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 저성장 시대…'사상 최대 매출' 비결은]-2019년 저성장 속 ‘사상 최대 매출’ 신화 쓴 기업들-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의 트렌드 놓치지 말아야
끊임없는 투자와 시장 개척이 매출 성장 기업의 제1 조건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2019년 국내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3저(저물가·저성장·저금리) 현상의 늪’에 빠져 기업들의 활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미·중 무역 분쟁의 장기화에 한·일 갈등에 따른 수출 규제까지 겹치며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또한 높아졌다.
하지만 이와 같은 위기의 시대에도 ‘사상 최대 매출’ 달성에 성공한 기업들이 있다. 기업의 위기를 누구보다 일찌감치 감지하고 한 발 앞서 혁신을 준비한 덕분에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성공한 결과다. 지금까지 2019년 연간 실적이 발표된 국내 기업들 가운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대표적인 기업들의 공통점을 찾아봤다.

◆비결1-신사업에 지속적인 투자, 드디어 결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국내 통신 서비스 매출액은 2014년 39조원을 달성한 이후 꾸준히 감소세다. 국내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에는 위기감이 고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신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국내 이동통신 업체들은 지난 10년간 한목소리로 ‘탈통신’을 외치며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 왔지만 탈출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SK텔레콤은 2015년 13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 이동통신 시장점유율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매출(17조1367억원, -0.2%)과 영업이익(1조7080억원, -6.4%)이 동반 하락하며 위기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신산업에 꾸준한 투자를 지속해 왔다. 오랜 노력의 결과 SK텔레콤은 ‘사상 최대 매출’이라는 달콤한 결실을 맛보는 데 성공했다. 2019년 SK텔레콤의 매출은 17조7437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증가한 규모다. 미디어와 보안 등 비통신 부문 자회사들의 성장이 실적 증가를 견인했다. 현재 SK텔레콤의 신산업 매출 비율은 전체의 36% 수준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5%포인트 높아졌다.

유·무선 통신과 초고속 인터넷 사업에 기반한 ‘통신 사업자’였던 SK텔레콤이 유·무선 통신 서비스 외에 미디어(IPTV· OTT), 정보·물리 통합 보안, 온라인 유통(이커머스), 모빌리티(티맵), 인공지능(AI·누구) 등을 아우르는 ‘종합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사업자’로 변신하는 데는 무려 10년간의 노력이 뒷받침됐다.

이 적지 않은 기간 동안 SK텔레콤은 이동통신 부문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을 연관 업체들을 인수·합병(M&A)하는 데 과감히 투자하며 비통신 부문의 성장 기반을 다져 왔다. SK텔레콤의 효자 사업으로 자리 잡은 보안이 대표적이다. 2018년 물리 보안 업체 ADT캡스를 인수해 자회사 NSOK와 합병했다. 정보 보안 기업 SK인포섹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2019년 기준 SK텔레콤의 보안 사업 매출은 1조1932억원으로 전년 대비 17.4% 성장했다.

2019년 나란히 창사 이후 최대 매출 기록을 달성한 카카오와 네이버도 과감한 신사업 투자가 그 발판이 됐다. 네이버는 2019년 매출이 전년 대비 18% 늘어난 6조5934억원을 기록하며 ‘매출 6조원’ 시대를 열었다. 카카오 또한 전년 대비 매출이 28% 불어난 3조898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신사업에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 가고 있지만 전략적으로는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매출이 사상 최대 실적이지만 라인의 마케팅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세를 보였는데 당장의 수익성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신사업에 투자를 지속하며 ‘씨를 뿌리는’ 모습이다.

이와 비교해 카카오는 톡비즈를 비롯해 그동안 공을 들여왔던 신성장 사업들이 자리를 잡으며 수익성을 높여 가고 있는 단계다. 실제 지난해 톡비즈 분야의 매출은 전년 대비 54%(6498억원) 증가하며 사상 최대 매출의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결2-변화하는 소비자, ‘밀레니얼 세대·1인 가구’

스마트폰이 일상에 파고들면서 가장 먼저 ‘위기’를 감지하기 시작한 대표적인 산업을 꼽으라면 유통 분야일 것이다. 통계청이 2월 5일 발표한 ‘2019년 12월 및 연간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34조58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1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편의점은 온라인 쇼핑의 확장세에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표적인 유통 업태다. 하지만 2019년 실적 발표 결과 국내 편의점업계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GS25와 CU가 모두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은 2019년 5조9461억원(전년 대비 2.9%)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편의점업계 점포 점유율 1위인 GS25를 운영 중인 GS리테일은 같은 기간 매출 9조원을 냈는데 이 중 편의점 매출만 전년 대비 4.7% 증가한 6조8564억원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이는 실적 악화에 따른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는 대형마트와는 상반된 결과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

똑같은 위기에도 대형마트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편의점업계의 비결은 하나로 모아진다.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20~30 젊은 세대에 철저히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혼밥족·혼술족을 겨냥한 도시락과 간편 안주 등의 제품 강화다. 편의점업계는 계절별로 다양한 메뉴를 내놓는가 하면 커피·디저트까지 저렴한 가격과 특색 있는 서비스로 자신들만의 경쟁력을 높여 가고 있다.

편의점업계만큼이나 ‘20~30대 1인 가구 소비자’들을 사로잡으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분야는 가전 렌털이다. 코웨이와 SK매직이 대표적이다. 코웨이는 2019년 매출 3조189억원(전년 대비 11.5%)을 올리며 창사 이후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SK매직도 지난해 매출 8746억원으로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올렸다. 전년과 비교해 32.7% 증가한 수치다.

가전 산업이 전반적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분위기에도 렌털 업체들이 1인 가구 소비자들의 마음을 꽉 붙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구독 경제’ 모델의 활성화다. 필요한 때 잠시 좋은 품질의 제품을 빌려 쓸 수 있다는 장점에 직접 물건을 관리할 필요가 없는 편리함까지 더해지며 최근에는 정수기뿐만 아니라 매트리스·의류청정기·전기레인지 등까지 렌털 품목이 확대되는 중이다. 두 회사 모두 스마트 홈 디바이스 등을 통해 정보기술(IT)과의 시너지를 키우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코웨이는 국내 대표적 게임 업체인 넷마블에 인수돼 향후 시너지를 높여 갈 계획이고 SK매직은 SK텔레콤의 스마트 홈 부문과 협업을 꾀하고 있다.

◆비결3-해외 매출 탄탄, 글로벌 공략 빛 발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은 기업의 성장을 위해 필수 코스가 된 지 오래다. 실제로 2019년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한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는 ‘해외 시장에서의 지속적인 성장세’가 기반이 된 곳들이 적지 않다.

국내 게임 업체 펄어비스는 2019년 매출 5389억원, 영업이익 1538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33.1% 증가한 매출로 역대 최대다. 이 중 연간 해외 매출 비율이 71%에 달한다. 간판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검은 사막’의 북미·유럽 시장에서의 성과가 밑바탕이 됐다.

북미와 유럽은 그동안 국내 게임 업체들이 고전해 온 대표적인 지역이다. 국내 게임 업체들은 오랫동안 중국 시장에 집중해 왔지만 최근 중국 시장의 문이 닫히며 고전 중이다. 이에 비해 펄어비스는 북미·유럽 시장을 포함해 발 빠르게 다양한 국가들에 진출하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이어 갈 수 있었다. 검은사막 PC온라인은 2014년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후 검은사막을 한국에 서비스하고 반년 만에 일본에 진출한 데 이어 5개월 만에 러시아 게임도 내놓았다. 2016년 3월에는 북미와 유럽 시장에 진출했고 2017년 1월에는 대만, 2017년 7월 남미, 같은 해 12월 터키와 중동 아프리카 시장에 검은사막을 선보였다. 2018년 1월 태국과 동남아시아에도 진출했다. 현재 150개 국가에서 12종 언어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지난해 매출 7조6854억원(13.9%)으로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또 경신하며 15년째 연속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는 LG생활건강도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지난해 미·중 무역 분쟁과 중국의 전자 상거래법 개정, 홍콩 사태 장기화 등 악재가 쏟아진 가운데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15년 연속 성장을 이뤄낸 LG생활건강의 일등 공신을 꼽자면 단연 ‘후’, ‘숨’, ‘오휘’ 등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들이다. 중국과 일본 등에서 고급 화장품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며 해외 시장 공략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후’는 지난해 2조5836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단일 브랜드로 2조원대 매출에 성공했다.
끊임없는 투자와 시장 개척이 매출 성장 기업의 제1 조건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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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5호(2020.02.24 ~ 2020.03.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