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한 계기로 중국 국공채 직접 투자 길 열려…시장 판도 변화 예상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단독 정상 회담을 하고 있다. 부인이 펑리위안과 함께 한국을 찾은 시주석은 4일 국회를 방문해 정의화 국회의장과 면담을 갖고 이어 우리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서울대에서 강연한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시주석,통역,리잔수 중앙판공청 주임,왕이 외교부장,주철기 외교안보수석,김관진 국가 안보실장,통역,박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중앙일보 변선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단독 정상 회담을 하고 있다. 부인이 펑리위안과 함께 한국을 찾은 시주석은 4일 국회를 방문해 정의화 국회의장과 면담을 갖고 이어 우리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서울대에서 강연한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시주석,통역,리잔수 중앙판공청 주임,왕이 외교부장,주철기 외교안보수석,김관진 국가 안보실장,통역,박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중앙일보 변선구 기자>
‘중국 우량 국공채에 투자하는 4~5%대 고금리 예금 상품 시대’가 열리게 됐다. 위안화 금융 허브를 한국 금융시장에 설치한다는 방침이 지난 7월 3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발표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국에 원화·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개설하기로 합의했고 위안화 청산 결제 체제가 한국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청산 은행을 지정하기로 했다. 또 발표 하루 만에 한국은행과 중국 인민은행(중앙은행)은 중국교통은행을 한국 내 위안화 청산 결제 은행으로 지정했고 위안화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가(RQFII)를 한국에 약 800억 위안(약 13조450억 원) 규모로 부여하기로 했다.


세계 여섯째로 RQFII 지정 ‘선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위안화 역외센터에 필요한 정책 과제들을 패키지로 일괄 합의함으로써 한국이 위안화 역외센터로 발전하기 위한 인프라와 수요·공급 측면의 제도적 기반이 완비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치로 위안화 무역금융 확대와 원화·위안화 직거래를 통한 환율 안정과 비용 절감 효과 등 양국 간의 많은 경제적 이익이 있겠지만 이번에는 금융 투자 관점에서만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를 알아본다.
[조용준의 중국 재테크] 위안화 고금리 재테크 상품 ‘초읽기’
사실 그동안 한국의 일부 증권사들은 홍콩에 있는 RQFII 자격을 가진 중국 증권사들에 각종 수수료(운용 보수와 수탁 수수료 등)를 주면서 중국 국공채에 투자해 왔다. 그도 그럴 것이 수수료를 지불하고도 국내의 저금리와 비교할 때 투자 매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중국 위안화 예금이 국내에 들어온 지 채 1년이 안 되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무려 12조 원에 달하는 것 역시 양 국가 간의 금리 차이 때문이다.

한국은 이제 세계에서 여섯째로 ‘RQFII’를 받은 나라가 됐고 중국 투자 금융 상품 제한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졌다. 또 한국의 예금 금리가 2%대인 것과 한국과 중국의 금리 차이가 약 1~2% 포인트나 되는 것을 감안할 때 중국 국공채에 투자하는 기회는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 수단일 수 있다.

그러면 기존의 외국인 적격 투자 자격인 QFII와 이번에 승인된 RQFII의 차이는 무엇일까. 근본적인 차이는 QFII가 자본시장 개방이 목적이어서 달러를 기준으로 투자 한도를 승인해 준 반면 RQFII는 위안화 국제화가 또 하나의 목적이어서 위안화를 직접 투자하는 제도다. 즉, 각국의 무역수지 등에 따라 조달한 위안화를 직접 주식·채권·머니마켓펀드(MMF) 등 각종 자산에 투자하도록 허용해 주는 제도다.

이에 따라 QFII 제도는 한도가 달러(미국)로 부여돼 중국 현지로 달러를 송금한 후 위안화로 환전하는 과정을 거치는 반면 RQFII는 위안화로 한도가 부여되므로 중국 역외에서 위안화로 환전한 후 중국으로 송금하게 된다. 또한 중요한 차이는 기존 QFII 제도가 투자 한도의 5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 투자 자산의 최소 편입 비중 제한이 있는 반면 RQFII 제도에는 그런 주식 편입 비중 요구가 없다. 채권의 경우 QFII 기관은 거래소 상장 채권 투자만 가능한 반면 RQFII 기관은 중국 전체 채권 거래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은행 간 채권시장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운용의 폭이 상당히 넓은 것이 큰 장점이다.

실제로 각 금융 투자 기관의 RQFII 신청은 국가 한도 이내에서 기관별 한도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즉 한국 기관의 RQFII 자격 신청은 중국의 수탁 은행을 통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에 신청해야 한다. 현재 RQFII 제도가 가장 앞선 홍콩을 보면 3회에 걸쳐 제도의 변화를 겪어 왔다. 1차 부여 시점(2011년 12월)에는 채권 편입 비중이 80% 이상인 채권형 공모 펀드만 허용해 줬고 2차 부여 시점(2012년 4월)에는 위안화 표시 상장지수펀드(ETF)를 홍콩거래소에 상장하는 경우로 한정했다. 또 3차 부여 시점(2013년 8월)에 특정 사모 펀드(managed account) 설정이 허용되면서 기존의 운용사 외에 증권사에도 투자 자격을 허용했다. 또 공모 펀드 외에 사모 펀드 설정도 허용했다. 홍콩의 사례를 보면 한국에도 공모 펀드 및 특정 사모 펀드가 허용될 것으로 추측되지만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면 언제쯤 한국인들의 중국 채권 투자 상품 가입이 가능해질까. 또한 언제쯤 RQFII 자격 신청과 운용이 가능해질까. RQFII는 위안화의 세계화를 위해 위안화 운용 수단 제공의 측면이 강하다. 이에 따라 기존의 홍콩·런던·싱가포르 등은 위안화 직접 결제가 우선 허용된 이후 시차를 두고 RQFII 허용의 순서를 밟아 왔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시 국가주석 방한 선물의 의미로 위안화 결제와 RQFII의 동시 허용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조치다.


본격적인 해외 투자 시대 신호탄
물론 위안화 직접 결제 시스템 및 서울 위안화 시장의 셋업이 우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직후부터 실무적인 절차는 이미 빠르게 시작되고 있다. 중국교통은행이 위안화 청산 은행으로 지정됐고 한국예탁결제원과 중국은행(Bank of China) 간의 위안화 표시 채권의 발행, 유통을 위한 공동 조사와 준비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이 진행됐다.

싱가포르는 위안화 시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시점에서 RQFII가 허용되면서 싱가포르가 아닌 홍콩에서 위안화를 환전해 투자하는 사례도 있었다. 싱가포르는 2013년 10월 RQFII 허용 이후 현재까지 3개 기관만이 RQFII를 취득했고 런던은 2013년 11월 허용된 이후 1개 기관이 취득하고 있다. 또 대만은 아직까지 취득 기관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조용준의 중국 재테크] 위안화 고금리 재테크 상품 ‘초읽기’
중국의 은행 대출 기준 금리는 6%다. 국채뿐만 아니라 우량 금융채나 지방채 등도 한국의 저금리를 감안할 때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주식 투자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홍콩 등 주요 지역에서 RQFII 투자의 경험이 쌓여 있고 한국에서도 중국 은행들이 위안화 예금을 유치하면서 어느 정도는 위안화 결제 시스템 구축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초쯤에는 본격적인 위안화 고금리 재테크 상품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저금리 사회로 가면서 대부분의 나라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재테크 현상 중 하나는 해외 투자의 확대다. 네덜란드나 스위스 같은 유럽의 선진국은 해외 투자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려 150%를 웃돌고 영국도 100%를 웃돈다. 일본도 GDP 대비 해외 투자 규모가 무려 57%로, 최근 10여 년간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의 해외 투자 비중은 GDP 대비로 본다면 아직 약 9%에 불과하다.

중국의 은행 대출 기준 금리는 6%다. 국채뿐만 아니라 우량 금융채나 지방채 등도 한국의 저금리를 감안할 때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제 저성장과 저금리의 한국에서 이번 ‘RQFII’를 계기로 중국 우량 고금리 채권에 대한 투자 확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1~2년 동안 한국 재테크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