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기 금리 인상 공감대…부담 적은 일본·신흥 아시아 자금 유입

10월 양적 완화 종료를 앞두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Fed의 매파적인 인사들은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기준 금리 인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재의 경기 회복세와 장기 저금리에 따른 자산 가격 버블, 과도한 위험 추구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더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비둘기파적인 Fed 인사들은 기준 금리 인상을 서둘러서는 안 되고 저금리를 2015년 말이나 2016년 초까지 더 오랫동안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금융 안정 리스크가 크지 않고 경기 회복세가 더 뚜렷해지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닛 옐런 Fed 의장 등 아직은 다수의 인사들이 이에 속한다.

Fed의 기준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컨센서스가 앞당겨지고 있다. 미국 경제가 견조한 회복세를 나타냄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대한 Fed의 시각이 달라졌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7월 성명서에서 “인플레가 Fed의 장기 목표를 밑돌고 있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인플레가 장기 목표에 근접했으며 2%를 지속적으로 밑돌 가능성은 다소 줄었다”는 문구를 새로 추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42명 중 44.7%가 내년 2분기에 첫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단기금리인 미국 국채 2년 금리는 0.56%까지 상승하며 작년 버냉키 쇼크 당시의 고점을 넘어섰다. 이미 내년 중반쯤의 기준 금리 인상을 상당 부분 선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은 테이퍼링이 화두가 됐던 작년 버냉키 쇼크 때와 달리 큰 충격이 없다. 당시 3%를 넘어섰던 미국 국채 10년 금리가 이번에는 연중 저점을 경신하며 2.41%까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장기금리 하락의 4가지 원인
장기금리 안정의 배경은 네 가지다. 첫째, 저성장·저물가에 따른 미국 장기 균형 금리의 하락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과 관련이 있다. 향후 금리 인상 논의가 활발해지더라도 미 국채 10년 금리는 작년 버냉키 쇼크 때와는 다른 완만한 상승이 예상된다.

둘째, “첫 인상은 상징적일 뿐 향후 인상 속도는 완만할 것이고 인상 폭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Fed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효과를 내고 있다.

셋째, Fed가 장기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함에 따라 장기국채의 유통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 Fed는 미국 정부가 발행한 만기 10년 이상의 장기국채의 약 33%를, 만기 20년 이상 국채의 47%를 보유하고 있다.

넷째, 유럽 경기 둔화 우려로 독일 장기국채 금리가 역사적 저점까지 하락했다. 독일과 미국의 국채 10년 스프레드는 역대 최대로 확대됐다. 동일한 ‘AAA’ 등급 국채면서 독일보다 136bp(1bp=0.01% 포인트)나 금리가 더 높은 미국 장기국채는 매력적이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통화 완화에 나서면 해당 통화가치는 약해진다. 그러나 금융 위기 이후 유로화는 좀 다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 완화는 남유럽 국채와 유럽 주식으로의 자금 유입을 유발함으로써 유로화를 오히려 강세로 만든다. 2012년 9월 무제한 국채 매입(OMT)이 대표적인 사례다. 독일과 미국의 단기금리 차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장기금리는 오히려 독일이 더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유로화는 OMT 이후 2014년 3월까지 추세적인 강세(달러 대비+14.4%)를 나타냈다.

달러 강세와 미국 장기금리의 상승이 완만하게 진행된다면 급격한 자금 이탈과 통화가치 폭락으로 디폴트 위험까지 겪었던 신흥국의 리스크도 크게 완화될 수 있다.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신흥국에 투자하는 주식 펀드와 채권 펀드의 잔액은 이미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4월 이후 자금 유입을 고려하더라도 2013년 2분기 고점 대비 각각 74%와 66% 수준에 불과하다. 제3차 양적 완화(QE3) 이후 유입됐던 투기적 성향이 강한 자금들이 모두 이탈하고 4월 이후 새로운 자금이 유입되는 중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Fed의 금리 인상이 머지않았고 더 이상 풍부한 자금 공급과 조달 금리 하락에 의존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빅매치인 금리 인상을 앞두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았던 자산들의 자발적 가격 조정이 진행 중이다. 7월 이후 유럽 주식(-6.9%), 중소형주(러셀2000, -5.2%), 하이일드(-2.0%) 등의 가격 하락이 대표적이다. 달러는 강세(+2.0%)를 나타냈다.
[글로벌 투자 따라잡기] ‘빅매치’ 앞두고 고평가 자산 제자리 찾기
하반기, 달러의 상대적 강세 시작
유럽 주식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개선되는 미국 주식(-1.5%)의 하락 폭은 제한적인 모습이다. 반면 미국 내에서도 중소형주는 큰 폭으로 하락했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은 신흥국 내에서도 소형주의 성과는 부진하다. 고평가된 자산들이 적정 가격을 찾는 동안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곳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일본, 신흥국에서는 신흥 아시아가 수혜를 보고 있다.

7월 이후 중국 주식(+7.1%)의 상승 폭이 컸다. 코스피(+1.4%)도 내수 부양과 배당정책에 대한 기대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며 3년 만에 박스권을 상향 돌파하기도 했다. 고평가된 자산들이 조정 받는 동안 아시아 주식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투자자들은 올 하반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먼저 주식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주식은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매력적이다.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가격 조정 중인 선진국은 저가 분할 매수로, 저평가된 신흥국은 신흥 아시아를 중심으로 비중 확대를 권한다. 정책 기대와 외국인 수급 개선에 따라 코스피의 하반기 목표치는 2200을 제시한다.

유럽 증시는 최근 조정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많이 낮아졌다. 초저금리 정책 환경을 감안하면 6% 정도 고평가된 것으로 판단된다. 유럽 주변국 국채금리 상승, 러시아 경제 제재 등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연내 전고점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CB의 미국식 양적 완화 기대가 하단을 막아주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수익률 기준 10% 포인트 내외의 박스권 흐름을 전망하며 현재는 박스권 하단 부근에 자리한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증시는 유럽보다 조정 폭이 작았다. 경제 환경을 감안한 적정 밸류에이션 대비 약 13% 정도 고평가돼 있다. 그러나 견조한 펀더멘털 개선 흐름과 금리 인상 속도를 완만하게 진행할 것이라는 Fed의 시각을 감안하면 밸류에이션은 부담스럽지 않다. 기대 수익률은 다소 낮춰야 하겠지만 안정적인 흐름이 가능할 것이다.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

둘째, 채권의 비중을 줄일 때다. 한국과 미국 모두 채권 금리는 3분기까지 현 수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자 수익이 높지 않고 자본 차익 기회도 감소했다. 원화 국고 3년 금리는 3분기 중 역사적 저점(2.44%)까지 하락한 후 연말 2.65% 수준의 완만한 상승이 예상된다. 자금 이탈로 가격 조정 폭이 컸던 하이일드는 손익분기점(BEP) 스프레드를 회복했다. 환매보다 보유를 권고한다. 주식과 달리 유동성이 부족한 신흥국 채권 투자는 환율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도록 경기의 턴어라운드를 확인하고 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특히 달러 자산 및 해외 투자 비중을 확대할 때다. 올 하반기는 완만한 달러 강세가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은 1030원 부근으로 상승했지만 6월 말 원화 실질실효환율은 여전히 3.2% 고평가 상태다. 연말 원·달러 환율은 1040원을 예상한다. 해외 투자를 통해 달러 자산의 비중을 서서히 늘려갈 것을 권고한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실장 djshin@hana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