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반갑다, 집콕 식품업계 ‘왕좌의 게임’]
-동원F&B ‘양반죽’에 CJ제일제당 ‘비비고죽’ 도전…치열해지는 점유율 경쟁
‘파우치죽’ 나오며 펄펄 끓기 시작한 죽 시장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30년간 용기 죽을 통해 죽 시장을 평정해 온 동원F&B ‘양반죽’이 적수를 만났다. 2018년 CJ제일제당이 상온 파우치 죽인 ‘비비고 죽’을 출시하면서 미지근했던 죽 시장이 끓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파우치 죽’의 등장으로 상품 죽 시장에 여러 변화가 생겨났다. 먼저 시장 전체 규모가 급격히 성장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7년 720억원대 규모였던 상품 죽 시장은 지난해 약 1400억원대로 2년 만에 두 배 이상 커졌다.

또 지난 30년간 동원F&B의 ‘양반죽’이 지배했던 시장을 ‘2강 체제’로 바꿔 놓았다. 지난해 상품 죽 시장에서 동원F&B 양반죽은 43.4%,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죽은 34.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가장 최근인 올해 1~3월 조사에서는 양반죽 41.6%, 비비고 죽 36.6%로 격차가 더욱 좁혀졌다.
‘파우치죽’ 나오며 펄펄 끓기 시작한 죽 시장
◆상품 죽 시장 판도 바꿔 놓은 ‘비비고 죽’

파우치 죽은 죽의 유통 판로도 바꿔 놓았다. 기존엔 편의점 용기 죽으로 간단히 요기하거나 전문점에서 포장해 갔다면 이제는 마트에서 파우치 죽을 구입해 가정에서 데워 먹는 것으로 소비 방식이 변했다. 판매 경로에도 변화를 가져 왔다. 기존 상품 죽 판매 경로는 편의점이 38%로 가장 높았지만 지난해에는 할인점이 35.1%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채널이 됐다. ‘비상식’이던 죽이 ‘일상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국내 죽 시장에서 파우치 죽이 급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11월 CJ제일제당이 ‘비비고 죽’을 출시하면서부터다. 2018년 3분기만 해도 파우치 죽의 점유율은 6%에 불과했다. 하지만 비비고 죽 출시 이후 차츰 성장하면서 올해 1분기에는 49%까지 급증했다. 사실상 용기 죽과 함께 시장을 양분하게 된 것이다.

‘비비고’ 브랜드를 통해 국내 가정간편식(HMR)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CJ제일제당은 상품 죽 시장의 성공적 진출을 위해 연구·개발(R&D)을 거듭해 왔다. 성공을 위해 햇반 등 쌀 가공 분야 상온 HMR 전문가로 구성된 ‘비비고죽 연구개발팀’을 꾸렸다. 연구개발팀은 쌀·육수·원물 등 세 가지 항목에 연구를 집중했다.

비비고 죽은 국내 가공 업체 중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맞춤식 자가 도정 기술’을 통해 죽 제품에 가장 알맞게 도정한 쌀을 사용했다.

상온 HMR 제품의 안전성과 맛을 동시에 잡기 위한 ‘레토르트 살균 기술’도 적용했다. 용기와 파우치 안에 쌀·육수·고명·물 등 원재료를 모두 넣고 조리와 살균을 동시 진행한다. 재료들 간 열 전달률이 높아 살균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레토르트 특유의 냄새도 없앤다. 연구팀은 가열 시간과 온도를 달리하는 수많은 실험 과정을 통해 메뉴별 최적의 레토르트 시간과 온도를 찾아냈다.

CJ제일제당이 상품 개발에 집중한 이유는 상품 죽 시장이 30년간 큰 변동 없이 굳건하게 유지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죽 시장 진출 전에는 전망을 회의적으로 보는 분위기도 있었다. 이미 동원F&B의 양반죽이 평정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최근 HMR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를 반영해 맛 품질·편의성·가성비를 갖추면 성공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해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HMR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상품 죽에서도 죽 전문점 수준의 프리미엄급 제품을 원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넉넉한 용량에 대한 니즈, 중고등학생 등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죽을 많이 소비한다는 특징도 있었다. 이에 따라 비비고만의 차별화된 프리미엄 용기 죽과 시장에 없었던 상온 파우치 죽의 두 가지로 개발 전략을 정했다.

하지만 국내 죽 시장에서 30년간 굳건히 자리를 지켜 온 동원F&B의 ‘양반죽’의 브랜드 파워는 여전히 굳건하다. 2018년 누적 판매량 5억 개를 돌파한 양반죽은 최근 3년간 연평균 30%의 달하는 판매량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용기 죽으로 국내 상온 죽 시장을 이끌어 온 동원F&B는 지난해 ‘양반 파우치 죽’을 출시해 2위 브랜드의 추격을 따돌릴 계획이다. 양반 파우치 죽은 동원F&B만의 노하우가 담긴 ‘저으며 가열하는 공법’으로 만들었다. 용기 죽에 적용하던 전통 공법을 파우치 죽에도 적용했다. 전통 죽 조리 방식에서 착안한 이 공법은 쌀알과 원재료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식감도 유지할 수 있다.

동원F&B 관계자는 “시중의 죽 제품들이 쌀이 뭉개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전분이나 증점제 같은 첨가물을 인위적으로 투입하지만 양반죽은 죽 본연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며 전통적으로 죽을 쑤는 방식과 동일한 과정으로 고품질의 파우치 죽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파우치죽’ 나오며 펄펄 끓기 시작한 죽 시장
◆동원F&B, 파우치 죽 출시로 1위 자리 지킨다

양반 파우치 죽은 고급 품종의 찹쌀과 멥쌀을 최적의 배합비로 섞어 부드러우면서도 질감이 살아 있다는 특징이 있다. 큼직하게 썰어낸 다양한 자연 원물 재료가 맛은 물론 씹는 맛까지 더해준다. 동원F&B는 ‘양반 파우치 죽’으로 올해 상온 죽 시장 규모를 2000억원까지 확장해 죽 시장 1위 브랜드로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파우치 죽이 일으킨 ‘파란’에 힘입어 국내 죽 시장은 연일 성장 중이다. 상품 죽과 전문점 죽까지 아우르면 전체 죽 시장은 연간 5000억원대로 파악된다. 동원F&B와 CJ제일제당의 목표는 모두 상품 죽 시장의 규모를 ‘2000억원’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용기 죽을 통해 죽 시장을 선도해 온 동원F&B는 파우치 죽 출시로 ‘절대 강자’ 자리를 굳힌다는 의도다. 동원F&B는 기존의 용기 죽과 파우치 죽까지 더해 연간 판매량 6000만 개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파우치죽’ 나오며 펄펄 끓기 시작한 죽 시장
동원F&B는 2018년 준공한 9917㎡(약 3000평) 규모의 전남 광주공장 양반죽 생산 라인이 향후 큰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생산 라인에는 기존 제조 공정 대비 맛과 품질 향상을 위한 새로운 기술과 설비를 도입했다. 죽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원재료가 되는 쌀을 쌀알이 크고 식감이 좋으며 당도가 높아 맛도 우수한 고급품종으로 바꿨다.

또 설비를 개선해 싸라기를 온전히 걸러내고 쌀이 깨지는 현상도 방지했다. 또한 동원F&B의 전공 품목인 참치를 활용한 진액을 통해 풍미를 살렸다. 용기 디자인은 4번의 리뉴얼을 거쳤지만 특유의 항아리 모양을 유지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죽이 개척한 상온 파우치 죽 시장을 키우고 전문점 메뉴처럼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또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한다. 죽과 비슷한 형태의 부드러운 음식은 중국·일본·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도 존재해 해외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쌀을 주식으로 하되 죽 문화가 발달한 중국과 동남아 시장 진출을 목표로 파우치 죽 신제품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죽 전문점에는 ‘프리미엄 죽’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CJ제일제당은 5월 21일 ‘비비고 프리미엄 죽’ 3종(불낙죽·삼선해물죽·낙지김치죽)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의 축적된 R&D와 차별화된 기술을 토대로 저온 보관을 통해 신선도를 높인 국내산 쌀과 깊은 맛의 육수를 기본으로 스테이크용 목심살, 가리비 관자 등 최고급 재료를 엄선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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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8호(2020.05.23 ~ 2020.05.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