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한경비즈니스 창간 25주년 특별기획 ‘뉴 밀레니엄 20년’ : 국내 10대 뉴스]
[뉴 밀레니엄 20년] ‘혁신’에서 ‘일상’이 된 스마트폰...글로벌 금융 위기 후 ‘뉴 노멀’된 초저금리
[편집자 주= 2001년 1월1일 개막된 뉴 밀레니엄이 20년차에 접어들었다 저성장·저물가·저금리가 고착화 된 ‘뉴 노멀’ 시대를 넘어 불확실성이 일상화되는 ‘애브노멀’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각국은 위태위태하게 ‘위기’를 관리해왔다. 하지만 2020년이 갓 시작된 지금 다시금 위기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한경비즈니스가 창간25주년을 맞아 준비한 특별 기획으로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265명에게 ‘뉴 밀레니엄 20년’에 대해 물었다. 숨 가쁘게 질주해 온 지난 20년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시작되는 향후 10년을 가늠해 보자는 취지다. 설문 결과 나타난 앞으로의 10년은 AI 등 기술 발전과 인구구조의 변화로 요약된다. ]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1989년 영화 ‘빽 투더 퓨처’의 주인공이 날아간 미래는 2015년이었다. 그보다도 5년이 더 지난 새로운 미래, 2020년이 시작됐다. 지난 10년여 간 영화나 애니메이션 속에서 상상했던 수많은 상상이 현실이 됐고, 혹은 머지않아 현실이 될 전망이다. 뉴 밀레니엄의 20년이 지나고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초입이다. 지난 2000년 이후 20년간이 인류의 역사를 뒤바꿀 수많은 ‘혁신’과 ‘변화’들이 싹을 틔우는 기간 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이로 인한 영향력이 본격화되고 모든 영역에서 ‘대전환’이 이뤄지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10년을 예측하게 해 줄 지난 20년을 뒤돌아봤다.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인구 쇼크’ 현실화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맞이한 2010년대는 위기와 함께 태동했다. 세계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져들며 한국 또한 심각한 위기를 겪어야 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는 심각한 외화유동성 위기로 이어졌고 환율이 폭등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를 계기로 여러 노력 끝에 외환건전성이 눈에 띄게 개선됐지만 또 다른 고비가 기다리고 있었다.

저성장·저금리·저물가의 ‘3저 현상’이 고착화되는 ‘뉴 노멀’ 시대의 시작이다.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5%대에 이르던 국내 경제성장률은 2010년대 들어 3%대로 떨어졌다. 이젠 3%조차 높아 보기만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위기’와 함께 새로운 ‘기회’를 불러오는 변화 또한 적지 않았다. 2010년 1조940억 달러 수준이던 국내총생산(GDP)는 2018년 기준 1조6194억 달러로 늘어났다. 2018년에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통상 국민소득 3만 달러는 선진국 진입 기준으로 여겨진다. 2011년 처음으로 수출 5000억 달러를 달성한지 7년만인 2018년 수출 6000억 달러 시대를 열기도 했다. 수출 6000억 달러 돌파는 세계 7번째다.

과연 뉴 밀레니엄 20년은 역사 속에 어떻게 기록될까. 이번 설문조사에서 전문가들은 지난 20년 동안 가장 중요한 국내 사건으로 ‘스마트폰 보급 확대(19.1%)’를 꼽았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퓨리서치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 가운데 스마트폰 구매자 비율은 95%에 달한다. 국민 10명 중 9명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은 사람들의 소통 방식만 바꿔놓은 게 아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 넷플렉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확대 등 산업분야를 막론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거의 모든 국민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IT강국을 넘어 AI강국으로 나아가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만큼 막대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혁신 서비스들이 시도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다만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스마트폰 중독 현상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적 문제점들도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2위는 초저금리 시대의 도래(14.5%)가 차지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저성장의 늪을 탈출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정부는 초저금리 정책을 넘어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해왔다. 우리 정부는 이명박 정부부터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해 박근혜 정부 들어 1%대로 낮아졌고, 현재 연 1.25% 수준까지 떨어졌다. 역대 최저치다. ‘제로금리’ 시대가 머지 않았다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문제는 지속적인 초저금리 정책의 영향으로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자산가격 버블이 형성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반면 장기화되는 초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시중에 넘치는 돈이 소비와 투자로 가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어 ‘디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아파트값 폭등과 부동산 거품논란(11.2%)와 반도체 시장 제패(6.5)가 그 뒤를 이어 각각 3위와 4위에 올랐다. 급등하는 주택 가격에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목표로 강력한 정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지만 오히려 ‘부동산 불패신화’는 점점 더 강력해지는 모습이다.
[뉴 밀레니엄 20년] ‘혁신’에서 ‘일상’이 된 스마트폰...글로벌 금융 위기 후 ‘뉴 노멀’된 초저금리
지난 20년간 위기의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대들보 역할을 톡톡히 했던 반도체는 앞으로의 10년에도 한국 경제의 주력 산업으로서 톡톡히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불거진 한일 갈등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새로운 소재 공급망을 짜는 기회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비메모리 반도체까지 세계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실행해 나가고 있다.

5위~10위에는 세계 최저 출산율(4.5), 한국의 최대 수출국으로 중국 부상(4.0%),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촛불 혁명(4.0%), 유튜브 등 동영상 서비스 확산(3.9%), 1인 미디어 전성시대(3.8%), 온라인 쇼핑 급성장(3.8%)이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98명으로 처음으로 0명대로 떨어졌다. OECD 국가들 가운데 합계출산율 0명대를 기록한 나라는 사실상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 된 지는 오래다. 현재 한국 전체 수출품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6.8% 정도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과 함께 또 다른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미국의 무역 갈등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 경제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에서 ‘절묘한 균형감각’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된다.

2016년 겨울은 대한민국 역사에 잊혀지기 힘든 순간으로 기록됐다. 정의와 공정을 바라는 온 국민의 염원이 ‘촛불 혁명’으로 터져나왔고 헌정 역사상 첫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광화문 광장의 촛불은 꺼졌지만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은 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민주주의를 보여준 ‘촛불 혁명’은 필요하다면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유튜브와 1인 미디어는 지난 20년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누구나 자신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동영상을 제작하고 유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1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다른 산업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동영상을 모바일로 시청하는 게 자연스러워진만큼 쇼핑을 모바일에서 즐기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국내 온라인 쇼핑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80조원 규모로 오는 2022년 19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년의 변화...스마트폰과 유투브, 새로운 키워드로 부상
뉴밀레니엄 그 후 20년,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친 주요 사건들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스마트폰의 확산’과 유투브, 온라인 쇼핑 등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플랫폼’의 일상화다. 2010년대는 국내에 스마트폰이 이제 막 등장한 시기였다. 10년 전 한경비즈니스가 실시한 ‘뉴밀레니엄 10년을 말하다’에서 6.1%로 올랐던 ‘스마트폰 열풍’은 10년이 지난 조사에서 19.1%의 압도적인 차이로 1위에 올랐다. 단지 스마트폰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한 국내 경제와 산업 지형의 변화가 그만큼 막강해졌음을 보여준다.

2010년 14.5%로 1위를 차지했던 ‘중국, 한국의 1대 수출국으로의 부상’은 2020년에도 6위(4.0%)로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 2010년 조사에서 2위와 5위로 나타났던 ‘아파트값 폭등과 부동산 거품 논란(14.4%)’ ‘초저금리 시대 도래(6.2%)’는 2020년 조사에서도 여전히 상위권에 랭크됐다. ‘아파트값 폭등과 부동산 거품 논란’은 11.2%로 3위, 초저금리 시대의 도래(14.5%)는 2위로 기록됐다. ‘아파트값 폭등과 부동산 거품 논란’이 비슷한 응답을 받은 반면, 지난 10년간 초저금리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그로 인한 자산시장의 변화 등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뉴 밀레니엄 20년] ‘혁신’에서 ‘일상’이 된 스마트폰...글로벌 금융 위기 후 ‘뉴 노멀’된 초저금리
‘세계 최저 출산율’도 2010년 조사와 2020년 조사에 공동으로 순위에 든 항목이다. 2010년 조사에서는 3.7%로 9위에 올랐던 반면 10년 뒤의 조사에서는 4.5%로 5위에 올랐다. 정부가 그 동안 많은 자금을 쏟아부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2010년에는 ‘광우병과 촛불 집회’가 5.0%로 5위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2020년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촛불 혁명’이 4.0%로 6위에 오른 것도 눈에 띈다. 같은 ‘촛불’이지만 10년 사이에 ‘촛불 집회’는 ‘촛불 혁명’으로 진화했다.

이 외에 10년 전 조사에서는 ‘벤처 거품 붕괴(4위)’, ‘’88만원 세대와 최악의 청년 실업‘(8위) ’주5일 근무제 확산‘(10위) 등이 순위에 올랐다. 2020년 조사에서 10위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우리 경제에 중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요소들이다. 10년 전 ’주5일 근무제의 확산‘은 10년 뒤인 2020년 조사에서는 ’주52시간 등 근무시간의 단축‘으로 11위에 올랐으며, 이 외에 ’벤처 붐과 유니콘 기업의 등장‘이 16위, 갈수록 심해지는 청년 실업은 17위에 올랐다.

반면, 2010년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2020년 새롭게 등장한 키워드도 주목된다. 반도체(4위)와 유투브(8위), 온라인 쇼핑(9위) 등 대부분이 4차 산업 혁명 시대 기술 혁신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항목들이다. 이들은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며 전 방위적인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vivajh@hankyung.com

[조사개요]이번 설문 조사는 국내 10대 사건과 해외 10대 사건, 10대 히트 상품, 최고의 최고경영자(CEO), 차세대 CEO, 향후 10년 트렌드, 10년 후 한국의 1등 기업(15개 업종) 등을 물었다.

조사기간: 2019년 12월 18일~31일
설문 방법: 온라인 설문
설문 대상 :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설문 응답자: 265명
설문·분석: 한경비즈니스
설문 참여 증권사 :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신한금융투자, 이베스트투자증권, 대신증권,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한화투자증권, 케이프투자증권, IBK투자증권, SK증권, 유안타증권, KTB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삼성증권, 바로투자증권, 교보증권,흥국증권, 신영증권

[뉴 밀레니엄 20년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뉴 밀레니엄 20년, 향후 10년 트렌드는
-국내 10대 뉴스 : ‘혁신’에서 ‘일상’이 된 스마트폰…글로벌 금융 위기 후 ‘3저 현상’ 고착
-국제 10대 뉴스 : 미·중 갈등이 불러온 신냉전, 뉴 밀레니엄 이후 ‘최대 뉴스’
-10대 히트 상품 : 21세기 최고 히트 상품은 ‘스마트폰의 원조’ 아이폰
-최고의 CEO : 삼성을 바꾼 ‘프랑크푸르트 선언’…이건희 회장, 21세기 최고의 경영자
-차세대 CEO : 이재용·정의선 나란히 1·2위…‘창업가’ 김범수 4위, 김봉진 9위
-미래 트렌드 : 10년 후 한국의 미래는 ‘인공지능’에 달렸다
-10년 후 한국의 1등 기업 : 제약·바이오 ‘셀트리온’이 이끈다…금융 최강자는 ‘신한은행·미래에셋대우’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 “인구 감소·AI 혁명 ‘후폭풍’…‘공급과잉의 시대’가 시작됐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 “‘직관’을 갖추기 시작한 AI, 이제는 사람의 마음 읽는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8호(2020.01.06 ~ 2020.01.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