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시장의 호조에 대해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 6월 말 연차 보고서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주요 선진국의 금융 완화가 자산 버블을 형성시키기 때문에 신속하게 금융 완화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산책] 국제결제은행의 자산 버블 경고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1963년 일본 도쿄 출생. 1985년 일본 호세이대 경제학과 졸업. 1988년 고려대 경제학 석사. 1988년 LG경제연구원 입사.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수석연구위원 및 재팬인사이트 편집장(현).




미국의 양적 금융 완화 축소, 소위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감으로 신흥국 시장에서 빠져나갔던 글로벌 자금이 금년에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5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벤 버냉키 전 의장이 출구전략을 언급하자 급락한 신흥국의 통화가치와 주가지수는 실제로 출구전략이 단행된 올해 오히려 상승세로 반전됐다. 인도 신정권에 대한 기대 등 일부 신흥국의 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중국 경제의 둔화 지속, 브라질 경제의 정체 등 신흥국의 경제 여건이 크게 변했다고 보기 어려운 가운데 국제 금융시장의 안정화로 투자가들의 신흥국에 대한 자세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했다고 할 수 있다.

Fed가 작년 12월 출구전략을 시작하자 미국 장기 금리는 오히려 소폭 하락하는 등 안정세를 보이면서 투자가들이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신흥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출구전략이 올 하반기에 끝나더라도 금리 인상을 당장 실시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어 안심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한 미국이 내년 중에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인상 폭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미국 경제 상황을 보면 진폭은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이 떨어진 것으로 보이며 이를 감안하면 경기 중립적인 금리 수준도 과거에 비해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내년 중 금리를 소폭 인상하더라도 리먼브러더스 쇼크 이후 5배 정도 확대된 Fed의 자산 규모가 통화량 축소를 통해 정상화되는 데에는 10년 정도 소요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일본은행 등 선진국 금융 당국의 금융 완화 기조도 당장 크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선진국의 금융 완화 기조 장기화 속에서 투자가들의 공포지수(VIX)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글로벌하게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의욕이 강화되는 한편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 금융시장의 호조에 대해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 6월 말 연차 보고서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주요 선진국의 금융 완화가 자산 버블을 형성시키기 때문에 신속하게 금융 완화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BIS는 거시 금융정책을 통해 자산 버블에 선행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 전통적인 ‘BIS 뷰’를 고수한 것이다. 이에 대해 옐런 의장은 지난 7월 2일 거시 금융정책은 물가와 고용의 안정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고 자산 버블에 대해서는 금융 건전성 규제 강화를 통해 대처해야 한다는 Fed의 전통적인 입장, 즉 ‘Fed 뷰’를 확인하며 BIS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 상황이다.

이 같은 양대 기관의 입장 차이에서 본다면 당분간 선진국 중앙은행은 상당히 완화적인 금융정책을 내년까지도 지속할 가능성이 높지만 점차 BIS가 우려하는 바와 같은 자산 버블이 형성될 리스크가 점점 커질 수도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자산시장의 버블이 내년 중에 심해지고 거시경제적으로도 그 부작용이 심화된다면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는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