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찬물 우려에 ‘조기 하야’ 주장 고개…양적 완화 반복 악순환 가능성도

<YONHAP PHOTO-1214> 日 "세금 오르기 전에…" 슈퍼마켓 판촉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현행 5%인 일본의 소비세율이 4월 1일부터 8%로 17년 만에 인상된다. 소비세 인상을 앞둔 마지막 주말인 29∼30일 일본 각지의 대형 슈퍼마켓과 생활용품점 등에서는 필요한 물건을 사두려는 소비자가 몰려들었다. 사진은 일본 지바(千葉)현 우라야스(浦安)시에 있는 슈퍼마켓 체인 '다이에이' 신(新)우라야스점의 29일 모습. 2014.3.30 <<국제뉴스부 기사 참고>>

    sewonlee@yna.co.kr/2014-03-30 17:09:31/
<저작권자 ⓒ 1980-201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日 "세금 오르기 전에…" 슈퍼마켓 판촉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현행 5%인 일본의 소비세율이 4월 1일부터 8%로 17년 만에 인상된다. 소비세 인상을 앞둔 마지막 주말인 29∼30일 일본 각지의 대형 슈퍼마켓과 생활용품점 등에서는 필요한 물건을 사두려는 소비자가 몰려들었다. 사진은 일본 지바(千葉)현 우라야스(浦安)시에 있는 슈퍼마켓 체인 '다이에이' 신(新)우라야스점의 29일 모습. 2014.3.30 <<국제뉴스부 기사 참고>> sewonlee@yna.co.kr/2014-03-30 17:09:31/ <저작권자 ⓒ 1980-201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2012년 12월 아베 정부 출범 당시 일본 경제를 재탄생시키기 위해 아베노믹스와 함께 구상해 왔던 소비세 인상이 새로운 회계연도 시작과 함께 4월 1일부터 추진됐다. 향후 경기 회복 여부가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소비세율은 2015년 10월 10%로 또 한 차례 올려 2020년에 재정 수지를 흑자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세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일본의 재정 수지와 국가 채무가 위험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릴 만큼 장기간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와 경기 부양 차원에서 대대적인 재정지출로 일본의 재정 수지는 급속히 악화됐다. 현재 일본의 국가 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50%에 근접할 만큼 전 세계 모든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소비세 인상 후폭풍에 잠 못 이루는 아베
일본은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한 국가 채무를 시급히 줄여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를 줄이는 방안 중 재정지출 축소에 우선적으로 둬야 한다는 것과 단기적으로 재정 적자가 더 확대되더라도 경기 부양을 통해 재정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것을 두고 ‘로코프 독트린’과 ‘크루그먼 독트린’ 간의 논쟁이 유명하다.

아베 정부는 재정수입 확대를 통한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를 줄이기 위해 소비세 인상을 추진했다. ‘크루그먼 독트린’ 방식이다. 이번 인상하기 전에 일본의 소비세율 5%는 선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OECD 평균 18%)으로, 인상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고 일률적으로 부과·징수될 수 있어 세수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한 점도 작용했다.


1997년과 유사한 패턴 보일 것
하지만 일본의 1997년 소비세율 인상이 장기간에 걸친 디플레이션을 초래한 종전의 경험을 토대로 소비세율 인상을 완화 또는 연기하자는 주장이 더 거세져 왔다. 아베노믹스 추진에 따라 이제 막 소비의 회복 기미가 보이는 상황에서 소비세 인상은 가계 부문의 소비 심리에 영향을 미쳐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997년 4월 소비세를 3%에서 5%로 인상했을 때에도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성장률을 떨어뜨린 적이 있었다. 소비세 인상 이전에 1996년 3분기부터 소비 선수요가 발생해 직전 분기인 1997년 1분기에 성장률이 3%까지 높아졌지만 소비세 인상 당해 분기인 2분기에는 마이너스 3.7%로 급락했다. 그 이후 1997년 아시아 통화 위기와 이에 따른 일본 금융사 파산이 잇따르면서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번에도 민간 소비와 성장률이 소비세 인상 전후로 1997년 소비세 인상 당시와 비슷한 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민간 예측 기관들은 민간 소비 증가율이 올해 1분기에 전기 대비 1.6%를 기록한 후 2분기에는 마이너스 2.6%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성장률도 2분기에는 전기 대비 마이너스 1.3% 수준까지 떨어져 올해 성장률이 1% 내외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예측 기관들도 올해 성장률이 작년보다 소폭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1%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에 소비세 인상의 여파가 클 것으로 우려하면서 ▷재정 부양 ▷구조 개혁 ▷기업 대출·투자 활성화 등에 대한 추가적인 보완책이 나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가 목표 하향 시 아베노믹스 신뢰성 타격
재정 건전화 목표도 이번 조치 이후 내년 10월에 10%로 추가로 올린다고 하더라도 재정 수지 적자 비율은 낮아지겠지만 2020년 흑자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내각부가 향후 10년간 연평균 성장률 2%, 소비세율 10%를 전제로 추정한 결과를 보면 재정 수지 비율은 2015년 마이너스 3.3%, 2020년 마이너스 2.0%로 적자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당초 기대대로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세 인상마저 추진한다면 일본 경기가 재침체 국면에 빠질 수 있다. 벌써부터 일본 야당을 중심으로 아베 정부의 실패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보고 조기 하야를 주장하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 때문에 소비세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조만간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가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아베노믹스 효과까지 보완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추가 대책은 금융 완화 조치가 핵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1997년 소비세 인상 후유증으로 ‘잃어버린 10년’으로 상징될 만큼 장기간 불황에 시달렸던 일본은행은 2001년부터 이 위기 국면을 탈피하기 위해 양적 완화를 전격적으로 추진했다.

대부분의 예측 기관과 시장에서는 아베노믹스와 소비세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효과를 보완하기 위해 일본은행이 추가적인 양적 완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지금까지 추진한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불투명한 점을 감안해 현행 금융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2% 물가 목표를 현실에 맞게 낮추는 방안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방안은 아베노믹스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디플레이션 탈피’라는 명분을 훼손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이 때문에 2%의 물가 달성을 목표로 아베노믹스를 추진하는 일본은행은 향후 인플레이션 기대 경로에서 소비자물가가 이탈한다면 추가 양적 완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