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코로나 쇼크'에 빠진 대한민국]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백화점·면세점·마트 휘청…여행·항공·호텔 등도 ‘직격탄

한국 산업 전반을 감염시킨 ‘코로나19’, 업종별 영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 산업 생태계를 덮쳤다. 소비 심리가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유통업계는 오프라인 매장에 사람이 사라지며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하늘길이 막히면서 여행·항공·호텔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자동차·반도체·화학 등 제조업계는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하면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 문을 닫았다.

이미 수많은 대기업의 사옥 폐쇄도 이어졌다. 직장인들의 코로나19 확진이 이어지면서 GS홈쇼핑·SK텔레콤·LS그룹 등 대기업들은 임시로 사옥을 폐쇄하고 방역에 힘썼다. 도심 전체에 비상이 걸리면서 재택근무를 하는 기업은 손에 꼽을 수 없이 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종식 전까지는 상황을 타개할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통
‘코로나 포비아’에 백화점 20%, 면세점 40% 매출 감소

‘코로나 포비아’로 소비자들은 외출을 꺼렸고 소비 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면세점과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은 잇달아 폐쇄됐다.

2월 셋째 주 기준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6%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빅3 백화점의 2월 매출만 최소 50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2월 1일부터 25일까지 매출이 전년 대비 20.3% 빠졌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은 15.8% 감소했고 현대백화점은 12.1% 줄어들었다.

유통업계 매출이 직격탄을 맞은 이유는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으로 문을 닫는 매장들이 생기면서 영업일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 방문 등으로 2월 임시 휴점한 백화점 점포는 롯데백화점 명동본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연매출이 조 단위를 찍는 곳들이다. 하루만 문을 닫아도 매출 수백억원이 사라지며 손해가 클 수밖에 없다. 2월 셋째 주 숙박업과 음식점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5%, 14.2%나 줄었다.
한국 산업 전반을 감염시킨 ‘코로나19’, 업종별 영향은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이 30% 넘게 줄면서 면세점 매출액도 40% 정도 감소했다. 면세점업계 실적 타격이 불가피해지자 상반기 최대 이슈였던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전도 시들해졌다.

사상 첫 유찰이 나온 데 이어 참여를 신청했던 중견기업 면세업체 SM면세점이 입찰을 포기했다. 코로나19의 타격으로 면세점 매출이 급속도로 추락하면서 높은 공항 임대료 부담에 업계가 손을 들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인천공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과 한국인 여행객 모두 급속도로 줄었다. 인천공항의 2월 이용객은 160만 명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43%나 줄었다. 공항 내 대기업 3사 면세점의 2월 매출액도 1050억원 수준으로 전월보다 51%나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구나 코로나19의 악영향으로 정부 지원에서 중견기업과 대기업이 배제되면서 부담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SM면세점은 “입찰을 재검토한 결과 인천공항의 높은 임대료와 코로나19 지원 배제 및 경영 악화에 따른 후유증이 커질 것으로 판단돼 (T1 면세점) 입찰을 포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SM면세점이 입찰전에 손을 들기 전 인천공항 입찰 사상 첫 유찰 사례까지 나왔다. 2월 27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인천공항 제1터미널 대기업 사업권 5곳(DF2·DF3·DF4·DF6·DF7)에 대한 사업 제안서를 접수한 결과 DF2(향수·화장품), DF6(패션 기타) 사업권 등 2곳은 입찰 업체 수 미달로 유찰됐다.

유찰된 곳 중 향수·화장품 사업권인 DF2는 당초 가장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던 구역이다. 업계에서는 인천공항공사가 제시한 DF2 구역의 1차년도 최소 보장금(임대료)이 너무 높았고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치며 부담을 느낀 업체들이 입찰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주말 가족이나 친구와의 약속도 줄어들면서 영화관과 놀이공원은 텅텅 비었다. 영화 관람객과 놀이공원 이용객도 2월 3주 차에는 각각 57.0%, 71.3%나 급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장이 ‘확진자 동선’에 포함되는 순간 사회적으로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다”며 “매출이 급격히 줄었지만 모객을 위한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진행해 홍보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코로나19 종식이 오기를 손 놓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도소매와 음식·숙박업 같은 서비스업의 지난해 말 대출 증가액이 역대 최대로 나타났다. 경기 부진에 빚으로 연명하는 자영업자들이 부쩍 늘었다는 얘기다.
한국 산업 전반을 감염시킨 ‘코로나19’, 업종별 영향은

◆항공
‘노 재팬’ 이어 ‘코로나19’…월급 삭감하고 한 달 휴업 돌입


‘노 재팬’으로 인한 일본 여행 보이콧 타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코로나19가 항공업계에 들이닥쳤다. 코로나19 여파로 한국 하늘길은 절반 이상 닫혔다. 이스라엘 등을 시작으로 한국인 입국금지·제한 국가는 100개국을 넘어섰다.

세계가 빗장을 걸자 항공 수요는 추락했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3월 3일 기준 한국발 국제선 출·도착편은 582편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월 3일 1485편 대비 60.8% 급감한 것이다.

3월 3일 기준 국제선 여객은 지난해 대비 85%나 급감했다. 탑승률을 높이기 위해 저가에 항공권을 팔다 보니 수익성도 뚝 떨어졌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항공업계는 직원 월급을 삭감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아시아나항공은 3월 월급을 33% 삭감하기로 했다.

이스타항공도 지난 2월 직원 급여를 40%만 지급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이날 사내 게시판에 “최소한의 회사 운영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지난해 737맥스 운항 중단과 일본 불매 운동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자산 매각 등 각고의 노력을 해왔지만 올해 급속히 확산된 코로나19 사태는 회사를 다시 최악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토로했다.

에어서울은 항공업계 중 처음으로 3월 동안 모든 노선의 운항을 중지하고 모든 직원이 휴직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내부 논의 결과 전체 12개 노선 중 8개 노선을 3월부터 2주간 운휴하고 임원과 부서장 전부가 내달 급여를 100% 반납하기로 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조규영 에어서울 대표를 비롯한 임원 4명은 일괄 사직서를 제출했고 전 직원들은 3월 이후 1개월 이상 무급 휴직에 돌입한다. 기존 수요의 70% 이상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회사의 위기는 가계 경제의 위기로 돌아왔다. 무급 휴직과 함께 연차 소진 등으로 직원들의 소득 상황도 나빠지고 있다. 한 항공사 승무원은 “월급 삭감 후 받게 되는 금액이 한 달에 120만원”이라며 “집 월세를 내고 생활비를 충당하려면 이번 달 적금을 깨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항공업계는 정부에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월 발표한 긴급 지원 방안은 공항 시설료 납부 유예, 항공 수요 미회복 시 착륙료 10% 감면밖에 없었다.

빈사 상태에 놓인 주요 저비용 항공사(LCC) 6사의 사장단은 2월 말 무담보로 장기 저리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공항 사용료와 세금을 전면 감면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호텔·여행
한 달간 폐업 신고한 여행사만 50여 곳 넘어

항공업계의 타격은 여행업계로 이어졌다. 국내 여행 산업은 코로나19 사태로 줄도산하고 있다. 이미 2월 1일부터 3월 3일까지 폐업을 신고한 여행사는 50곳에 이른다.

한국인 입국 금지를 시행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여행지에서의 동양인 차별 등 부정적인 뉴스가 보도되면서 여행 취소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2월 여행 상품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20% 수준에 그쳤다.

대형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마저 휘청거렸다. 2월 한 달간 하나투어는 85%, 모두투어는 77%의 여행 상품 판매 감소율을 보였다. 대형 여행사들까지 휘청거릴 정도가 되면서 중·소규모 여행사들은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모집한 ‘고용유지지원금’에 신청한 833개 업체 중 49.3%(411개)가 여행 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업종 특성상 종사자가 많아 이대로 가다간 고용 쇼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텔업계는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으로 생긴 공실률을 ‘호캉스’ 열풍으로 내국인 투숙객이 겨우 채웠지만 코로나19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객실을 비롯한 호텔 곳곳을 수시로 소독하고 방역하고 있지만 사회 전반에 번진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혹할 만한 패키지 상품을 내세우거나 마케팅을 진행할 수도 없다. 감염력이 높은 코로나19 의심자나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호텔이 ‘코로나 호텔’로 낙인이 찍혀 받을 타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관광객 감소와 단체 행사 축소로 무더기 예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는 호텔업계도 무급 휴직과 임원 임금 자진 반납 등의 소식이 전해졌다.

롯데호텔은 2월 중순까지 약 5만 건의 예약 취소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라호텔과 조선호텔 등 다른 호텔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호텔 뷔페에서 모임을 갖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식음료 부문 역시 타격을 받았다.

롯데호텔은 임원진 임금의 10%를 자진 반납하기로 결정하며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한화그룹 계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도 비용 절감안과 임원 급여 일부 자진 반납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랜드그룹 계열 켄싱턴호텔·리조트는 이달 일부 지점과 식음업장의 임시 영업 축소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실시하면서 지점별로 식음업장과 객실 임시 영업 축소를 실시하기로 했다. 각 지점별로 축소 영업을 실시하는 동안 해당 지점 직원들은 유급 휴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산업 전반을 감염시킨 ‘코로나19’, 업종별 영향은

◆자동차
메르스보다 심각한 매출 감소

자동차 산업도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완성차 판매량은 1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지난 2월 국내 판매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21.7% 줄어든 8만1722대다.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월 이후 11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지갑이 굳게 닫힌 가운데 생산도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완성차 공장들은 와이어링 하니스를 중심으로 중국산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공장을 멈춰 세웠다. 해외 판매량도 동반 하락하며 완성차 5개사의 수출은 전년 대비 8.6% 감소했다.

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하던 당시와 비교해도 전례가 없던 타격이다.
메르스가 창궐했던 2015년 6월 한 달 동안 기아차는 상반기 내수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 역시 6월 한달간 내수 판매가 4.8% 증가했다. 한국GM과 쌍용차 역시 전년 동기 대비 6월 실적이 상승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내수 절벽이 현실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유·화학
정제 마진 하락에 중국 수출도 감소

코로나19는 정유업계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해까지 실적 부진을 이어 오던 정유업계는 올해 업황 회복과 함께 실적 반등을 기대해 왔다.

하지만 석유 제품 수요 감소에 따른 정제 마진 악화로 당장 1분기 실적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대한석유협회가 3월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석유 제품 소비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6% 감소했다. 특히 휘발유·경유·벙커C유 등은 감소 폭이 각각 16%, 23.5%, 32.8%에 달했다.

정유 화학 업체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두 달 전에 비해 급감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245억원에서 718억원으로 78% 하향 조정됐다. 에쓰오일도 같은 기간 2796억원에서 657억원으로 77%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에 비해 각각 78%와 73% 감소한 것이다.

전염병 확산 우려에 따라 소비 심리 위축, 물동량 감소가 이어지면서 실적 상승이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코로나19 발병 이후 정제 마진이 하락을 이어 가고 있어 수익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3월 1일 발표한 ‘2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석유화학 품목은 9.7% 감소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매출의 5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이 중 20%가 중국으로 향하기 때문에 중국발 수요 둔화가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

이 상황에서 국제 유가 하락세까지 가팔라지면 정유사들은 유가가 높을 때 샀던 원유 비축분에 대한 재고 평가 손실 부담까지 떠안아야 된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며 정유업계에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이미 국내 정유업 대내외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충격까지 더해지고 있지만 대규모 장치산업 특성상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코로나19 확산 전개 상황에 따른 유가 및 석유제품 수급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정유업에 대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kyu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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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7호(2020.03.09 ~ 2020.03.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