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네이버 VS 카카오]
-카카오, 은행-페이 ‘양날개’로 순항
-네이버는 이커머스 간편결제 중심 확장 드라이브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금융을 중심으로 정보기술(IT)을 활용하는 ‘핀테크(fintech)’에서 IT를 중심으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창출하는 ‘테크핀(techfin)’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숨 가쁘게 벌어지는 ‘금융 혁신 전쟁’의 한가운데서 이를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IT 공룡들이 네이버와 카카오다. 특히 12월부터 도입되는 ‘오픈 뱅킹’ 서비스를 비롯해 정부의 핀테크 활성화에 대한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시점이어서 금융 시장에서 확실한 승기를 거머쥐기 위한 두 IT 공룡의 진검 승부는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 ‘네이버파이낸셜’ 첫발


네이버가 금융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확실한 ‘신호탄’은 지난 11월 1일 출범한 금융 계열사 ‘네이버파이낸셜’이다. 네이버는 지난 7월 25일 2019년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금융 사업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속도를 높이기 위해 사내 독립 기업(CIC)인 ‘네이버페이’를 분사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네이버는 일찌감치 국내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공식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네이버파이낸셜의 설립은 더욱 관심을 모았다. 인터넷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 영토를 넓히고 있는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 쇼핑이라는 막강한 이커머스 비즈니스를 등에 업고 결제를 중심으로 하는 ‘종합 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준 것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페이를 비롯해 결제와 관련된 전반적인 사업을 물적 분할했는데 네이버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기존 네이버페이의 전자 지급 결제 대행업, 선불 전자 지급 수단 발행 및 관리업, 결제 대금 예치업 등이 신설 법인으로 넘어갔다. 초대 대표에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선임했다. 네이버 전략적 파트너사인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파이낸셜에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 시점과 규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네이버의 IT와 미래에셋의 투자 상품을 연계한 새로운 개념의 투자 상품이 출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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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파이낸셜의 전신인 네이버페이는 월 결제자 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설 만큼 국내 간편 결제 시장에서 입지를 탄탄히 굳히고 있다.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온라인 가맹점 수만 30만 개, 오프라인 가맹점은 10만 개를 넘어선다. 올해 3분기 결제액은 벌써 4조원을 돌파했다. 최 대표는 지난 10월 31일 콘퍼런스콜에서 “네이버페이가 가진 결제의 강점을 활용해 쇼핑 결제와 밀접하게 연계된 후불 결제 서비스도 고려하고 있다”며 “기존 인터넷 은행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닌 네이버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결제·대출·보험 등으로 신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장 내년부터 ‘네이버 통장’이 출시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 사업 확장의 기반을 쌓은 뒤 하반기부터 신용카드와 예·적금 추천 서비스 등을 본격적으로 도입해 나갈 방침이다. 은행이 없는 네이버는 직접 계좌를 개설할 수 없기 때문에 금융사와 제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상품을 포함해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은 나오지 않았지만 네이버파이낸셜이 향후 금융 시장을 공략하는 데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다름 아닌 ‘빅데이터’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네이버페이는 ‘결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송금 서비스 등과 비교해 고객들의 행동 패턴과 특성 등에 대해 훨씬 구체적인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가진 네이버 쇼핑을 통해 연령·성향별 이용자의 사용 특성을 파악해 이를 바탕으로 개인 최적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예컨대 해외여행을 가려는 사람이 네이버를 통해 항공권을 구매할 때 이를 기반으로 환전이나 여행자 보험 상품을 추천해 주는 등의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네이버페이의 활용처를 오프라인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지난 9월 출시한 ‘테이블 주문’이 대표적이다. 소비자가 테이블 위에 부착된 QR코드로 주문에서 결제까지 한 번에 진행하는 서비스다.


최 대표는 “오프라인 결제와 관련해 테이블 주문에 대해 사업자의 호응이 좋고 포스 사업자와 협력해 빠르게 확대할 계획”이라며 “커머스(상거래) 판매자와 구매자를 자연스럽게 금융으로 유도하고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금융 상품을 출시하는 등 네이버만이 제공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 카카오뱅크 최대 주주 등극


카카오는 네이버와 비교해 이미 한 발 먼저 금융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은행·증권·보험 등으로 발 빠르게 영역을 확장해 가는 중이다. 금융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카카오의 두 축은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다. 카카오는 각각 2020년과 2021년 두 회사의 기업공개(IPO)를 진행한다는 목표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보험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삼성화재와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손잡고 모바일 보험사인 ‘카카오보험(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2014년 국내 최초의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로 시작한 카카오페이는 2017년 카카오에서 분사한 뒤 폭발적인 외형 성장을 이뤘다. 간편 결제 서비스 누적 가입자 수만 지난 8월 기준 3000만 명으로, 2014년 출범 당시(5만 명)와 비교해 600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페이가 네이버쇼핑이라는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간편 결제 시장을 키워 왔다면 카카오페이의 무기는 국민 메신저로 일컬어지는 ‘카카오톡’ 플랫폼이다. 카카오 메신저 서비스에 간편 결제와 송금 서비스를 더한 개념으로 서비스를 출발했다. 이와 같은 특성에 따라 ‘간편 결제’에 무게중심이 쏠린 네이버와 비교해 카카오페이는 ‘간편 송금 서비스’ 등을 바탕으로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 가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월간 거래액만 3조8000억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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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청구서·보험·투자·배송·대출 비교 등 다양한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바로투자증권’의 인수가 가시화되면서 향후 직접 투자 상품 개발과 판매, 투자 자문 서비스 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페이 측은 바로투자증권 지분 인수가 마무리되는 대로 카카오 플랫폼의 특성을 살린 디지털 투자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간편 결제, 금융 투자 등 증권에 이어 카카오페이는 최근 보험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화재와 손잡고 디지털 종합 손해보험사 설립을 추진한다. 현재 금융 당국에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위한 예비 인가 신청을 검토하는 단계로, 카카오페이가 경영권을 보유하고 카카오와 삼성화재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구조다. 주로 일상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위험과 관련된 ‘생활 밀착형 보험 상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출범한 카카오뱅크 역시 ‘금융 시장의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며 무서운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올해 7월 계좌 개설 고객 1000만 명을 돌파한 카카오뱅크는 올해 9월 말 기준 고객 수 1069만 명, 총수신 19조9000억원, 총여신 13조6000억원을 달성했다. 출범 2년 만에 이룬 성과다. 수익면에서도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154억원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1월 21일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완료했다. 자본금은 1조8000억원 규모로 증가했다.


카카오뱅크가 이른 시간 안에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마찬가지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익숙한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에 더해 빠르고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무기로 기존 제도권 금융의 고객을 빠른 속도로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공인인증서 없는 모바일 뱅킹을 구현하는 등 새로운 시도로 인터넷은행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권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26주 적금, 모임통장, 비대면 전월세 보증금 대출 등 차별화된 금융 상품을 출시하고 AI 기반의 고객센터 챗봇을 도입했다. 카카오뱅크는 ‘일상에서 더 쉽게, 더 자주 이용하는 나만의 은행’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내걸고 고객 중심의 은행을 지향하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가 지난 11월 22일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 카카오뱅크 지분 16%를 매입, 카카오뱅크의 최대 주주가 된 것 또한 향후 카카오뱅크의 혁신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카카오뱅크가 보여준 놀라운 혁신을 꾸준히 이어 갈 수 있도록 협력과 투자를 강화하고 주주사들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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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4호(2019.12.09 ~ 2019.12.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