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 업계는 현 상한 금리 34.9%가 영업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거의 최소한의 금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34.9%는 실제 대출 연체율·미회수율과 괴리된 대손 비용을 가지고 회계적으로 실제 이익을 축소해 산정한 부정확한 수치다.
[경제산책] 대부 업계의 어이없는 방어 논리
정지홍 RHT 대표
1973년생. 2000년 미 웨스트버지니아주립대 수학 및 컴퓨터공학전공. 2006년 시카고대 대학원 금융수학 석사. 2001년 미필립스그룹 메드퀴스트 근무. 2006년부터 KB국민은행·액센츄어등에서 근무. 2011년 리스크헷지테크놀러지(RHT) 대표(현).



250만 명이 이용 중인 대부업의 최고 금리를 현재 34.9%에서 20%대로 낮추자는 법안에 대한 찬반론이 적지 않다. 찬성론은 대부업 금리가 너무 높으니 이를 낮춰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논리다. 반대론은 금융 당국의 신중론이 대표적이다.

상한 이자를 더 낮추면 대부 업체가 대출을 줄여 서민층 대출만 어려워지고 불법 사금융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론이 말하는 부작용만 없으면 모두가 찬성할 문제니 반대론을 좀 더 살펴보자.

먼저 대부금융협회가 발표한 대출 원가 구성을 보자. 대손비용(17.09%), 조달 이자 비용(7.48%), 관리비용(6.16%),모집 비용(5.24%)으로, 이를 다 더하면 35.9%가 돼 이미 역마진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손충당금이라는 회계 항목을 이용한 장난이 숨어 있다.

코스닥에 상장된 대부 업계 4위 업체의 연체율만 보더라도 3.54%로, 대부 업계가 금리 원가에 산정한 17.09%와 큰 차이가 난다. 또 대부업 전체 순이익의 90%를 차지하는 1, 2위 업체들도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실제로 대부업체의 전체라고 해도 무방한이상위 5개업체에서 자산 100억 원 이상의 60개 업체들까지로 범위를 넓혀도 연체율은 9.0%(2012년 6월 기준)에 그친다.

다시 말해 실제 연체율·미회수율보다 훨씬 높은 대손비용을 산정해 이를 대출 원가에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1위 업체의 경우 전체 대출 채권 1조1000억 원 중 30.7%를 회계상 영업이익으로 인식되지 않는 대손충당금으로 쌓아 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실제 연체율·미회수율보다 큰 괴리가 있어 장부상에 잡히지 않아도 언젠가는 환입될 이익금이다. 이는 은행이 재정 건전성을 위해 대손충당금을 쌓는것과는 다른 차원의 얘기다.

더구나 대부 업체의 대출 자산은 소액 대출의 비중이 절대적이고 만기가 짧아 대부 업체로서는 위험이 잘 분산돼있다. 언론에서 보도되듯이 무지막지한 추심 행위로 연체 대출이 실제 미회수 대출로 연결될 확률은 높지 않다.

즉, 대부업의 고금리는 신용 위험(credit risk)에 대한 보상으로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대손 비용 17.09%는 아무런 설득력이 없는 수치인 것이다. 대부 업계 상위 업체들이 과도한 대손충당금으로 실제 이익을 감추고도 2012년 1, 2위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무려 19.6%, 30.3%에 달한다.

대출자는 은행권 연 4.04%, 저축은행 13.91%, 대부업 34.9% 중하나를 이용해야 되는 상황에서 대부분이 최고이자율을 20%로 상한하고 있는 외국과 비교해 봐도 저신용자에 대한 페널티가 너무 크다.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시장에 정부가 폭리를 보장해 주는 꼴이다.

전체 가계 대출 1000조 원 중 대부업 대출은 9조 원에 달한다. 전체 가계 대출에서 차지하는 액수의 비중은 낮지만 이용자 수는 무려 250만 명에 달한다. 정부 단위에서 적은 돈으로 다수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정책 수단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역마진이라는 대부 업계의 얘기는 이익 단체의 주장이니 그러려니 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 당국이금리를내리면대부업체가대출을줄여서민들이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지고 불법 사금융에 노출된다는 풍선효과를 내세운 신중론은 결과적으로 대부 업계의 이익을 고스란히 대변하는것같아유감이아닐수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