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 저성장 시대…'사상 최대 매출' 비결은]
- 사상 최대 매출 기업② LG전자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LG전자가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LG전자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62조30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3년 연속 연간 매출이 60조원을 넘어섰고 2017년 달성한 종전 역대 매출액 61조3963억원 기록을 경신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2조4361억원으로 전년 대비 9.9% 줄었다.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가전은 LG’…고객 가치 앞세우며 글로벌 공략
LG전자의 최대 매출은 LG 시그니처(LG SIGNATURE) 등 프리미엄 제품의 비율을 높여 온 생활 가전 사업(H&A)의 성과가 돋보였다. 생활 가전 부문은 연간 매출 20조원을 첫 돌파했다. 가전 사업의 영업이익(1조9962억원)과 영업이익률(9.3%)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또 자동차 부품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연간 기준 매출액이 5조원을 처음으로 넘었다.

매출 5조원 처음 넘은 자동차 부품 사업
LG전자는 ‘수익 기반의 성장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시장의 수요 감소와 국제 정세 불안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시장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변화를 통한 성장, 성장을 통한 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수익 기반의 성장을 가속하기 위한 전략은 프리미엄 브랜드 강화에 있다. ‘LG시그니처’.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등 초(超)프리미엄을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일반 생활 가전에선 LG시그니처를, 빌트인 주방 가전에선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각각 운영하며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생활 가전 부문에서 새로운 수요 창출도 주효했다. 이른바 신(新)가전으로 불리는 스타일러·공기청정기·무선청소기 등이다. 냉장고·세탁기·에어컨이 주름잡던 가전 시장에서 새로운 개념을 제안한 신성장 제품군으로 성장했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전략과 원가 구조 개선에 그치지 않고 새 수요 창출로 가전의 세그먼트를 늘렸다.

의류 관리기인 LG트롬 스타일러는 2011년 첫 신제품이 나왔을 때 비인기 제품이었다. 하지만 2015년 업그레이드된 2세대 제품이 나오고 이듬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의류 관리기라는 신개념 시장을 이끌게 됐다. 대기 질 악화와 미세먼지 이슈가 부상하면서 스타일러·공기청정기·무선청소기는 ‘친환경’, ‘건강관리’ 트렌드에 부합했다. LG전자는 건조기·스타일러·공기청정기·식기세척기·전기레인지 등을 ‘건강관리 가전’의 방향을 잡고 시장 확대에 집중했다.

공통점은 이들 제품이 고가라는 데 있다. LG전자는 전략적으로 고가 가전에 ‘집중’하면서 어려운 시장 환경을 돌파해 나갔다. 필수 가전에선 프리미엄 라인을 부각하고 신가전은 새로운 기술을 강조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일례로 과거 10만원대에 팔리던 무선 청소기는 120만원대에 출시돼도 인기를 누린다. 모터·인버터·컴프레서 등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완성도 높은 자체 기술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가전에서의 LG전자 브랜드는 글로벌 브랜드 월풀과 견줄 정도로 경쟁력이 한 단계 ‘레벨업’ 됐다”며 “LG전자가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선방한 것은 ‘집중 효과’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환경이 어렵고 부진한 상황에서 고가 가전의 비율을 높이고 TV도 올레드(OLED) 판매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LG전자 가전 부문이 양호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고 이익 측면에서도 좋았다”며 “최근 3년간 프리미엄 가전 경쟁력이 향상되면서 ‘가전의 명가’라는 타이틀이 적합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유럽 환경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전기차가 확대되는 국면이다. LG전자의 VS(자동차부품솔루션)사업본부는 핵심 부품 내재화,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가전은 LG’…고객 가치 앞세우며 글로벌 공략

자동차 부품, 태양광 패널 사업 고성장
LG전자의 자동차 부품 사업은 그룹의 미래 성장 사업으로 불리고 있다. 자동차 전자 장비(전장) 분야의 부품, 차량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및 차세대 전기차 솔루션을 개발해 유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LG디스플레이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과도 연관성이 큰 부문이다.

자동차 부품 사업은 지속적으로 적자 상태였지만 최근 손실 폭을 줄이는 모습이다. 2018년 8월 오스트리아 헤드램프 기업인 ZKW를 인수한 뒤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서면서 전년 대비 30% 가깝게 성장했다. 시장에선 올해 고부가 제품인 전기차 부품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수익 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업용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모듈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BS(비즈니스 솔루션) 사업본부는 지난해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좋았다. BS사업본부는 지난해 매출액(2조6726억원), 영업이익(2468억원), 영업이익률(9.2%)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생활 가전 다음으로 높다.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전략 제품의 매출이 늘어나고 고출력 프리미엄 태양광 모듈의 판매가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자동차 부품과 비즈니스 솔루션은 B2B 사업에 해당한다. LG전자는 B2B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사업부 명칭을 변경하는 등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B2B 역량을 강화했다. 또 현지화 전략도 주효했다. 태양광 사업은 반덤핑 관세 등 무역 장벽을 돌파하기 위해 미국 헌츠빌 공장을 가동하고 이를 통한 현지화 전략을 꾀했다.

지난해 성과가 부진했던 스마트폰 사업은 올해 5G 시장 확대에 발맞춰 다양한 5G 모델을 국가별 상황에 따라 출시할 계획이다. 또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전략을 통해 적극적인 원가 절감에 나서고 있다. TV 사업은 올해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OLED 공장 양산을 계기로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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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5호(2020.02.24 ~ 2020.03.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