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대한민국 신성장 전략 특별기획]
[“‘포스트 코로나’의 해법은 혁신과 규제개혁”…기업 활력을 추스르자]
롯데그룹, ‘과거처럼 하면 망한다’…전 사업부문 ‘새판 짜기’ 돌입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과거의 경영 방식을 고수해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최근 롯데그룹 경영진이 하루가 멀다고 내부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얘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연초부터 “국내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됨에 따라 위기감을 갖고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스스로 시장의 틀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돼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한 바 있다.

그만큼 현재 롯데가 처한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그룹을 지탱하는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유통’과 ‘화학’에서 모두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사업 방식에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대며 ‘사업 구조 재편’에 돌입했다.

먼저 그룹의 주력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유통 부문에서 오프라인 매장 축소와 온라인 강화 전략을 함께 꺼내 들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규모가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 것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이다. 강도 높은 다운사이징을 통해 운영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수익성 개선을 꾀하는 것이 목표다.

그룹의 유통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현재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롭스(H&B스토어) 등 700여 개의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30%에 달하는 200여 개 점포의 문을 약 3~4년에 걸쳐 닫을 예정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가 폐점 대상이다. 현재 내부적으로 어떤 점포를 계속 운영해 나갈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단순하게 점포 문을 닫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향후 롯데쇼핑은 보유하고 있는 매장 공간과 40여 년간 축적된 머천다이저(MD) 노하우 그리고 방대한 고객 데이터(약 3900만 명)를 다각도로 활용해 온·오프라인에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서비스 회사’로 거듭난다는 새 비전을 마련했다.

◆‘화학 부문도 ‘시너지’ 위해 통합

오프라인 공간은 업태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장으로 개편해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중소형 백화점의 식품 매장은 신선식품 경쟁력을 갖춘 롯데슈퍼가 입점하고 롯데마트에는 바잉 파워를 갖춘 백화점 패션 바이어가 기획하고 진행하는 등 매장을 선보일 방침이다.

온라인을 강화하기 위해 4월 중 새로운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롯데ON’도 론칭한다. 계열사별로 운영되던 7개사(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닷컴·롯데슈퍼·롭스·롯데홈쇼핑·롯데하이마트)의 모든 상품을 롯데ON에서 구매할 수 있다.

특히 롯데ON은 과거부터 쌓아 온 고객의 구매 데이터 등을 면밀히 분석해 개인별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유입을 도모한다. 2023년까지 이커머스 취급 규모를 지금보다 3배 정도 늘어난 20조원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기존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됐던 사업부문을 롯데쇼핑 대표이사 체제의 통합법인(HQ)으로 재편해 의사 결정과 업무 처리에서의 효율성을 높였다.

화학 부문에서도 기존의 사업을 하나로 합쳐 시너지를 꾀했다. 올해 초 기초 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롯데케미칼이 첨단 소재 사업을 담당하는 롯데첨단소재를 합병하기로 한 것이다.

두 사업 분야의 특성이 상이한 만큼 각각의 체제로 운영되지만 롯데케미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다 탄탄하게 구축하고 각 영역에서 핵심 역량을 효과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국내외에서 지속적인 설비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원가 경쟁력을 높여가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내 생산 거점인 여수·울산·대산 지역은 물론 미국·동남아 등 해외에서도 대규모 설비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국내외 공장의 신·증설이 완료되면 롯데의 화학 부문은 국내외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nyou@hankyung.com

[커버스토리 = 대한민국 신성장 전략 특별기획 기사 인덱스]
① ‘규제 개혁’ 없으면 성장 엔진 멈춘다
- 세계 경제 호령하는 G2의 비결은…‘네거티브 규제’
- ‘말로만 규제 완화’ 언제까지…늘어나는 규제에 속 터지는 기업들
- 조봉현 IBK경제연구소장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미국유럽 등 다른 국가와 규제 수준 맞춰야”
-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코로나19 이후의 경기 반등, 우리가 먼저 올라타야”
② 기업 발목 잡는 지뢰밭 규제 걷어 내자
- 신산업 발전 가로막는 촘촘한 ‘규제 트리’ 뽑아내야
- 화평법화관법미세먼지법…대처에 인력도 시간도 부족하다
- 실적 곤두박질치는 유통 기업에도 여전한 ‘출점 규제의무휴업’
- 덩치 커진 한국 금융…규제 완화로 ‘서비스 전환’ 이룰 때
- 꽉 막힌 의료 규제에 중국일본으로 가는 SK네이버
- ‘일하지 않고 성장이 가능할까’ 기업도 노동자도 우는 노동 규제
- ‘도대체 왜 기업해야 합니까?’ 규제에 꺽인 기업가 정신
③ 다시 뛰는 한국 기업들
- 삼성그룹, 초격차 전략으로 ‘포스트 코로나’ 대비…반도체 등 기술 리더십 선점
- 현대차그룹,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 목표…‘기술 개발’에 61조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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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9호(2020.03.23 ~ 2020.03.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