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창업을 고려하는 이들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임대료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점포 거래 전문 기업 점포라인과 부동산 정보 업체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명동·홍대·강남역·대학로·신림·건대입구·신촌·이대 7대 상권 점포 면적 3.3㎡당 월세는 전년도에 비해 많게는 27% 올랐다.

유명 상권은 유동인구량이 타 상권에 비해 많고 또 대부분 소비를 목적으로 찾는 소비자가 많아 선호도 역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로드 숍 수요 증가로 불경기에도 상권의 메인 거리 임대료는 폭등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명 상권에 비싼 임대료를 주고 들어가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말한다. 이재영 김앤리컨설팅 대표는 “지난해 8월 이후부터 자영업자 체감 매출이 30~50% 감소했다”며 “매출이 감소한 상태에서 초보 창업자가 비싼 임대료 감당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임대료 부담이 적은 알짜 입지를 고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1기 신도시 상권 영업 기간 길어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상권 이름값에 연연하기보다 평균 영업 유지 기간이 긴 상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평균 영업 기간이 길다는 건 임대료 상승 폭이 적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안 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수도권에서 평균 4년 이상 영업을 지속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양상을 보인 곳은 화정역·사당역·수원역 상권 등이었다. 또한 일산 화정, 안양 범계, 분당 서현 등 1기 신도시 상권들과 남양주 평내·호평, 구리 수택동, 광명 철산, 수원역 등 경기도 내 주요 상권들이 평균 3년 이상의 평균 영업 유지 기간을 보였다. 서울 시내 상권으로는 방이동 먹자골목과 사당역·청담역·왕십리역 상권 등이 상대적으로 긴 영업 유지 기간을 보였고 또 노원역·천호역 등이 임대료 상승 폭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래된 건물’을 잘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20년 가까이 된 아파트 상가의 경우 건물주 입장에서 월세를 올리기 쉽지 않은 반면 아파트 배후 수요는 꾸준하다. 반면 판교·광교 등 신도시의 신규 아파트는 상가 공급 분양가가 높게 책정돼 있어 초기 창업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지하철 연장 구간 등 신설 역세권 또한 기대 심리 때문에 월세 상승 폭이 클 수 있다.

대로변보다 유동인구 동선이 만들어지는 이면 지역에서 시작해 아이템과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것도 전략이다. 안정적인 매출이 나온다면 매출 이외에 양도 시 권리금을 높게 받을 수도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홍대입구역·총신대입구역(이수역), 북촌 삼청동 길과 같이 성장하는 상권의 주변부 지역에서 시작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메인에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메인 거리와 이면 거리의 임대료는 20~40% 정도 차이가 난다. ‘보는 눈’이 있는 재창업자라면 이면의 주택을 상가로 개조하는 신축 건물에 입점하는 것도 임대료를 줄이는 방법이다. 이때 신축 건물은 ‘권리금’이 없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주변 시세보다 임대료가 높게 책정돼 있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발품을 팔 때에는 특정 시간대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찰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매출 집중 발생 시간대가 다르고 월별 패턴도 다르기 때문에 적어도 1주일 정도는 꾸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 또한 손님보다 ‘종업원 수’를 관찰하는 것도 매출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매물 거래 정보 사이트에서 권리금·임대료·매출 등을 사전에 확인한 뒤 결국 ‘발품’을 파는 것이 좋은 입지를 고르는 방법이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