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269호 (2020년 03월 25일)

실적 곤두박질치는 유통 기업에도 여전한 ‘출점 규제·의무휴업’

[커버스토리 = 대한민국 신성장 전략 특별기획]
[“‘포스트 코로나’의 해법은 혁신과 규제개혁”…기업 활력을 추스르자]

-영업시간 제한으로 효율적 배송도 막혀…국회에선 오히려 ‘규제 강화’ 움직임


전체 소매 판매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이 과거에 비해 줄었다. 자연히 유통 대기업들의 실적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최근 유통 대기업들이 처한 상황은 ‘위기’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예상을 뛰어넘는 온라인 시장의 규모 확대는 오프라인에 기반해 성장해 온 이들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악재까지 겹치면서 이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현재 모습만 놓고 본다면 한때 국내 유통 시장을 장악하고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갖게 된 ‘유통 공룡’이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돌파구를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유통업계에서는 과거 잘나가던 시절 채워진 ‘규제의 빗장’이 족쇄가 돼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도입되던 시기와 상황 크게 달라져 


현재 시행 중인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은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대규모 점포(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같은 준대규모 점포에 적용된다.

여기에 해당하는 매장들은 유통법에 따라 영업 시간과 의무 휴업 그리고 출점 제한 등의 규제를 받고 있다. 과거 유통 기업들이 급격하게 몸집을 불려 나가던 시절에 전통 시장 등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이 규제가 생긴 배경이다. 2012년을 기점으로 유통법 개정이 활발하게 이뤄진 결과 지금의 규제가 완성되기에 이르렀다.

최근 들어 유통업계에서 이런 규제들을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는 규제가 논의되고 적용됐던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구매 방식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오프라인 유통은 사실상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 휴업 시행이라는 규제가 도입된 2012년 당시의 유통 시장 상황과 현재를 비교해 보면 오프라인 유통 시장이 설 자리가 얼마나 좁아졌는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당시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약 32조원으로 전체 소매 판매액(당시 약 309조원)의 10%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해는 어땠을까.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34조원으로 소매 판매액(약 340조원)의 40%까지 성장했다.

자연히 오프라인에 주력해 오던 유통 공룡들의 실적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전년 대비 28.3% 감소한 427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창 잘나가던 2011년(영업이익 1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약 67% 감소한 1507억원이다. 정점을 찍었던 2013년(영업이익 7350억원)과 비교하면 5분의 1토막이 났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규제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 새로운 성장 전략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과거에 마련된 규제는 최근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의 다양한 혁신에 매번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 휴업은 이들에게 가장 큰 난관으로 꼽힌다.

유통법상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와 SSM은 오전 0시~10시 사이 영업이 금지돼 있다. 또 매월 공휴일(일요일) 중 2일은 의무적으로 쉬어야 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일요일 대신 수요일을 의무 휴업일로 지정하기도 하지만 서울을 비롯한 대부분의 지역은 일요일에 휴업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런 규제는 최근 ‘온라인 강화’를 외치고 나선 유통 대기업들이 대형마트 점포를 활용한 효율적인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문을 닫아야 할 시간을 어기고 배송을 위해 점포를 활용하게 되면 ‘위법’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대세가 된 새벽배송 역시 꿈도 꾸기 어렵다.


◆“물건이 현장에 있어도 배송을 못하는 상황”


다만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하면 규제에서 제외된다. 이에 롯데쇼핑과 이마트는 실적이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도 수천억원을 들여 자체적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새로 구축하고 영업시간 제한 없는 배송에 나섰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이들 역시 쿠팡 등 이커머스 기업들과 비교할 때 다소 뒤늦게 온라인 시장에 들어온 ‘후발 주자’이기 때문이다.

배송 경쟁력을 점차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수도권에 한해서만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을 다음 날 전달해 주는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 대형마트와 같은 점포를 배송 과정에서 적절히 활용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방역제품·생필품에 대한 온라인 주문이 폭증하고 있지만 대형마트는 현장에 물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무 휴업일과 영업 제한 규제에 묶여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며 최근 운영하던 오프라인 점포를 점차 없애는 추세로 접어들었지만 때때로 출점 제한 규제로 인해 뼈아픈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참 장사가 잘될 것 같은 요지들이 곳곳에 눈에 띄지만 역시 규제 때문에 쉽지 않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의 말이다.

유통법은 전통 시장(전통상업보존구역) 1km 내 대규모 점포 개설을 제한하고 있다. 다만 이를 피해 출점 지역을 결정해도 점포 개설 등록 단계에서 지자체에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상권영향평가서는 대형마트 입점이 인근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지역협력계획서는 입점 후 전통 시장 및 중소상인과 상생을 위한 사업 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자료다.

이 과정에서 지역 중소상인과 상생 관련 내용에 대한 협의가 필수인데 이에 실패하고 소상공인들이 점포 개설에 지속적으로 반대하면 지자체도 점포 개설 등록을 내주기 어렵다.

협의를 원활하게 진행해 점포 개설 등록을 통과해도 안심할 수 없다. 대중소기업상생협력 촉진법(상생법)에 규정된 ‘사업조정제도’ 때문이다. 이 법에 근거해 중소상인들은 점포가 문을 열었어도 180일 전까지 이의를 제기하면 다시 영업을 중단하게 할 수 있다.

2018년 5월 오픈했던 롯데몰 군산점도 이런 규제 때문에 영업을 시작한 지 4일 만에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일시 정지 명령’을 받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오히려 규제가 강화될 움직임까지 나타나는 것이 이들이 처한 현실이다. 현재 국회에서 발의된 유통법 관련 개정안 중 상당수가 규제 강화를 다룬 법안이다.

전통 시장 등 골목상권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복합 쇼핑몰 의무 휴업 확대’, ‘전통상업보존구역 확대’, ‘대형마트 상품 구성에서 지역 특산물 비율 확대’ 등 현재보다 더욱 심한 규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권혁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전략팀 팀장은 “전통 시장 등 골목상권으로 소비자들을 유입하기 위한 목적에서 유통 규제가 도입됐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전통 시장을 가지 않는 이유가 자체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냉혹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전경련이 2014년 진행한 자체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에 소비자의 62.0%는 중대형 슈퍼를 이용(38.0%)하거나 다른 요일에 대형마트를 이용(24.0%)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

그는 “대형마트 규제가 아닌 주차 시설 확충과 서비스 강화 등을 도모해 전통 시장을 살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전통 시장을 대변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은 “대형마트 규제가 있었기에 전통 시장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실제 규제 완화가 이뤄지기까지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nyou@hankyung.com


[커버스토리 = 대한민국 신성장 전략 특별기획 기사 인덱스]
① ‘규제 개혁’ 없으면 성장 엔진 멈춘다
- 세계 경제 호령하는 G2의 비결은…‘네거티브 규제’
- ‘말로만 규제 완화’ 언제까지…늘어나는 규제에 속 터지는 기업들
- 조봉현 IBK경제연구소장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미국‧유럽 등 다른 국가와 규제 수준 맞춰야”
-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코로나19 이후의 경기 반등, 우리가 먼저 올라타야”
② 기업 발목 잡는 지뢰밭 규제 걷어 내자
- 신산업 발전 가로막는 촘촘한 ‘규제 트리’ 뽑아내야
- 화평법‧화관법‧미세먼지법…대처에 인력도 시간도 부족하다
- 실적 곤두박질치는 유통 기업에도 여전한 ‘출점 규제‧의무휴업’
- 덩치 커진 한국 금융…규제 완화로 ‘서비스 전환’ 이룰 때
- 꽉 막힌 의료 규제에 중국‧일본으로 가는 SK‧네이버
- ‘일하지 않고 성장이 가능할까’ 기업도 노동자도 우는 노동 규제
- ‘도대체 왜 기업해야 합니까?’ 규제에 꺽인 기업가 정신
③ 다시 뛰는 한국 기업들
- 삼성그룹, 초격차 전략으로 ‘포스트 코로나’ 대비…반도체 등 기술 리더십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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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그룹, 대변신 시작한 ‘100년 기업’ 중공업 넘어 디지털 기업으로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9호(2020.03.23 ~ 2020.03.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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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3-2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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