 83억 달러(약 9조8000억원) 이상 늘어난 1080억 달러(약 127조4000억원)다. 소프트뱅크의 자금 수혈을 받을 주인공은 세계 각국 인공지능(AI) 혁신 기업이다. 손 회장은 지난 7월 방한 당시에도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강조했다.
CNBC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첫 비전펀드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좋지 않은 만큼 비전펀드 2호의 전략을 바꿨다. 보도에 따르면 비전펀드 2호는 투자 속도를 늦추는 대신 수익성과 IPO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는 기업들에 집중할 예정이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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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7호(2019.10.21 ~ 2019.10.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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