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일본과 2010년대 한국은 ‘닮은꼴’, 황금세대 50~60대 진입

인구의 고령화는 전 세계적인 화두다. 미국의 고용시장은 금융 위기 이전 고점 수준을 약 107% 회복한 상태다. 그중 산업별로 107% 이상의 고용 회복률을 나타낸 업종은 총 세 개에 불과하다. 고용이 감소하지 않았던 교육·헬스케어와 레저(281%), 사업 서비스(175%)산업이다. 모두 고령화와 관련된 비즈니스들이다. 이들 세 개 업종이 미국 고용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년 전만 해도 30%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9.9%에 달한다. 미국은 고령화와 관련한 신산업을 중심으로 경제가 개선되고 있고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중이다. 나머지 전통적인 산업들의 고용 회복률은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본 1940년대생과 한국 1950년대생
65세 이상 인구를 14세 이하 인구로 나눈 고령화 지수는 고령화의 정도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화 지수는 2015년 94.1%로 전 세계 평균치인 47%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만 해도 34.3%로 전 세계 평균치와 비슷했다.

또한 2020년 한국의 60세 이상 인구 비중은 24%로, 2000년의 일본과 독일(모두 23%)과 비슷한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10년 대비 2020년의 증가 속도는 8.2% 포인트로 매우 빠르다. 2000년 대비 2010년의 일본과 독일의 증가 속도는 각각 2.3% 포인트와 7.4% 포인트였다. 한국의 60세 이상 인구비율과 증가 속도를 감안했을 때 2000년대 일본과 유사하다.

부의 축적이 가장 활발히 진행되는 세대는 30, 40대다. 일본은 1980년대 초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 달러 시대에 진입했고 30, 40대 인구 비중도 높았다. 1980~1990년대는 일본의 자산 가격이 급등했던 시기다. 부동산 가격이 연평균 9% 이상 상승했고 1989년 말 토픽스(TOPIX) 지수는 10년 동안 527% 폭등했다. 그 어느 세대보다 부를 축적하는 데 좋은 환경이었다. 1980년대에 30, 40대였던 1940~1950년대생들은 2000년대에 50, 60대로 편입됐다. 이들은 축적된 부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소비에 나서면서 2000년대 이후 일본 경제를 주도했다.

한국의 1인당 GDP는 1992년에 1만 달러를, 2007년에 2만 달러를 돌파했다. 국내에서는 일본의 1980년대처럼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시기는 1990년대였다. 외환위기에도 불구하고 1999년 말 코스피는 1991년 대비 68%가 올랐고 주택 투자수익률도 연평균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1990년대 당시 인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1950~1960년대생인 30, 40대는 2010년 이후 축적된 부를 소비하는 50, 60대로 편입됐다.
[글로벌 투자 따라잡기] 일본의 교훈…소비·헬스케어에 투자하라
일본의 1940년대생과 한국의 1950년대생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종전 직후 태어난 세대다. 1945년 2차 세계대전과 1953년 6·25전쟁을 통해 가난에 대한 트라우마가 유년기를 지배했다. 둘째, 이들의 30, 40대는 국가 성장의 절정기였다. 1980~1990년 일본의 연평균 GDP 성장률은 4.7%였다. 한국은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넘긴 이후에도 외환위기 이전까지 GDP 성장률이 연평균 8%에 달했다. 이들의 트라우마는 성인기에 치유되는 과정을 경험했다.

셋째, 저축률이 가장 높았던 시기였다. 1980~1989년 일본의 가계 저축률은 평균 13.5%, 1990~1999년 한국의 가계 저축률은 20.4%로 역사적으로 저축률이 가장 높았던 시기였다. 경제성장과 자산 가격 상승이 가계의 부로 활발하게 축적됐다.

넷째, 이들이 자녀를 가져야 하는 시기(30, 40대)부터 저출산의 문제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자신을 위해 투자하고 소비할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이 이전 세대에 비해 증가했다.
[글로벌 투자 따라잡기] 일본의 교훈…소비·헬스케어에 투자하라
2000년대부터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까지 일본 주식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 기록했던 섹터는 에너지·소재·산업재 등과 같은 중국 관련주였다. 이를 제외하면 헬스 케어와 소비재 섹터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1940~1950년대생이 50, 60대로 접어들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축적된 부가 소비로 연결되면서 소비 관련주들이 급격히 팽창했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일본의 2000년대와 유사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1950~1960년대생이 50, 60대로 진입하면서 소비재와 헬스 케어 섹터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대 일본의 주력 세대인 1940년대생과 경제적으로 유사한 경험을 지닌 1950년대생이 2010년대 한국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2000년대 일본 주식시장의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환율 등과 같은 가격 변화에 수출 대형주가 민감하게 움직였다. 엔화 강세 국면에서 수출주를 중심으로 한 대형주의 성과는 좋지 않았던 반면 중소형주는 강세를 보였다. 일본의 전 세계 수출 시장점유율은 1990년대까지 8~9%를 유지했지만 2013년 3.8%까지 급감한 반면 국내 제조업의 점유율은 아직 낮아지지 않았다는 차이는 있다.

둘째, 빠른 고령화 진행과 실질금리 하락으로 성장주 보다 고배당주의 성과가 좋았다. 국내 수출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정체된다면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환율에 좀 더 민감해질 것이다. 국내 고령화 속도와 추세적으로 낮아지는 실질금리를 감안할 때 최근 고배당주가 장기투자의 트렌드로 자리 잡는 것은 자연스럽다.


2000년대 일본 증시 주도주를 찾아라
셋째, 중국 효과로 수혜를 봤던 에너지와 소재 산업을 제외하면 헬스 케어와 소비재 섹터가 강세를 보였다. 일본의 헬스 케어를 제약 업종과 바이오 및 의료기기(서비스) 업종으로 구분해 보면, 제약 업종보다 바이오 및 의료기기의 주가 상승률이 높았다. 고령화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부분도 있지만 소득이 증가하면서 의료의 질적인 부분과 편리성 및 기능성이 보다 강조됐기 때문이다. 일본의 헬스 케어 섹터가 2000년대 중반 5%까지 시가총액 비중이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2.9%인 한국의 헬스 케어 섹터의 상승 여력은 높다.

2000년대 일본에서 각광받았던 또 하나의 섹터는 소비재다. 자동차 업종은 도요타와 같은 중형 세단 전문 완성차 기업이 아닌 스즈키와 같은 소형 메이커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가계 소득 증가가 정체된 상황에서 자동차와 같은 선진국형 필수품에 대한 고정비(연료비)가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연비가 좋거나 주유비가 낮은 차량을 구입하는 트렌드가 소형차의 수요로 연결됐다. 자동차를 제외한다면 경기 소비재는 필수 소비재(담배·음료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절약형’ 소비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넷째, 주도주의 특징을 보면 매출 구조가 안정적인 도요타통상(현대글로비스와 유사) 등과 같은 기업이 부각됐고 부동산 정책 변화로 기업형 임대업을 하는 기업들이 각광 받았다(도쿄다테모노·스미토모부동산개발). 또한 공기업 민영화 이슈로 철도와 전력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오타큐전철). 당시 일본 주식시장의 주도주는 안정적인 성장과 수익성이 높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매출이 감소하지 않고 꾸준한 기업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실장 djshin@hana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