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자살은 개인에서 개인으로 전염되듯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무리 단위로 일어난다. 부대가 될 수도 있고 학교나 직장이 될 수도 있다.


미국 공군에 근무하고 이라크에도 파병돼 전쟁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영향을 받은 일반인과 군인들을 돌보고 현지 군인들의 자살과 관련된 심리 연구를 진행해 온 필자는 현재 유타대 심리학과 교수, 유타대 국립재향군인연구센터장을 맡아 다양한 자살 방지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서 자살이 30, 40대의 3대 사망 원인 중 하나라고 알려져 있는데 한국 역시 이에 버금가는 문제를 갖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10년간 자살률이 2배로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특히나 요즘 사회적 약자나 빈곤층의 자살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필자는 이런 한국 사회의 논의나 접근 방식에 대해 찬성한다. 자살은 한 개인의 정신적 문제라기보다 일반적인 공공 보건 영역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독감이 유행할 때 사람들은 독감이 걸리고 난 후, 즉 목이 붓고 콧물이 나고 몸이 아플 때 병원에 가라고 하기 전에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손을 자주 씻고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라는 독감 예방 지침을 전달한다. 독감에 걸리고 난 후 병원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독감에 걸리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독감의 전염성을 낮추기 때문이다. 자살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정말 괴로워 자살을 생각하기 전에 건강한 삶을 찾아 자살을 미연에 예방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유타대 연구진은 군인들의 자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지휘관들이 자신의 휘하를 관리할 때 각 군인들이 서로 잘 어울리는지, 부대의 사명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군인들의 사기는 어떤지, 군인들이 얼마나 자주 병가를 내는지, 휴가를 내기 위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은지, 동료 군인의 가족에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 위로하고 이야기하고 있는지 등등 작은 것이지만 건전한 일상생활의 모습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살피도록 훈련했다. 이러한 방법은 군대에서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살은 개인에서 개인으로 전염되듯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무리 단위로 일어난다. 부대가 될 수도 있고 학교나 직장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선생님이나 팀장과 같이 이런 조직에서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 혹은 이 조직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위험 인자를 발굴하고 이를 고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자살 방지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인지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삶의 목적이나 방향을 잃었을 때 자살을 생각하는 단계에 이른다. 조직의 리더들은 조직원들이 본인이 하는 일의 작은 부분까지도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줌으로써 자살을 막을 수 있다. 그동안의 연구 결과 개인의 삶에 대한 의미를 명확히 인지하는 것이 자살이나 자살 생각을 줄여주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였다.

조직의 리더가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 조직의 건전성을 살피고 조직원들을 단련할 수 있다. 또한 각 조직원들이 명확한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본인 또는 업무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때 조직의 효율성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그 조직은 파괴되지 않고 지속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크레이그 브라이언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심리학과 교수

인지행동심리학 분야의 임상심리학 전문가. 베일러대 임상 심리학과 박사. 유타대 심리학과 교수, 국립재향군인연구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