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IT 100위 기업 한중일 비교, 동북아 미래경제 승자는 : 한중일 IT 거인]-돼지 먹이 구하던 재일교포가 세계 최고 기업인으로...한국 따라한 메신저가 11억 유저 모아
이재용 ‘초격차’ 손정의 ‘비전펀드’…사활 건 미래 경쟁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기술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다. 21세기 세상을 바꾼 혁신은 정보기술(IT)로부터 시작됐다. 기술을 가진 기업은 사람들의 일상을 변화시켰고 더 진화된 세상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리고 그 기업의 중심에는 기업가가 있다. 이들은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혁신에 도전하며 새로운 생태계를 열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제패한 한국·중국·일본의 IT 거인들을 소개한다.

◆삼성 이재용 “진짜 실력은 지금부터”


국내에서는 적수가 없고 세계에서는 일류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한국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이야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불황, 미·중 무역 분쟁, 일본 수출 규제 등으로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부회장은 전 세계를 돌며 직접 리스크를 관리하는 한편 미래 성장 동력 마련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삼성전자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지난 50년간 지속적인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고 강조했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초격차’ 기술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는 작년 8월 인공지능(AI)·5G·전장용 반도체 등을 미래 성장 사업으로 선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3년간 총 180조원을 신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어 올해 4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 비전을 세우고 이를 위해 133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마련했다. 10월에는 디스플레이 글로벌 1위 수성을 위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협력을 위한 행보도 이어 가고 있다. 외국어에 능통한 이 부회장은 최근 ‘민간 외교관’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직후 직접 일본을 방문해 반도체 생산 핵심 소재 확보에 주력했다.

또 올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얀 아랍에미리트 왕세자,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 등 글로벌 정·재계 인사들과 쉼 없이 회동하며 글로벌 경영을 위한 핵심 역할을 해왔다.
이재용 ‘초격차’ 손정의 ‘비전펀드’…사활 건 미래 경쟁

◆텐센트 마화텅 “고양이를 보고 사자를 그렸다”


텐센트는 2017년 아시아 최초 시가총액 5000억 달러(약 590조원)를 돌파한 기업이다. 현재 알리바바와 중국 시총 1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텐센트는 메신저, 모바일 결제·송금, 오프라인 결제, 음식 배달, 쇼핑, 택시 호출 등 중국의 IT 생태계를 점령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게임 개발사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마화텅 텐센트 회장은 1998년 27세의 나이로 대학 동기와 함께 텐센트를 세웠다. 이후 다양한 글로벌 기업의 서비스를 모방하며 ‘카피캣 기업’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하지만 마 회장은 “대부분 기업들이 고양이를 보고 고양이를 그렸다면 텐센트는 고양이를 보고 사자를 그렸다”고 말한다. 텐센트가 모방을 통해 성공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모방한다고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마 회장의 경영 철학을 ‘창조적 모방’이라고 칭한다. 창조적 모방을 통해 얻은 부는 어마어마하다. 현재 마 회장의 재산은 2600억 위안(약 43조원)으로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에 이어 중국 부호 2위다.

텐센트의 초기 비즈니스는 단순한 메신저 서비스였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만든 메신저 플랫폼을 베낀 수준이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지식재산권 위반으로 텐센트를 고소했고 승소했다.

마 회장은 서비스 이름을 ‘QQ’로 바꾸고 서비스를 이어 가다 수익 모델이 필요해 한국 싸이월드의 수익 모델을 모방해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이후 카카오톡을 모방한 모바일 메신저 ‘위챗’으로 메신저에서부터 금융·교통·결제·배달 시장에 이르기까지 중국 모바일 생태계를 꽉 잡았다.

현재 위챗 사용자는 11억 명에 달한다. 하지만 텐센트를 향한 시선은 엇갈린다. 텐센트는 글로벌 기업의 사업을 모방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 당국이 외국 IT 기업을 통제함으로써 얻은 성장이라는 평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텐센트의 부상은 중국 당국이 페이스북·유튜브·트위터·구글의 중국 진출을 막아섰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폭스콘 궈타이밍, 타고난 영업꾼 기질로 세계 최고 올라

세계 최대 전자제품 생산 기업은 엄마와 친구에게 빌린 돈으로 시작했다. 궈타이밍 훙하이그룹 창업자는 24세 때 모친이 빌려준 돈 10만 대만 달러(385만원)와 친구에게 빌린 30만 대만 달러(약 1156만원)로 텔레비전 부품 회사 훙하이플라스틱을 창립했다.

직원 10명으로 시작한 훙하이그룹은 현재 직원 12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위탁 생산 기업이 됐다. 애플의 주요 제품을 조립·생산하는 폭스콘은 훙하이의 자회사다.

궈 창업자는 막대한 자산과 정치 도전으로 ‘대만 트럼프’라고 불린다. 그는 1950년 중국 공산화를 피해 대만으로 건너간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궈 창업자는 공격적인 사업 수완과 타고난 영업꾼으로 유명하다.

열정과 집요함으로 고객사의 요구를 어떻게든 들어주며 신뢰를 쌓아 왔다. 또 그는 하루 16시간을 일하며 세 끼를 모두 책상에서 해결했다. 폭스콘은 1980년 미국 게임 생산 업체 아타리의 부품을 수주하며 글로벌 생산 기업으로 거듭났다.

1988년 중국 선전에 자리 잡으며 본격적으로 중국 본토에 진출했고 전 세계 IT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1996년 단순 전자제품 조립 업체에서 벗어나 PC와 노트북 생산 기술을 성공시키며 미국의 휴렛팩커드(HP)·델(DELL)·IBM·애플의 제조 공장으로 거듭났다. 궈 창업자는 이후 브랜드 인수에도 나섰다. 2016년 100년 넘는 역사의 일본 대표 전자 업체 ‘샤프’를 인수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올해 2020년 대만 총통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훙하이그룹 회장직에서 공식 사임했다. 하지만 최근 다시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시대를 앞선 혜안

한국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성공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인이 재일 교포인 이유도 있겠지만 무일푼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의 성공담은 혁신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손 회장의 아버지는 무허가 판자촌에 살면서 돼지를 길러 생계를 유지했다. 어린 손 회장은 할머니의 리어카를 타고 음식 찌꺼기를 모으기 위해 역전 주변 식당을 돌며 자랐다.

손 회장의 부친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교육열을 가지고 있었다. 손 회장의 천재성을 일찍이 알아본 부친은 후쿠오카로 이사 와 명문 고등학교에 그를 입학시켰다.

미국 버클리대를 졸업하고 1981년 일본 후쿠오카에 돌아온 손 회장은 허름한 건물 2층에 직원 2명과 함께 소프트뱅크를 창업한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유통하는 사업을 시작했는데 당시 사람들은 손 회장을 과대망상증 환자로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컴퓨터와 인터넷 등 돈이 될 만한 첨단 기술을 보는 혜안이 생기며 손을 대는 사업마다 대박을 쳤다. 1995년엔 세계 최대 컴퓨터 전시회인 컴덱스를 8억 달러(약 9446억원)에 인수한다. 이를 인연으로 야후에 투자한 뒤 1996년 일본에 야후 재팬을 설립해 인터넷 열풍을 주도했다.

2001년엔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본 최초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4년엔 재팬텔레콤(현 소프트뱅크텔레콤), 2006년에는 일본 3위 이동통신 업체 보다폰KK(현 소프트뱅크모바일)를 1조7500억 엔(약 18조원)에 인수해 산업 판도를 뒤집었다. 이후에도 유망 기업들을 사고팔며 유능한 투자자로 명성을 날렸다.

손 회장은 이미 수많은 성공 사례를 보였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중국 온라인 쇼핑몰인 알리바바 투자다. 그는 1999년 10월 베이징에서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 회장을 만났다.

10억 명이 넘는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자 상거래 사업에 대한 마 회장의 설명을 듣자마자 그는 바로 2000만 달러(약 236억원)를 베팅했다. 이 결정으로 15년 후인 2014년 손 회장은 알리바바가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600억 달러(약 70조원)를 손에 쥐는 행운을 얻는다. 3000배의 차익을 본 것이다.

그는 2017년 ‘비전펀드’를 설립하며 일본 내 시총 1위 사업가라는 타이틀과 함께 세계 최대 기술 투자 펀드 설립자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고 있다.

kye0218@hankyung.com

[커버스토리=IT 100위 기업 한중일 비교, 동북아 미래경제 승자는 기사 인덱스]
-한중일 최고 IT 기업은 ‘삼성전자·차이나모바일·소프트뱅크’
-시가총액 알리바바 ‘1위’...‘매출·순이익 톱’ 삼정전자, 텐센트에도 밀려 3위
-[주목할 한국 IT 기업] SK하이닉스, ‘위기를 기회로’...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120조 투자
-[주목할 한국 IT 기업] 네이버, 포털 넘어 클라우드로 영토 확장...연매출 5조 돌파
-[주목할 한국 IT 기업] 이녹스첨단소재, 연성회로기판 세계 1위 기술력...일본 제품 대체 역할 ‘톡톡’
-[주목할 한국 IT 기업] 네페스, 반도체 초미세 패키징 기술 보유...‘통합 후공정’ 업체로 도약
-[주목할 중국 IT 기업] 하이크비전, 보안시장 이끄는 세계 1위 ‘CCTV 기업’
-[주목할 중국 IT 기업] TCL, 1분기 북미 TV 판매 1위...스마트폰도 ‘눈독’
-[주목할 중국 IT 기업] 아이플라이텍, 중국의 ‘AI 국가대표’...국제 음성 인식 대회 1위
-[주목할 중국 IT 기업] 중커수광, 글로벌 슈퍼컴퓨터 강자...매년 연구·개발에 막대한 투자
-[주목할 일본 IT 기업] 소프트뱅크그룹, M&A로 수익성 잡고 투자회사로 발돋움
-[주목할 일본 IT 기업] 무라타제작소, MLCC 글로벌 점유율 40% ‘세계 1위’...전장·5G에 미래 걸어
-[주목할 일본 IT 기업] NEC, '플라잉카‘ 개발 성공...반도체 배터리 사업 접고 생체인식 기술에 주력
-[주목할 일본 IT 기업]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일본 반도체의 마지막 희망’...차량용 반도체 ‘넘버원’ 도전
-화웨이에서 쿠팡·화낙까지...‘비상장’ 숨은 IT 강자들
-이재용 ‘초격차’, 손정의 ‘비전펀드’...사활 건 미래경쟁
-한중일 IT 100위 기업 표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7호(2019.10.21 ~ 2019.10.2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