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한경비즈니스 창간 25주년 특별기획 ‘뉴 밀레니엄 20년’ : 차세대 CEO]
[뉴 밀레니엄 20년] 차세대 CEO, 이재용·정의선 나란히 1·2위…‘창업가’ 김범수 4위·김봉진 9위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뉴 밀레니엄 20년’ 설문 조사에서 향후 10년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최고경영자(CEO) 1위를 차지했다. 이 부회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손자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이다. 2014년 부친인 이 회장의 와병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서 삼성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병철 창업자의 선견지명과 이건희 회장의 과감한 투자로 한국 경제의 대들보가 된 반도체 사업을 계속 키워 가고 있다. 그는 2030년까지 메모리뿐만 아니라 비메모리 부문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세웠다.

100년 기업 삼성을 위해 미래 먹거리 찾기에도 적극적이다. 이병철 창업자와 부친이 기존에 없던 산업인 제당·반도체·모직 등에 투자해 신산업을 일으켰던 것처럼 세계 1위 TV·스마트폰·반도체에 이어 글로벌 시장을 제패할 또 다른 1위 사업을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8년부터 인공지능(AI)·5세대 이동통신(5G)·바이오·반도체 중심의 전장 부품을 4대 미래 성장 사업으로 선정하고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2020년에도 이 부회장은 ‘뉴 삼성’ 비전 달성을 향해 4차 산업혁명 분야 혁신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 갈 예정이다.

차세대 CEO 2위는 3세 경영자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선정됐다. 정 수석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고 정주영 창업자의 손자다. 2005년 기아차 사장에 올라 ‘디자인 경영’을 이끌며 제네시스 브랜드 개발을 주도했다.

기존 자동차 제조·판매에만 주력하던 사업 모델에서 탈피해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향후 5년간 100조원 투자 방침을 세우고 미래차의 핵심인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수소 산업 생태계 확장에도 주력하고 있다.

40대 젊은 총수인 구광모 LG 회장은 3위를 차지했다. 구 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이 2018년 6월 타계하면서 LG그룹 전통인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회장 자리에 올랐다. 구 회장은 고객 가치를 최우선 경영 목표로 삼고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하면서 LG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 기반의 경영 기조를 이어 가면서 그룹 최고경영진에게 연구·개발(R&D) 강화, 인재 경영, 혁신 가속을 주문하며 더 나은 고객 가치 창출에 힘쓰고 있다. 혁신을 위해 과감하게 비핵심 사업을 조정하고 성장 사업을 적극 육성하는 등 그룹의 미래 준비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4위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 겸 카카오임팩트 이사장이다. 카카오 최대 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인 그는 카카오의 비영리재단인 카카오임팩트의 이사장직도 역임하고 있다. 벤처 1세대 CEO로,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한 카카오톡을 만든 주역이다.

카카오톡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 금융·콘텐츠·항공·모빌리티 사업으로 확장했다. 최근에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정식 출범해 AI 사업에 승부수를 띄웠다. 김 의장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뉴 밀레니엄 20년] 차세대 CEO, 이재용·정의선 나란히 1·2위…‘창업가’ 김범수 4위·김봉진 9위


◆ ‘벤처 신화’ 김범수·김택진·이해진 순위권


5위는 ‘사회적 가치 전도사’로 맹활약 중인 최태원 SK 회장이다. 부친인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이 1980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등을 인수해 화학·에너지·통신의 삼각편대를 갖춘 그룹 뼈대를 세웠다면 최 회장은 반도체·바이오·배터리·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미래 산업을 키웠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창출 확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경제적 가치 추구만으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 최 회장의 판단이다. 최 회장은 지속 가능한 기업을 위한 조건으로 조직 구성원과 이해관계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행복 경영’과 근본적 변화·혁신을 핵심으로 한 ‘딥 체인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벤처 신화’의 대표 주자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6위에 선정됐다. 김 대표는 1세대 게임 개발 CEO로, 척박한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최고 히트작인 ‘리니지’를 개발해 성공시켰다.

이찬진 벤처 사업가 등과 함께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한글’을 공동 개발한 인터넷업계 산증인으로 꼽힌다. 김 대표가 최근 진두지휘한 ‘리니지2M’과 ‘리니지M’은 사전 다운로드부터 양대 애플리케이션 마켓 1위를 석권하며 흥행 돌풍을 이어 가고 있다. 리니지 형제의 흥행에 힘입어 엔씨소프트는 2019년 매출 2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 이부진, 유일한 여성 CEO…‘삼성 2관왕’

7위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차지했다. 정 부회장은 대형마트 업황 부진과 온·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의 출혈 경쟁 속에서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의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과감한 결단으로 선택과 집중에 올인하고 있다.

사업 재편, 온라인 강화, 초저가 전략을 통해 수익성과 미래 성장 동력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또 복합쇼핑몰·테마파크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고객 중심’ 기반의 혁신 경영으로 새로운 성장 기회 발굴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를 창업해 국내 1위 포털로 키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겸 라인 회장은 8위에 선정됐다. 이 GIO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서울대 공대 86학번 동기이자 삼성SDS 입사 동기, NHN 공동대표를 역임한 것까지 인연이 깊다. 두 사람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통해 플랫폼 사업자로 선의의 경쟁을 이어 가고 있다.

이 GIO는 네이버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뒤 글로벌 투자 책임을 맡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을 2016년 7월 미국과 일본 증시에 동시 상장했다. 구글 등 글로벌 기업에 맞서 라인과 야후재팬을 경영 통합하는 ‘빅딜’을 성사시켜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하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 성공 신화의 주역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9위에 올랐다. 김 대표는 네이버 웹디자이너 출신 CEO로 자본금 3000만원으로 배달 음식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만들어 국내 시장점유율 1위로 키웠다.

푸드테크 분야로 영토를 확장하면서 딜리버리 로봇을 개발하는 등 혁신 경영으로 우아한형제들을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 반열에 올려놓았다. 2019년 12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약 5조원에 매각하는 국내 인터넷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차세대 CEO 10위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차지했다. 삼성가의 장녀인 이 사장은 해외 면세점·호텔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으며 탁월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신라면세점은 아시아 3대 공항(인천·싱가포르창이·홍콩첵랍콕 국제공항)에서 면세점을 동시에 운영하는 최초의 면세점 운영 기업으로 글로벌 트로이카 체제를 완성했다.

‘2022년 글로벌 톱3’ 면세점 비전을 2019년 조기 달성했고 호텔신라 매출 6조원 시대를 열었다. 이 사장은 2015년부터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돋보기 : 2010년 조사와 비교해 보니]

-3세 경영 ‘맞수’ 이재용·정의선, 10년 전에도 ‘톱2’
[뉴 밀레니엄 20년] 차세대 CEO, 이재용·정의선 나란히 1·2위…‘창업가’ 김범수 4위·김봉진 9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은 2010년에도 차세대 최고경영자(CEO) 1·2위에 선정돼 10년간 부동의 자리를 지켜 온 것으로 나타났다. 세 살 터울인 두 사람은 오너 3세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아버지 세대의 성공 신화를 뛰어넘는 자신만의 성공 문법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해 순위 변동은 있었지만 2020년에도 차세대 CEO에 선정되며 경영 능력을 보여준 CEO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4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6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8위)다. 재계 맏형 격인 최태원 SK 회장(5위) 역시 순위 변동 없이 자리를 지키며 건재함을 증명했다. 이부진 사장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유일한 여성 CEO로 이름을 올렸다.

10위권에서 사라진 CEO도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V3 무료 백신’ 배포로 촉망받는 벤처기업인으로 이름을 떨치며 10년 전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에 이어 3위에 오를 만큼 주목받았다. 하지만 2012년 정계에 입문하면서 순위권에서 사라졌다.

올해 구광모 LG 회장과 스타트업·IT업계 CEO가 새롭게 순위에 진입하면서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7위),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9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10위)은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ahnoh05@hankyung.com

[뉴 밀레니엄 20년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뉴 밀레니엄 20년, 향후 10년 트렌드는
-국내 10대 뉴스 : ‘혁신’에서 ‘일상’이 된 스마트폰…글로벌 금융 위기 후 ‘3저 현상’ 고착
-국제 10대 뉴스 : 미·중 갈등이 불러온 신냉전, 뉴 밀레니엄 이후 ‘최대 뉴스’
-10대 히트 상품 : 21세기 최고 히트 상품은 ‘스마트폰의 원조’ 아이폰
-최고의 CEO : 삼성을 바꾼 ‘프랑크푸르트 선언’…이건희 회장, 21세기 최고의 경영자
-차세대 CEO : 이재용·정의선 나란히 1·2위…‘창업가’ 김범수 4위·김봉진 9위
-미래 트렌드 : 10년 후 한국의 미래는 ‘인공지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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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8호(2020.01.06 ~ 2020.01.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