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과 같이 집값 상승세가 미약하고 전월세 가격이 크게 오른다면 회복세가 더딘 민간 소비와 전체 실물 경기가 다시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경제산책] 소비 발목 잡는 부동산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 선임연구원

1981년생. 2008년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2010년 서강대 경제학 석사. 2010년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 선임연구원(현).




부동산은 한국의 가계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 중 70%가 넘을 정도로 중요한 자산이다. 주요국들인 미국(31.5%)·일본(40.9%)·영국(50.1%)·유로존(58.3%)·호주(61.3%) 등과 비교해도 한국의 가계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비중은 월등히 높다. 이처럼 가계의 중요한 자산인 부동산의 가격 변동은 국내 가계 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쳐 왔을까.

먼저 한국의 부동산 시장과 민간 소비 흐름을 살펴보면 금융 위기 이후부터 현재까지 주택 매매가격 및 전셋값 불안정, 소비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전세 시장을 살펴보면 전국의 주택 전셋값은 2010년부터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셋값 상승률은 2011년 평균 10% 이상 급등한 이후 2012년 초에 다소 진정되는가 싶더니 2012년 말부터 다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민간 소비 증가율은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1.7%, 1.9%로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06년부터 2013년까지 8년 연속으로 민간 소비 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밑돌고 있다.

부동산 가격과 소비 간의 상관관계를 주거 형태별로 실증 분석해 본 결과 실제 가계의 소비는 주택 매매가격 및 전월세 가격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에 주거하는 가계는 주택 매매가격이 1% 오르면 가계 소비를 0.13%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세 주택에 주거하는 가계는 전셋값이 1% 오르면 소비를 0.30%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 주택에 주거하는 가계 역시 월세 가격이 1% 상승하면 소비를 0.12%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국내 가계는 자가의 경우 주택 가격 변동, 전월세 가계는 전월세 가격 변동에 따라 소비가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이같이 주택 가격 및 전월세 가격 변동이 가계의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자가 가계는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 자신이 보유한 자산의 가격이 올라 미래에 부동산을 매각할 때 얻을 수 있는 자본이득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자신이 보유한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담보대출 여력이 증가해 가계는 유동성을 확보하기 쉬워진다. 이와 반대로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 자가 가계는 미래의 자본이득이 감소하고 담보대출 여력이 줄어 소비가 감소하게 될 것이다. 임차 가계의 경우 전월세 가격 상승은 현재 및 미래에 지출해야 할 주거비용 부담을 증가시켜 가계의 소비 여력을 줄이게 된다. 또한 전월세 가격 상승은 세입자의 임대 보증금 마련을 위한 대출을 늘려 소비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

분석 결과를 현재 국내 상황에 적용해 보면 최근과 같이 집값 상승세가 미약하고 전월세 가격이 크게 오른다면 회복세가 더딘 민간 소비와 전체 실물 경기가 다시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와 같은 주택 가격 부진은 자가를 소유하고 있는 가계의 소비 위축 현상으로 이어지고 이와 함께 전월세 가격 불안정이 나타난다면 임차 가계의 소비 여력 역시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부동산 가격 불안정에 따른 자가 및 임차 가계의 소비 위축 현상 심화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주택 시장 거래 활성화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를 방지해 주택 보유자들의 자산 효과를 통한 소비를 유도해야 한다. 임차 가계는 전월세 가격 안정화를 통해 소비 여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관련 규제 정책을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해 민간의 주택 투자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