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관리가 취약한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은 원가절감, 수출 단가 인상 등의 노력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 극복하기에는 환율의 하락 폭과 속도가 너무 위협적이다.

[경제산책] 중소기업의 희망 찾기
이민재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금융팀 선임연구원


1977년생. 2002년 고려대 졸업. 2005년 고려대 경제학 석사. 2007년 IBK경제연구소 경제분석팀, 중소기업팀, 중소기업금융팀 선임연구원(현).



2014년 상반기를 세월호의 아픔과 월드컵의 아쉬움을 가지고 함께 접는다. 하반기는 좀 더 경기가 나아질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반, 기대 반으로 맞이해 본다.

어느덧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가고 날씨가 슬슬 더워져 휴가 생각이 절로 나는 요즘이다. 뿌듯한 노동 후에 심호흡을 하며 휴가를 떠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하반기에 펼쳐질 중소기업 경기를 생각하면 마음이 결코 가볍지 않다. 올해 상반기까지 한국 중소기업은 생산 면에서 전년 하반기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하지만 생산 대비 출하가 부진해 재고 부담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하반기에는 중소기업을 둘러싼 어떤 환경이 기다리고 있는지 살펴본다.

최근 선진국들의 경기는 양적 완화를 통해 회복되고 있는 모습이다. 단편적으로 선진국의 경기 회복은 한국 수출 중소기업에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지만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움직임이 걱정거리다. 완제품 제조에 사용되는 부품까지 중국산으로 바꾸겠다는 이른바 ‘차이나 인사이드’가 그것이다. 기존의 ‘한국(원자재 및 자본재)→중국(소비재)→미국’의 수출 구조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진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이 하반기에 맞을 또 다른 큰 위협거리 중 하나는 환율 하락이다. 최근의 환율은 이미 중소기업의 손익분기점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더욱 우려되는 것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환관리가 취약한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은 원가절감, 수출 단가 인상 등의 노력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 극복하기에는 환율의 하락 폭과 속도가 너무 위협적이다.

하반기 금리 역시 중소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양적 완화가 종료되고 기준 금리 인상 논의가 시작되면 국내 시장 금리도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금리 상승은 맴돌고 있는 약 713조 원(2013년 말 기준)의 단기 부동 자금에 희소식이 될 수 있지만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기도 힘든(이자보상이율 1% 미만 업체 비율) 39.5%의 중소기업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대내적으로도 우려되는 상황이 많다. 우선 2014년의 3%대 예상 성장률은 한국 중소기업이 도약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의 설비 및 연구·개발(R&D) 투자가 상당 부분 축소되며 중소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하반기 중소기업의 투자는 노후 설비 교체 등의 보수적 투자에 그치기 쉽다.

또한 한국은 현재 ‘임금 없는 성장’을 하고 있다. 노동생산성은 증가하고 있지만 임금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이 가운데 비소비지출(조세 및 이자비용)의 규모가 커져만 가고 있어 실질 소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 하반기 내수 회복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이 하반기 중소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하지만 희소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책 당국의 경제 운용 방향이 내수 회복에 방점을 두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 육성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 ‘관계형 금융’, ‘기술 금융’ 등이 이슈화되는 등 작년에 이어 중소기업 대출 확대 기조가 지속되고 있고 벤처 및 창업 지원 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중소기업은 정부 정책을 잘 활용해 만만치 않은 하반기 환경에 잘 맞설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