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사원에서 임원까지 '코딩 삼매경']
-5개월간 현업 떠나 집중 교육, ‘부서당 준전문가 1명’ 목표…임원급 교육·온라인 과정도 운영
‘코딩’ 겁내던 문과 출신이 AI 전문가로…현대모비스 전사 차원 ‘AIM 프로젝트’ 가동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현대모비스 진천 공장에서 근무하는 이동현 진천공정기술팀 매니저는 3개월 전부터 서울 본사에서 ‘AIM OJT’ 교육을 듣고 있다.

이 매니저가 수행 중인 과제는 ‘가성 불량’을 가려내는 것이다. 가성 불량은 설비 프로그램의 오류로 멀쩡한 부품이 불량 판정을 받는 것을 말한다. 가성 불량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검사 시간이 증가해 생산의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매니저는 지난 두 달간 교육받은 내용을 토대로 가성 불량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AI)을 적용하는 과정을 자체적으로 실습하고 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이 매니저는 대학 시절에는 소프트웨어 수업보다 하드웨어 공부를 선호했다. AI 교육을 받기 전 이 매니저가 제일 두려워했던 것도 ‘코딩’이었다. 하지만 막상 수업이 시작되니 흥미 있는 커리큘럼과 함께 취약한 부분을 도와주는 조교들의 지원으로 큰 어려움 없이 진도를 따라갈 수 있었다.

이 매니저가 듣고 있는 교육은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AIM 프로젝트’다. AIM은 ‘AI 포 모비스(for Mobis)’의 준말로, 실무 중심의 AI 전문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전문 교육 과정이다. 지난 2월 12일 오전에도 이 매니저를 포함한 15명의 현대 모비스 직원들이 10층에 모여 각자의 현업에 적용할 수 있는 과제를 수행 중이었다.

◆AIM OJT, 2021년까지 60명 직원 교육 목표

이들은 모두 각기 다른 부서에서 차출된 인원들로 AIM 프로젝트 중에서도 가장 전문적 과정인 ‘AIM OJT’를 듣고 있다. 5개월간 기존 업무에서 떠나 본사에서 교육을 받는다. 코딩을 시작으로 AI 알고리즘 이론, 데이터 처리와 분석 실습 등의 교육이 이뤄진다. 2개월간 외부 전문 교육 기관에서 지식을 익히고 3개월은 현업에 적용할 수 있는 실무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AIM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데이터사이언스팀 임형준 책임매니저는 “주로 경력 3년 이상이 된 직원들 중에서 코딩을 할 줄 알거나 컴퓨터 공학 관련 전공자를 우선 선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직원들이 ‘능력자’는 아니다. 코딩이라는 것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 접한 직원도 있고 문과 출신 직원들도 수업을 듣고 있다. 차지윤 데이터사이언스팀 매니저는 “실제 코딩을 처음으로 시작한 이들도 약 30%의 비율을 차지한다”며 “학습 진도에 차이가 생길 것이란 초기의 우려와 달리 다들 습득이 빠르다”고 말했다.

전문가 과정인 AIM OJT는 2021년까지 60명의 직원들을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부서마다 AI 준전문가를 양성함으로써 사내에서 AI를 적용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데이터사이언스팀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다.

AIM 프로젝트의 초석을 닦기 위해 데이터사이언스팀은 일종의 ‘태스크포스팀(TFT)’ 형식으로 교육의 커리큘럼을 설계하고 시범 교육을 마쳤다. 시범 과정을 거친 후 지난해 11월부터 공식적인 교육이 시작됐다.
◆임원진부터 평사원까지…뜨거운 교육 열기

AIM 프로젝트는 AIM OJT 외에도 직급에 따라 여러 과정으로 구성됐다. 경영진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AI 전략 과정’은 AI를 적용한 제조 프로세스 혁신, AI와 빅데이터가 가져올 디지털 전환 등 조직 운영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부터 연 1회 전일 오프라인 교육으로 진행된다.

온라인 과정도 운영 중이다. 현대모비스 임직원 전체의 디지털 역량을 높이기 위한 코딩 스킬 향상과 머신 러닝 강의로 이뤄졌다. 이론만 익힐 수 있는 게 아니라 프로그래밍 환경을 제공해 개인 실습도 가능하게 설계했다. 현대모비스 팀당 1명 수준인 340명의 직원이 수강 중인데 그 어떤 온라인 교육보다 빠른 속도로 신청이 마감됐다.

정식 교육이 약 3개월간 진행된 시점에서 직원들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차지윤 데이터사이언스팀 매니저는 “실무에서 엑셀을 활용하거나 혹은 수기로 진행됐던 부분을 코딩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업무가 한층 편해질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사이언스팀이 기대하는 것도 이러한 부분이다. AIM OJT 교육을 끝마친 직원들이 현업에 복귀한다면 현대모비스 회사 전체의 디지털 역량은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가 AI 활용 능력을 전 사 차원으로 확대하기 위해 사내 전문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식 교육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해 공정을 개선하고 불량률을 떨어뜨리는 등 업무 개선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향후 현대모비스는 AIM 교육을 통해 연 2회, 회당 6개월씩 직무 교육 과정을 꾸준히 운영하고 매년 20명 정도의 실무 중심 현장 AI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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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4호(2020.02.17 ~ 2020.02.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