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한경비즈니스 창간 25주년 특별기획 ‘뉴 밀레니엄 20년’ : 국제 10대 뉴스]
[뉴 밀레니엄 20년]미·중 갈등이 불러온 신냉전, 뉴 밀레니엄 이후 ‘최대 뉴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뉴 밀레니엄이 시작된 후 20년, ‘미·중 갈등과 신냉전의 시작(17%)’이 가장 중요한 해외 뉴스로 선정됐다. 1978년 긴 냉전을 끝내고 수교한 미국과 중국은 인권과 안보 분야에선 충돌했지만 30년간 협력 관계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해 왔다.

그동안 중국은 14억의 인구를 등에 업고 30년간 연평균 10%에 달하는 경제 성장을 이뤘다. 2010년 일본을 뛰어넘고 세계 2위 경제국으로 뛰어올랐다.

양국의 협력 관계는 2018년 3월 시작된 ‘미·중 무역 전쟁’으로 본격적인 위기를 맞기 시작했다. 이는 양국 지도자들의 강력한 의지에서 촉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가치를 내걸고 2017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7년 중국을 ‘위대한 현대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듬해인 2018년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과 기술 탈취, 소수 민족에 대한 탄압 등 인권 문제를 앞세우며 무역 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2018년 3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의 약 절반에 최고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양국은 통신장비·대두·자동차 등 여러 품목에 고율 관세와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반복했다.

◆여전한 금융 위기 여파…‘AI 시대’도 주목
양대 경제 대국의 무역 분쟁으로 세계 경제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고 전문가들은 이를 ‘신냉전의 시작’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2년여에 걸친 G2의 무역 분쟁은 최근 다소 누그러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9년 10월 양국은 워싱턴 D.C.에서 고위급 무역 협상을 통해 의견을 교환한 후 미·중 무역 협상 1단계 합의안을 발표했다. 합의안 내용을 보면 중국은 500억 달러(약 57조9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고 지식재산권 보호와 금융 서비스 시장 개방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축소하기로 했다. 외신에 따르면 2019년 12월 30일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2020년 1월 첫째 주 내에 무역 분쟁 1단계 합의안에 대한 양국의 서명식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 위기와 양적 완화’는 13.7%의 응답률로 2위를 차지했다. 2008년 12월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Fed)은 기준 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인 0~0.25%로 낮췄다. 이듬해인 2009년 3월 Fed는 국채와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등 자산을 사들여 시중에 달러를 공급하는 ‘양적 완화’를 실시했다. Fed는 2012년까지 3차에 이르는 양적 완화를 통해 총 4조5000억 달러(약 5208조8000억원)에 이르는 채권을 사들였다.

미국의 양적 완화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2008년 10%였던 미국의 실업률은 2015년 평균치인 3%대를 회복했고 물가상승률도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미국의 정책과 비슷하게 채권을 대거 사들이는 양적 완화를 실시하기도 했다. 양적 완화가 성과를 거두자 Fed는 장기간 이어 온 이 정책을 2014년 10월 종료했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기준 금리 인상을 결정하며 제로 금리 정책 역시 마무리 지었다.

전문가들이 꼽은 국제 뉴스 3위는 ‘알파고의 등장과 인공지능(AI) 시대 개막(11.7%)’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의 AI 개발 자회사인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프로그램 ‘알파고’의 등장은 인류와 AI가 공존하는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특히 알파고는 2016년 3월 열린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을 통해 전 세계를 상대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당초 이세돌 9단이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알파고가 4 대 1로 우세한 승률을 거두며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생겨났다. 알파고 이후 글로벌 기업들은 AI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며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고 있다.

4위는 ‘9·11 사건과 테러와의 전쟁(9.6%)’이 차지했다. 밀레니엄 이듬해인 2001년 9월, 이슬람 테러 단체는 4대의 민간 항공기를 납치해 미국 뉴욕의 100층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과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펜타곤)를 공격했다. 이 테러로 90여 개국 2800~3500여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은 이 사건의 배후로 국제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과 그가 이끄는 테러 단체 ‘알카에다’를 지목했고 2011년 5월 파키스탄에서 그를 사살했다. 강대국 미국의 심장인 뉴욕을 공격한 ‘21세기 최악의 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을 상대로 군사적 공격을 감행했다. 이 전쟁은 1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9·11 사건에 이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리먼브라더스 파산(8.1%)’이 5위에 올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도가 낮고 수입이 적은 사람에게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제도를 말한다. 2007년 4월 미국 2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회사 ‘뉴센추리파이낸셜’이 파산하면서 개인 투자자는 물론 월가의 금융사들까지 막대한 손해를 봤고 급기야 파산에 이르렀다. 특히 2008년 9월 초대형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전 세계는 금융 위기에 돌입했다.

6위와 7위는 ‘애플 아이폰 출시(7.7%)’, ‘차이나 신드롬(6.2%)’이 꼽혔다. 2007년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은 스마트폰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그 후 아이폰은 전자 기기를 넘어 문화와 IT 트렌드를 꾸준히 이끌고 있다. 한편 2010년대 들어 세계 경제는 ‘차이나 신드롬’에 사로잡혔다. 14억의 인구를 등에 업은 중국은 글로벌 기업들의 ‘최대 소비국’으로 자리 잡으며 저성장에 돌입한 세계 경제의 새로운 엔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급부상한 공유경제·신재생에너지

‘공유 경제의 확산’은 4.2%로 8위에 올랐다. 소유보다 공유를 중시하는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이 등장했다. 에어비앤비(집)·우버(차량)·위워크(사무실) 등 공유를 사업 모델로 삼은 스타트업들이 급성장했다. 공유 경제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면서 기존의 기업들 또한 공유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고립주의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3.6%)’과 ‘석유 의존 경제의 쇠퇴(3.4%)’는 근소한 차이로 9위와 10위에 자리 잡았다. 2017년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 건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을 발표하며 ‘신고립주의’의 시작을 알렸다.
어떤 상황에서든 미국의 국익을 우선으로 여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에 따라 세계 각국은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가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세계 경제를 뒷받침해 온 석유가 고갈 가능성과 환경 파괴로 인해 차차 그 영향력이 줄고 있다는 점도 뉴 밀레니엄 20년 후를 장식하는 마지막 10대 글로벌 뉴스에 꼽혔다. 빠르게 증가하는 에너지 소비량을 석유가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 확실시되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더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돋보기 : 2010년 조사와 비교해 보니
10년 사이 변한 글로벌 정세…중국 뜨고 유럽 지고

[뉴 밀레니엄 20년]미·중 갈등이 불러온 신냉전, 뉴 밀레니엄 이후 ‘최대 뉴스’


뉴 밀레니엄 그 후 20년, 국제 뉴스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의 세력 확장이다. 2010년대만 해도 신흥 경제 대국으로 주목받던 중국은 이제는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로 성장했다.

2010년 한경비즈니스가 실시한 ‘뉴 밀레니엄 10년을 말하다’에서 3위는 ‘차이나 신드롬’이었다. 2020년에는 ‘미·중 무역 분쟁과 신냉전의 시작’이 1위를 기록하며 중국이 미국과 함께 글로벌 정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로 성장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차이나 신드롬’도 7위에 올라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알려줬다.

반면 국제 정세에서 유럽의 영향력은 상당히 축소됐다. 2010년 ‘거대 유럽연합(EU)의 탄생과 유로화 경제권 부상’이 3.9%로 7위를 차지했지만 2020년 조사에서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신흥 경제 대국으로 주목받던 브릭스(BRICS :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는 중국을 제외하곤 아직까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브릭스의 부상’은 2010년 4위에서 2020년 16위로 하락했다.

2010년 1위를 차지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리먼브라더스 파산’은 2020년에는 5위를 기록했다. 12년이 지났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그에 촉발된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인해 세계 경제는 장기화된 글로벌 금융 위기에 돌입했고 여전히 후유증을 앓고 있다. 2020년 2위를 차지한 글로벌 금융 위기와 양적 완화도 2008년 금융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전이기 때문이다.

밀레니엄 이듬해에 발생한 ‘9·11 사건과 테러와의 전쟁’은 18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4위에 오르며 여전히 국제 정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사건은 2010년 당시 조사에서는 25.1%로 2위를 기록했다. ‘애플의 아이폰 출시’는 8위에서 6위로 두 계단 상승해 더욱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20년 조사에서는 새로운 경제 동력으로 인공지능(AI)과 공유 경제 등이 급부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등장도 11위(2.8%)를 기록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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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8호(2020.01.06 ~ 2020.01.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