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을 보면 경기가 보인다고 했다. 2012년 경매시장은 극심한 부동산 침체에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여러 가지 신기록들이 속출한 한 해였다. 다사다난했던 2012년 경매시장의 특징을 살펴보자.
2012년 경매시장 결산 “물건은 ‘최다’…낙찰은 ‘최저’”
수도권 아파트 물건 수 3만4000여 건 역대 최다

수도권에서 2012년 경매가 진행된 아파트 건수는 총 3만 4576건으로 역대 최다로 집계됐다. 주택 시장 침체로 매수세가 얼어붙었고 경기 침체로 가계 대출 상환 능력이 악화돼 경매로 나오는 물건이 증가한 것이다. 2012년 9월 수도권 아파트 경매 물건은 월별 최고치인 3300건을 넘겼고 11월 3400건을 다시 경신했다.



수도권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 74.3% 역대 최저

수도권 아파트 경매 물건은 늘어났지만 얼어붙은 매수 심리로 낙찰가율은 낮은 편이다. 2012년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74.3%로 2001년 조사 이후 역대 최저치다. 2011년 80.5%보다 6.2.% 포인트 낮고 가장 낮았던 2004년 78.5%보다 4.2% 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70.1%로, 전용면적 85㎡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 80.6%보다 10.5% 포인트나 낮다.



노른자위 땅 위에 228억 원 최고가 단독주택 나와

도산공원 인근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지하 1층 지상 2층의 감정가 228억 원 단독주택이 경매로 나왔다. 이 주택의 토지 면적과 건물 면적은 각각 555㎡와 287㎡로 전체 감정가격 중 토지 가격이 227억7900만 원, 건물은 6900만 원으로 평가돼 사실상 토지 가격이 전체 감정가격의 전부를 차지했다. 인근 지역이 상업시설로 개발돼 주택을 낙찰 받아 업무 상업 시설로 용도 변경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만큼 명품 핸드백 제조회사가 2012년 3월 감정가의 125%인 287억 원에 낙찰 받았다.



불황에 공장 물건 줄줄이

2012년 감정가가 가장 높았던 공장은 전남 영광군 홍농읍 칠곡리에 있는 TKS조선소다. 칠곡농공단지 내의 공장 부지 2만8173㎡와 공장 건물 165㎡뿐만 아니라 수십억 원에 달하는 선박 관련 기계 기구가 포함돼 있고 감정가가 무려 684억6571만 원이나 된다. 수차례 유찰돼 2011년 3월 첫 경매 이후 최저가가 감정가의 21%인 143억 원까지 떨어졌다. 2012년에는 유럽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로 수출과 내수가 막히고 금융회사가 대출을 옥죄면서 경매시장에 대형 공장이 봇물을 이뤘다. 조선·철강과 같은 대형 공장이 경매로 많이 나왔다. 2012년 1월부터 12월까지 감정가 30억 원 이상의 공장 경매 물건 수는 1539건으로 2000년 조사 이후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속 타는 고유가 속 주유소 휘청

유가가 2012년 최고치를 경신했던 가운데 역대 최고 감정가의 주유소가 경매에 나왔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있는 주유소로, 토지 면적 1009㎡에 사무 시설과 4만 리터 용량의 탱크시설 4개, 1만 리터 용량의 탱크시설 1개 및 주유기 9대를 갖췄다. 감정가 127억6900만 원에 처음 경매 나와 변경 상태다. 역대 최고가 주유소의 등장과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은 주유소 경매 진행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7년까지 감소세를 보이던 주유소 경매 진행 건수가 이후 매년 증가해 2012년에는 476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