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코로나19가 바꾼 세계, 빅 퀘스천5]- 100% 재택근무 가능할까
- 최정호 스마트스터디 CLO…“유토피아 아니라 ‘정글’, 자율만큼 책임 따라”
“코로나 이후 직원 75% 재택근무… 디테일한 ‘가이드북’이 성공 비결”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의 고민은 ‘재택근무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다. 이 어려운 실험을 지속하면서 주목 받고 있는 곳이 있다. ‘아기상어’, ‘핑크퐁’으로 유명한 콘텐츠 기업 스마트스터디다. 스마트스터디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약 한 달 동안 전사적인 재택근무를 실시한 후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둘째 전사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최정호 CLO(Chief Life Officer)는 “회사의 창업 시점부터 자율적인 업무 방식을 존중해 왔고 그 일환으로 재택근무도 실시한다”며 “스마트스터디의 재택근무는 ‘신뢰’와 ‘책임’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CLO라는 직함이 독특합니다. 어떤 업무를 담당하나요.
“인사 총괄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HR(Human Resource)이 아니라 ‘라이프’라는 키워드로 직함을 만든 것은 구성원들의 사무 환경, 일하는 방식 등 넓은 범위에서 직원들의 성장을 돕는다는 의미를 담고 싶어서입니다. 제가 속한 조직의 이름은 NPC팀입니다. 논 플레이어블 캐릭터(Non Playable Character)라는 게임 용어에서 착안한 것으로 직원들의 성장을 돕고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스마트스터디는 어떻게 재택근무를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결정을 했나요.
“10년 전 창업자들이 회사를 세우면서 가장 중시한 부분은 바로 ‘자율’입니다. 어떻게 하면 비효율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고 그 고민의 결과가 각 구성원에게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율성을 바탕으로 각자의 업무 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스마트스터디에서는 근무의 형태나 방식, 장소를 스스로 선택하고 각자의 업무 실험을 통해 가장 스마트하게 일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전사적으로 재택근무·원격근무를 실시한 것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입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로도 재택근무 문화를 유지했고 이번에 다시 한 번 전사적인 재택근무를 실 시한 것입니다.”

재택근무 비율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습니까.
“코로나19 이전에는 재택근무·원격근무 비율이 10% 미만으로 유지됐습니다. 동료나 상사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적게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각자 업무를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선택한 결과입니다. 코로나19 이후로는 전사적인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평균 75% 수준으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한 달이 넘어가면서 그 수치는 50% 정도로 조금 떨어진 상탭니다.”

비율이 낮아진 이유는 무엇입니까.
“재택근무가 모든 면에서 효율적인 것은 아닙니다. 재택근무가 쉽지 않은 직원들이 있습니다. 협업이 중요한 부서는 비대면이 오히려 효율을 떨어뜨리죠. 직급보다는 조직별 차이와 기능에 따라 비대면 업무와 대면 업무의 선호도가 갈리는 것 같습니다. 재택근무 가이드를 만들고 교육을 해도 재택근무 경험치가 다르기 때문에 만족도가 달라집니다.”

‘재택근무 가이드’를 만든 점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재택근무를 하는 이유, 기대 효과와 함께 ‘재택근무를 이렇게 해 달라’는 구체적인 지침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업무 시작과 종료 시간을 팀원 혹은 협업 구성원과 인사팀에 e메일로 공유하도록 합니다. 재택 시작 e메일에는 일과 중 진행 예정 업무를, 재택 종료 시에는 진행 완료 업무를 기재합니다. 재택근무는 근무 장소의 변동만 있을 뿐 회사 출근과 동일한 근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함께 일하는 동료와 원활하게 협업할 수 있도록 대략적으로 업무 내용을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우리도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이와 같은 공유 e메일을 쓰지 않았다가 점차 추가되고 발전됐습니다. 무엇보다 업무 상황을 공유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서로가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다는 ‘신뢰’를 유지하게 됐습니다. 재택근무를 비롯한 자율적인 조직 문화를 가진 곳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바로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2015년 전사적인 재택근무를 실시한 후 설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어떤 교훈들을 얻었습니까.
“몇 가지 주요한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재택근무 시행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 도움이 됐다(76%)’가 ‘그저 그렇다(22%)’보다 높았습니다. 사무실 근무와 비교해 전반적으로 업무 효율이 올라갔는지에 대해서는 ‘향상됐다(52%)’가 ‘비슷했다(40%)’보다 소폭 높았습니다. 재택근무가 사무실 근무에 비해 업무 효율성이 압도적으로 높지는 않았던 겁니다. 재택근무의 대표적인 비효율에 대해 직원들은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을 꼽았습니다. 메신저·e메일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툴보다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하는 게 더 편하다고 했습니다. 메신저 응답을 기다리면서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협업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는 응답도 있었습니다. 가상 사설망(VPN)을 연결했을 때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기도 했습니다. 반면 재택근무의 장점으로는 ‘시간과 비용의 절약’, ‘맞춤형 업무 공간과 스케줄’, ‘업무 집중’, ‘행복한 가정생활’ 등이 꼽혔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을 진행해 왔습니다.”

축적된 경험을 통해 개선된 점들은 무엇입니까.
“우선 언제 어디서나 원활한 근무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습니다. VPN의 느린 접속 속도에 따른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는 전문 장비를 도입해 회선 속도를 높인 게 대표적이죠. 또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집에 데스크톱이나 듀얼 모니터 등의 하드웨어 장비가 없는 점이 불편 사항으로 꼽혔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사내 워크스테이션 내에 있는 장비를 집에 가져가 쓸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또한 2020년 버전의 ‘재택근무 가이드’를 모든 구성원과 공유하고 스스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재택근무의 노하우를 쌓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올해 다시 한 번 재택근무 만족도 설문 조사를 실시했는데 재택근무 시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대답한 비율이 91%로 5년 전(76%)보다 만족도가 올라간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2020 재택근무 리포트’를 작성했습니다. 앞으로 더 개선된 재택근무가 시행됐으면 하는 바람에서입니다.”

자율성을 높이면서 생산성도 끌어올리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성과와 결과 중심으로 판단을 하는 것입니다. 자율의 세계가 곧 ‘유토피아’는 아닙니다. 자율성이 있는 만큼 ‘책임’도 뒤따릅니다. 구성원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정글’에 가깝고 각자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조성돼 있습니다. 자율 출퇴근과 재택근무 등을 통해 일하는 공간과 시간의 자율성을 100% 보장하고 또 휴가도 제한 없이 쓸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회사는 ‘일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1년 평균 20일 정도의 휴가를 쓰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무제한 휴가인데 왜 더 오래 쓰지 않느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자율과 책임이 함께 맞물리면 적정 테두리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율을 추구하는 과정이 오히려 더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스마트스터디는 왜 자율을 추구합니까.
“조직의 성장을 위한 핵심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와 같이 창의성이 중요한 조직이라면 ‘일하는 방식’에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자율이 없다면 공장과 다르지 않겠죠. 모든 기업이 재택근무를 실시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각 기업이 가지고 있는 조직 문화에 맞는 업무 방식을 찾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3호(2020.04.20 ~ 2020.04.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