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과소 배당’은 착시…삼성전자·현대차 빼면 배당성향 23%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외 2명의 애널리스트가 펴낸 ‘최노믹스와 배당 투자 전략의 현실적 접근’을 선정했다. 박 애널리스트 등은 최노믹스로 배당성향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지만 기업들이 당장 배당을 확대하기는 어려운 여건이라고 분석했다.
[화제의 리포트] ‘최노믹스’ 배당 확대 정책의 함정
아시아의 정책 모멘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12년 말 시작된 일본의 아베노믹스, 2013년 말 인도의 모디노믹스, 최근 한국의 ‘최노믹스’가 그것이다. 아베노믹스와 모디노믹스는 시장의 반향을 크게 불러일으켰다. 아베노믹스는 초반 엔·달러 환율 급등과 함께 수출 업종, 증권업의 주가가 앞서나갔다. 이후 소매·은행업 등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2013년 하반기 이후 정책 효과가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디노믹스는 제조업 육성의 기치를 들고 경제 부흥에 나섰지만 주가는 무역 및 유통이 앞서나갔다.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건설·철강도 시장 주도 업종으로 부각됐다. 모디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도 증시에 대한 글로벌 투자가들의 관심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러면 최노믹스는 어떨까. 최경환 부총리 내정 이후부터 따져본다면 내수 활성화와 배당 확대 기대감으로 유틸리티·증권·통신서비스·은행 등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아베노믹스 vs 모디노믹스 vs 최노믹스
최노믹스는 아베노믹스와 경제 환경 또는 정책 수단 등에서 유사성이 크다. 그러나 서비스업 육성을 보다 강조한다든지, 배당 확대를 강조하는 점은 차별적이다. 그러나 최노믹스에 대한 시장의 반향은 약한 상황인데, 무엇보다 정책 수단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지만 일본이나 인도와 비교해 화끈한 정책이 없는 게 사실이다. 일본은 적극적인 양적 완화로 엔화를 30%나 절하했고 인도는 중국식 발전 모델을 일부 채택해 중국에 이은 ‘세계의 공장’으로 발돋움하는 중이다.

최 부총리는 8·6 세제 개편안을 통해 가계 소득 증대 세제 3대 패키지(기업소득 환류 세제, 근로소득 증대 세제, 배당소득 증대 세제)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내수 활성화 효과가 ‘있다, 없다’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가계소득 증대 세제는 기본적으로 대규모 감세안이 아니기 때문에 효과가 제한적이다. 다만 배당 증가와 관련한 주식시장의 기대감은 상대적으로 큰 듯하다. 아직 국회 통과 일정을 남겨 두고 있지만 배당소득세를 감면하기로 했으니 배당 펀드 등으로의 자금 유입이 보다 강화될 듯하다. 기업소득 환류 세제로 일부 기업들은 배당을 조금씩이라도 확대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페널티 과세가 당기 소득의 3%를 넘지 않게끔 설계한다고 한 점을 고려할 때 배당 증가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 최노믹스가 실질적인 경기 부양 효과를 나타내기까지 걸림돌이 도처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 완화 패키지가 마련됐지만 가계 부채 부담은 여전히 크다. 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전셋값 상승을 지속시켜 순자산 하위 계층의 가처분소득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다. 다양한 이해관계 상충으로 서비스 규제 개선이 속도를 내지 못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따라서 대규모 금리 인하나 재정 부양이 동반되지 않는 최노믹스의 효과에 대해서는 장기적·점진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화제의 리포트] ‘최노믹스’ 배당 확대 정책의 함정
고배당 정책, 지나친 기대는 금물
배당성향 14%, 배당수익률 1%. 2013년 코스피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한국 기업 배당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다. 실제 한국의 배당성향은 주요국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33%, 유로존은 48%, 일본 및 대만은 27%다. 수치만 놓고 보면 이들과 비교해 약 10% 포인트 이상 낮은 셈이다. 한국 기업의 배당성향을 확대할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흐름이다.

그러면 한국은 ‘이례적 과소 배당국’이 맞는 걸까. 표면적으로 보면 맞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온다. 국내 기업의 낮은 배당성향은 한국 주식시장 고유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나 현대차그룹과 같은 특정 기업들의 시장 내 비중이 높아 그 외 기업들이 평균적으로 실제보다 배당성향이 더 낮아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2013년 기준 코스피의 배당성향은 14%이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코스피의 배당성향은 23%에 달한다. 또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코스피의 배당성향은 2010~2011년 31%, 2012년 27.8%로 코스피 전체 배당성향보다 10% 포인트 정도 높게 유지되고 있다. 이는 결국 배당성향을 확대할 필요성 역시 상대적으로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의 과소 배당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 실적 ‘성장’이 영향을 미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배당성향이 높은 국가가 기업 이익의 고성장을 수반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기업 이익 고성장이 수반됐다. 따라서 ‘낮은 배당성향’이 용인됐던 구조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다시 말해 한국 역시 기업 이익의 상대적 고성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낮은 배당성향의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현금 흐름’이다. 기업이 안정적으로 실적 성장을 해야 배당을 확대할 여력이 생긴다. 이에 실질적으로 맞닿아 있는 것이 현금 흐름, 즉 잉여 현금 흐름(FCF)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기업 실적의 예상 성적표를 보면 구조적으로 당장 배당 확대에 나서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6%, 현대차는 마이너스 3%의 성장률을 보였다. 코스피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2014년 영업이익 성장률은 연초 두 자릿수에서 7%대로 하향 조정된 상태다. 무엇보다 FCF 전망 역시 감소 추세다. 특히 올해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2008년 이후 첫 FCF 흑자 전환 시기라는 점에서 당장 배당 확대에 나설지 확신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고배당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시장 전체적으로 당장 배당 확대가 어려운 여건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꾸준히 고배당을 유지하는 기업은 시장에서도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해 일반적으로 기업이 배당금 확대에 나서 성장률이 훼손되지 않는다면 주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과 유로존은 고배당성향 및 고배당수익률 기업에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미국은 배당성향 60% 이상, 배당수익률 3% 이상의 기업들이 배당이 없는 기업들에 비해 약 2배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 유럽은 배당성향 50% 이상, 배당수익률 4% 이상 기업들이 배당이 없는 기업들에 비해 2.4배 정도 밸류에이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