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269호 (2020년 03월 25일)

“코로나19 이후의 경기 반등, 우리가 먼저 올라타야”

[커버스토리 = 대한민국 신성장 전략 ① ‘규제 개혁’ 없으면 성장 엔진 멈춘다]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산업팀장
-“정부, ‘시장이 놀랄 만한 파격적 지원책’ 내놔야”




“코로나19 사태를 먼저 진정시키는 나라가 전 세계 유동성 확대의 수혜자가 될 것입니다.”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얼어붙은 경제에 ‘백신’을 놓고 있다. 3월 15일 미국 중앙은행(Fed)을 시작으로 일본·한국·호주·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이 일제히 경기 급락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았다.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산업팀장은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다시 확대되는 분위기에서 이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코로나19가 빨리 종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 불안과 공장 가동률을 빠르게 회복한 중국의 사례를 들었다.

김 팀장은 “중국은 코로나19 발원지임에도 금융 시장이 가장 먼저 안정되고 있고 증시가 잘 버티고 있다”며 “한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중국 다음으로 빠르게 번진 것은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이후 사태를 먼저 해결할 수 있다고 하면 수혜국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팀장이 속한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월 16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산업별 영향’ 보고서를 발간하고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 피해와 각 산업별 타격 및 대응 가능한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3월 11일 코로나19의 팬데믹(대유행)을 선언했고 전 세계 증시와 산업계, 공급망까지 도미노식 위기를 맞는 중이다. 김 팀장을 3월 18일 만나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이후 경제·산업 구조 변화와 산업별 대응책이 무엇인지 들었다.

그는 “실물 경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시장의 기대가 완전히 바뀔 정도의 파격적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V자 경기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전례를 보면 이번과 같은 전염병으로 충격을 받았을 때 전염병이 사라지면 대부분 V자로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번에도 V자 회복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입니다.

다만 정책 대응의 신뢰성 여부와 2차 유행 여부 등에 따라 U자형이나 W자형 회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밸류 체인이 완전히 망가지면 L자형 회복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위기의 바닥은 언제쯤일까요.
“중국의 사례를 보면 강력한 격리 조치를 실행했을 때 한 달 이후 바이러스 확산세가 많이 잡히고 있습니다. 확산세가 잡힌 이후에도 한 달 정도는 지나야 정상적인 경제생활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를 감안할 때 한국은 이르면 4월, 유럽과 미국은 5~6월 정도가 바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물론 가장 좋은 시나리오일 때 얘기죠. 만약 방역에 실패하면 비슷한 과정을 다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바닥 시기를 예측하는 것이 무의미해집니다.”

-미국은 파격적인 경제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미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여파도 있지만 저유가가 증시에 상당히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불을 붙인 유가 전쟁이 한창인데요. 세계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 유가 하락과 함께 석유 물동량이 줄어들면서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의 대규모 부실이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 셰일 기업들이 하이일드 채권(신용 등급 BBB 이하 채권) 시장에 상당히 많이 들어와 있는 상황이어서 하이일드 채권 리스크가 곧 회사채 시장과 자금 시장의 신용 경색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10여 년 만에 기업어음(CP) 매입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도 그 때문인가요.
“맞습니다. Fed가 CP 시장에 개입한 것도 회사채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마중물을 부은 것이죠. 아직까지 Fed가 회사채를 직접 매입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합니다. CP를 매입하고 양적 완화를 통해 신용 경색을 완화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 같은 초강수로도 해결이 안 되면 결국 법을 바꿔서라도 Fed가 회사채까지 사는 ‘질적 완화’로 가야 한다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추가경정예산이 확대돼도 산업 현장이나 시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재정 지원은 아직까지 상당히 소극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000조원인데 추경 11조7000억원은 GDP 대비 0.6%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입니다(3월 18일 기준). 미국은 1조2000억 달러의 지원 정책을 발표하며 GDP(20조 달러) 대비 6% 수준의 경기 부양 계획을 세웠습니다.

한국이 미국보다 코로나19 사태가 먼저 퍼졌지만 중앙은행의 대응은 늦었습니다. 미 Fed가 연 0~0.25%의 기준 금리, 7000억 달러의 양적 완화라는 2008년 금융 위기급의 대책을 공개하자 한국은행도 뒤늦게 동참했죠. 물론 재정 악화에 대한 부담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국가 채무 비율도 한국이 미국보다 낮습니다. 미국이 GDP 대비 100%가 넘지만 한국은 36%이기 때문에 충분한 대응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큰 위기라고 판단하는 상황입니다. 위기 시에는 비정상적 정책들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떤 추가 정책이 필요할까요.
“한국은행은 금리를 0%대로 내리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한국은행이나 경제 부처에서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내주길 원합니다. 2012년 유로존 경제가 극심한 침체 위기를 맞았을 때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존의 침체 위기를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시장을 안정시켰습니다. 한국은행이 ‘어쩔 수 없이 한다’는 뉘앙스보다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쓸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월 보고서 발간 이후 ‘팬데믹’이 선포됐습니다.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진 업종은 어디인가요.
“전 세계적으로 인적 이동이 금지되면서 항공과 여행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어요. 2월부터 국내 내수는 거의 멈춰 있는 상황입니다. 내수와 관련 있는 숙박이나 유통의 피해 상황 역시 심각합니다. 다만 제조업은 다른 나라와 달리 공장이 완전히 멈춰 선 상황은 아니에요. 중국산 공급 차질과 경북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울산과 창원 등의 공장이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했지만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낫다고 판단합니다.”

-정부가 이미 항공업·여행업 등에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습니다.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 더 과감하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미국은 2조 달러에 달하는 부양책을 마련하고 있어요. 특히 4월 예정이었던 소득세 납부 기한을 연기하면서 감세 정책을 취한 것처럼 추가적인 세금 감면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대기업보다 후발 면세점, 저비용 항공사, 3성급 이하 호텔 등 업계 후발 주자들의 타격이 더 커요.

이 업체들은 중국의 수요를 기대하고 만들었다가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고꾸라졌거든요. 이들에 대한 구조 조정 압박이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항공 1·2위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각각 경영권 다툼과 매각으로 능동적 대처가 어렵다는 점도 부정적이에요.”

-해운·조선업계는 어떤가요.
“유가가 급락했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오히려 작년보다 원유 수요가 감소할 확률이 높습니다. 석유 물동량이 줄고 해운업계에서 중요한 기타 자본재에 대한 물동량도 줄고 있어 해운업계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업계는 세계 경제 흐름에 민감한 업종은 아닙니다. 조선업은 5~6년 이후 업황을 보고 미리 수주합니다. 그런 사이클로 볼 때 조선업계는 이번 사태에서 중립적인 위치라고 판단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시가총액이 급격하게 추락했습니다. 경제 위축으로 반도체가 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이나요.
“반도체 위기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반도체는 수요보다 공급 측의 흐름을 따릅니다. 반도체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과다 공급이었습니다. 호황기 때 설비 투자를 하고 생산을 늘리면서 이에 따른 가격 하락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가 작년 여름에 저점을 찍고 지금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이 코로나19 이후 ‘자주적 산업 체인 구축’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중국은 10년 전부터 경제 규모 커지면서 자급자족을 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동안 해외에서 중간재나 원자재를 수입해 최종재로 수출하던 구조가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 비율이 계속 유지돼 왔습니다.

한국은 중간재나 자본재 위주의 수출 구조가 단기간에 변하기 어려워요. 오히려 소비재나 신산업으로 확 바꾸는 것보다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중간재의 경쟁력을 높여 중국 외 다른 지역에 대한 수출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어요. 중간재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계속 쥐고 가면서 최근 중국 등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화장품·엔터테인먼트 등 한류를 활용한 산업의 수출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봅니다.”

약력 : 1971년생. 2011년 서강대 경제학 박사. 1999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 본부. 2009년 외환은행 개인상품부. 2012년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2012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시장팀 연구위원. 2020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산업분석팀 팀장(현).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커버스토리 = 대한민국 신성장 전략 특별기획 기사 인덱스]
① ‘규제 개혁’ 없으면 성장 엔진 멈춘다
- 세계 경제 호령하는 G2의 비결은…‘네거티브 규제’
- ‘말로만 규제 완화’ 언제까지…늘어나는 규제에 속 터지는 기업들
- 조봉현 IBK경제연구소장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미국‧유럽 등 다른 국가와 규제 수준 맞춰야”
-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코로나19 이후의 경기 반등, 우리가 먼저 올라타야”
② 기업 발목 잡는 지뢰밭 규제 걷어 내자
- 신산업 발전 가로막는 촘촘한 ‘규제 트리’ 뽑아내야
- 화평법‧화관법‧미세먼지법…대처에 인력도 시간도 부족하다
- 실적 곤두박질치는 유통 기업에도 여전한 ‘출점 규제‧의무휴업’
- 덩치 커진 한국 금융…규제 완화로 ‘서비스 전환’ 이룰 때
- 꽉 막힌 의료 규제에 중국‧일본으로 가는 SK‧네이버
- ‘일하지 않고 성장이 가능할까’ 기업도 노동자도 우는 노동 규제
- ‘도대체 왜 기업해야 합니까?’ 규제에 꺽인 기업가 정신
③ 다시 뛰는 한국 기업들
- 삼성그룹, 초격차 전략으로 ‘포스트 코로나’ 대비…반도체 등 기술 리더십 선점
- 현대차그룹,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 목표…‘기술 개발’에 61조 올인
- SK그룹, ‘사회적 가치’를 미래 경영의 줌심에…신소재‧AI 등에서 신성장 동력 찾기
- LG그룹,  ‘뉴 LG’ 플랜 가동, AI 선점하고 디지털 전환 속도 낸다
- 롯데그룹, ‘과거처럼 하면 망한다’…전 사업부문 ‘새판짜기’ 돌입
- 포스코, 한국 철강 산업의 자존심, 고부가가치 WTP 제품 앞세워 위기 정면 돌파
- 한화그룹, 10년의 도약 이끌 ‘한화솔루션’ 출범…화학‧소재‧태양광 통합
- 신세계그룹, 이마트 점포 30% 이상 리뉴얼…‘매장 혁신’에 사활 건다
- CJ그룹, ‘한류 열풍’ 이끌며 ‘글로벌 생활문화 기업’으로 도약한다
- 두산그룹, 대변신 시작한 ‘100년 기업’ 중공업 넘어 디지털 기업으로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9호(2020.03.23 ~ 2020.03.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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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3-2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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