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쑹훙빙 재경연구원장은 ‘중국발 핫머니가 미국 주택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주체’라고 분석했다. 최근의 미국 주택 경기는 또 한 번의 버블에 가려진 환상에 불과할 수 있다.


미국 주택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주택 착공도 증가하고 있고 거래량도 늘고 있으며 집값도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표상으로 보이는 주택 시장 회복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5년 전 미국인들이 집을 소유할 수 있도록 추진했던 정부의 무리한 정책과 집을 소유하려는 미국인들의 과도한 욕심이 맞물리며 ‘리먼 사태’라는 참담한 결과를 빚어낸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런데 과연 파산의 고통을 겪었던 그 미국인들이 벌써 주택을 다시 구입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당연히 아니다. 주택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주택 소유 비율은 감소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즉, 최근 미국인들은 주택 소유에 대한 두려움으로 렌트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렌트 주택의 공실률은 사상 최저치를, 렌트 선호 비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주택 시장은 정말 바람직한 방향으로 회복되고 있는 것일까. 최근 주택을 매입하고 있는 대다수는 외국인이라고 한다. 중국의 쑹훙빙 재경연구원장은 ‘중국발 핫머니가 미국 주택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주체’라고 분석했다. 전미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동안 중국인이 매입한 미국 주택의 규모는 무려 14조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더욱이 그들이 주로 매입한 주택은 캘리포니아·플로리다·애리조나 등 휴양지의 고급 주택이 대부분이다. 중국인들이 매입한 주택의 중간 가격을 살펴보면, 미국 전체 주택 중간 가격의 두 배가 넘는다.

우려스러운 점은 매입 목적이 실수요보다 투자 혹은 투기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에 한창 재미를 붙인 중국인들에게 미국 주택은 안전 자산일 수 있다. 미국 정부에서 주택 시장 회복을 위해 매월 자그마치 450억 달러의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러한 투자 혹은 투기가 정상화(출구전략)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미국 주택 시장의 현실이 이러한 상황에 처해 있으니 거래가 증가하고 가격이 오르는데도 정작 건설업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주택 시장이 무너지며 건설업이 양산한 엄청난 실업자들은 여전히 갈 곳이 막막하기만 하다. 늘 그래왔듯이 경제 위기는 양극화를 낳는다. 넉넉한 중산층, 그들이 미국에서 사라지고 있다. 최근 렌트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렌트 비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당분간 이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상승하는 주택 렌트 비용은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주택 렌트 비용은 소비자물가의 30% 정도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최근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경기 회복이 절실한 미국에는 상당히 반가운 소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주택 렌트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이 정상화(출구전략)에까지 명분을 제공한다면 미국은 다시 한 번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최근의 미국 주택 경기는 또 한 번의 버블에 가려진 환상에 불과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현재 누구를 통해 어떤 수요를 끌어내고 있는지, 향후 장기적인 시각에서 어떤 위험한 요소들이 숨어 있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민재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금융팀 선임연구원
[경제 산책] 미국 주택 시장의 위험한 회복
1977년생. 고려대 학사·석사(경제학). 2007년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 금융팀·경제분석팀·중소기업팀 선임연구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