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사원에서 임원까지 '코딩 삼매경' ]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이 직접 ‘전 직원 코딩 교육’ 주도 -임원들은 ‘스마트폰 앱’ 제작 실습도
‘데이터 정보 기업’ 선언한 하나금융…첫 단추는 ‘디지털 인재 양성’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하나금융그룹 출범 14주년 기념식에서 다가올 10년을 위한 ‘넥스트(NEXT) 2030’ 경영 원칙을 선포했다. 특히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직원 대표들과 함께 ‘하나금융그룹, 미래를 코딩하다’라는 주제로 미래 키워드를 코딩하는 세리머니를 펼쳐 이목을 더욱 집중시켰다.


지금 금융권은 ‘디지털 전쟁’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해 정보기술(IT) 회사들의 금융업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오랫동안 지켜오던 금융업의 장벽이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금융회사들이 사활을 걸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외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중에서도 하나금융그룹은 일찌감치 이를 추진해 온 대표적인 금융그룹이다.


하나금융그룹은 2018년 10월 디지털 비전을 선포하고 ‘데이터 기반의 정보 회사’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사람에 대한 투자’라는 판단 아래 직원들의 디지털 교육에 많은 비용을 투자해 왔다. 특히 하나금융그룹이 강조점을 두는 부분은 코딩 교육이다. 2018년부터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코딩 교육을 실시 중이다.


◆코딩 교육, 현업 부서도 ‘IT 이해도’ 높아져


“하나금융그룹에서 코딩 교육을 제공하는 목적은 ‘코딩 잘하는 직원’을 양성하는 게 아닙니다. 그러려면 코딩 잘하는 사람들을 채용하면 되니까요.”


하나금융그룹의 디지털 전략과 미래 사업을 총괄하는 미래금융전략팀 이선용 부장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전환’을 위한 코딩 교육의 목적은 무엇일까. 이 부장의 대답은 “직원들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다. 코딩 교육이 어떻게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도울 수 있다는 것일까.


금융과 IT의 결합이 빨라지면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경험은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가 기존의 영업점 채널을 뛰어넘어 다양한 디지털 채널을 통해 고객과 만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게 먼저다. 이 부장은 “더 이상 디지털 전문가들과 금융 전문가들이 따로따로 각자의 업무를 잘하는 것으로 고객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기본적으로는 어떤 업무를 하더라도 디지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춰 언제든 디지털 부서와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딩 교육은 바로 하나금융그룹 내에서 ‘IT와 금융 업무’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첫 작업이나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지향점이 명확한 만큼 하나금융그룹의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은 이에 맞춰 설계돼 있다. 금융 지식과 디지털 기술을 겸비한 ‘융합형 인재의 양성’이다. 디지털 분야 공통 소양(디지털 트렌드, 4차 산업혁명,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의 중요성 등)을 기본으로 하고 디지털 비즈니스 분야, IT 분야, 혁신 기술 분야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있다.


현재 하나금융그룹의 교육 과정은 크게 ‘그룹 공통 과정’과 ‘각 사 개별 과정’으로 나뉜다. 공통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최신 기술을 전문적으로 학습하는 ‘IT 신기술 사관학교’다. 다른 하나는 빅데이터·머신러닝 등 현업과 핵심 기술을 융합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목적을 둔 ‘융합형 데이터 전문가(DxP)’ 과정이다. 이 밖에 은행·금융투자·카드사별로 각 3~4개 정도의 독자적인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각 프로그램은 난이도에 따라 기본·심화·고급 과정으로 나뉜다.


고급 과정인 IT 신기술 사관학교는 2018년 130명, 2019년 231명이 수료했다. DxP 과정은 2019년 29명의 데이터 전문가를 배출해 냈다. 추가로 은행의 디지털 애널리스트 스쿨(심화·고급 과정)은 2019년 351명이 수료했다. 디지털 뱅커 스쿨은 138명이 수료했다.


눈에 띄는 점은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에 ‘스크래치’와 ‘파이썬’ 등 코딩 교육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교육’의 기본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녹아들게 설계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크래치 등 ‘문제 해결’ 반복 학습


코딩 교육의 첫 단계인 ‘스크래치’는 하나금융그룹의 직원들 모두에게 제공되는 교육 과정이다. 스크래치는 코드(명령어)를 이미지처럼 만든 블록을 조립하듯 이어 붙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도구다. 간단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거나 온라인 게임을 제작할 수도 있다. 어려운 수식 대신 이미지 형태로 쉽게 ‘코딩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주로 초등학교 등에서 코딩 교육을 활 때 자주 활용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파이썬’은 코딩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는 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전문적으로 코딩을 익히고자 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로 ‘고급 과정’ 이수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현재까지 일반 직원 중 스크래치·파이썬과 같은 코딩 교육을 이수한 직원은 총 1만4000여 명 정도다.


현재 스크래치와 파일썬과 같은 코딩 교육 프로그램은 필요할 경우 오프라인 집합 교육을 통해 진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온라인 수업을 통해 이뤄진다. 온라인의 경우 직원들은 각자 편한 시간대에 교육 프로그램에 접속해 진도를 따라갈 수 있다. 스크래치는 총 10~11회 정도의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는데, 초반에는 실제 사용법을 보여주고 후반에는 이를 적용해 볼 수 있는 ‘문제’가 주어진다. 직원들이 스스로 문제 해결하며 코딩의 원리를 익힐 수 있는 연습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디지털 문법’을 익히도록 하고 있다.


이 부장은 “각자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컴퓨터에서 어떤 단계를 거쳐 문제가 해결되는지 ‘순차적 선후 관계’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문제 해결 능력은 물론이고 논리적인 사고 능력과 창의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임원들은 일반 직원들과 비교해 조금 더 어려운 코딩 프로그램을 익혔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그룹 임원들과 본부 부서 부서장들을 대상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프로그램인 ‘저스트인마인드(justinmind)’로 직접 앱을 만들어 보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하나금융그룹의 ‘디지털 전환’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의사 결정을 하는 임원들이 더더욱 디지털에 깨어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올해부터 보다 본격적으로 그룹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전 직원의 디지털 환경 적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그룹 통합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다. 우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코딩 교육’을 포함해 디지털 기본 소양을 공통 프로그램으로 교육한다. 또한 IT 전문가, 비즈 전문가, 혁신 기술 전문가가 되기 위한 세부 트랙을 밟아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 관계사별 업의 특성에 따라 개별 추진 프로그램을 마련해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 중이다.


이 부장은 “이런 과정들을 통해 데이터 기반 정보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직원들의 기초 체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자신의 디지털 역량을 키우는 데 관심이 높은 직원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해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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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4호(2020.02.17 ~ 2020.02.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