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실패 이후 재도전 초읽기…파격적인 판매 수수료율 무기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이트레이드증권의 오린아 애널리스트가 펴낸 ‘알리바바를 아십니까’를 선정했다. 오 애널리스트는 온라인 쇼핑 부문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알리바바의 사업 영역과 수익 추구 방법을 면밀히 분석했고 국내 진출 시나리오를 통해 국내 업체들의 기회와 위기를 전망했다. 알리바바그룹은 B2B 사이트로 사업을 시작해 C2C, B2C, 소셜 커머스, 강력한 결제 시스템 알리페이까지 전 영역에 걸친 온라인 쇼핑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판매 수수료가 매우 낮거나 아예 없는 파격적인 유통 모델을 제시해 한국에 진출하면 온라인 쇼핑의 가격 경쟁은 심화될 전망이다.중국 인터넷 쇼핑 시장은 C2C와 B2C 모두 알리바바그룹이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C2C 시장에서는 알리바바그룹의 타오바오가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고 B2C 시장 역시 알리바바그룹의 티몰(天猫·Tmall)이 전체 시장의 5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알리바바그룹은 2013년 총 거래액이 이베이와 아마존의 거래액을 합한 것을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성장세가 지속돼 2015년이 되면 알리바바그룹은 미국의 월마트를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유통 업체로 거듭날 전망이다.
알리바바그룹의 매출액은 2014년 말 기준(3월 결산)으로 전년 대비 55% 늘어난 525억 위안(약 8조4460억 원)을 기록했다. 알리바바그룹의 매출액은 크게 4가지로 구분되는데, 이는 중국 커머스 사업 매출, 해외 커머스 사업 매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매출, 기타 부문이다.
수익 구조는 ‘판매’가 아닌 ‘광고’
알리바바그룹의 커머스 부문은 오픈 마켓 형태지만 수익 구조는 여타 유통 업체와 매우 다르다. 알리바바그룹의 수익은 ‘판매’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광고’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통상 유통 업체의 매출액은 거래가 성사돼 상품이 판매됐을 때 그에 따른 판매 수수료를 받지만 알리바바그룹의 주요 수익원은 그들이 ‘온라인 마케팅 서비스’라고 칭하는 광고 수입이다. 판매자들이 파는 상품을 키워드로 검색할 때 노출시켜 주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광고비를 받는 구글이나 네이버와 같은 수익 구조를 띠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든 구매하지 않든 광고에 따른 매출이 발생한다. 티몰·쥐화솬·알리익스프레스는 판매 수수료를 적게는 0.3%부터 많게는 5%까지 받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 오픈 마켓이나 미국의 아마존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알리바바그룹의 매출액 중 온라인 마케팅 서비스 매출액(중국 커머스+해외 커머스)이 차지하는 비중은 연평균 66%에 달했다.
최근 알리바바그룹의 한국 진출과 관련한 행보가 심상치 않다. 알리바바그룹은 2000년 국내 진출을 시도했다가 1년 만에 한국 사무소를 철수한 경험이 있다. 그 이유는 당시 인터넷 보급률이 낮았고 알리바바 내부적으로 자금이 부족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후 2008년 9월 한국에 사무소를 다시 설립, 한국무역협회를 한국 파트너로 결정하고 B2B 사업만 영위하고 있었다. 국내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에 이미 진출했고 관계회사인 알리페이를 통해 한국 업체와 업무 제휴를 맺기 시작했고 드라마와 영화 산업에 대한 투자도 예상되고 있다.
알리바바그룹은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에 이어 국내 전자 결제 부문에도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여러 국내 업체와 제휴하는 식으로 우회 진출 중이고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 상품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결제 시스템 제휴 확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알리바바의 국내 진출 확률은 높다고 보고 있고 한국 진출은 어떻게 이뤄질 것이고 국내 유통업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 분석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알리바바그룹이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 진출할 수 있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에 따라 이미 진출한 미국에서의 사업 방향과 최근 국내 진출을 선언한 아마존의 행보를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예상해 보도록 하자.
이트레이드증권은 알리바바그룹이 향후 한국에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크게 유통업과 전자 결제 부문이라고 판단한다. 한국은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덕분에 모바일 쇼핑이 활성화돼 있고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물류에도 유리한데, 전자 결제 환경은 열악하기 때문이다. 알리바바그룹의 핵심 비즈니스는 앞서 기술했듯이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이고 그 거래에서 핵심 플랫폼은 알리페이라는 결제 시스템이다.
알리바바그룹의 타오바오나 티몰이 한국에 진출하면 아주 쉽게 말해 인터파크나 지마켓 같은 오픈 마켓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 패턴이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소비 양극화가 확대될 것이고 가격 차별화가 확실하게 되거나(가장 저렴하거나) 상품 차별화가 되는(단독 상품, 독점 라이선스 상품) 유통 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오픈 마켓·홈쇼핑 등 타격
이와 함께 알리바바 사업 모델의 특징은 ‘소비자가 구매하지 않아도’ 트래픽을 통한 매출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즉,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제일 저렴하게 파는 업체가 유리한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오히려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모델인 것이다.
알리바바그룹은 이러한 구조로 중국 본토 및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진출할 때도 판매 수수료가 낮은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마윈 최고경영자(CEO)가 앞으로 아마존 모델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여러 강의에서 언급한 만큼 더욱 그러하다. 국내 오픈 마켓 시장이 포화 상태이고 판매 수수료가 높다는 판매자들의 원성이 자자하기 때문에 이러한 의견이 더 설득력이 있다.
알리페이는 국내 업체들과 제휴하는 형태로 우회 진출하고 있다. 이는 주로 중국인들이 한국 인터넷 쇼핑몰이나 면세점에서 결제가 용이하도록 돕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중국인이 한국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직구, 국내 오프라인 쇼핑, 면세 환급 등을 쉽게 하기 위한 목적이다. 알리페이가 최근 한국 업체와 제휴하는 내용은 국내 결제 시장 진출보다 중국인의 한국 상품 소비 증가로 해석하는 편이 타당하다. 알리바바그룹의 행보는 한국 상품에 대한 니즈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고 이 때문에 늘어나는 거래로부터 수반되는 과정을 선점해 수익을 얻고자 하는 목적이 깔려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알리바바그룹이 국내 유통 업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첫째, 알리바바그룹의 오픈 마켓(타오바오·티몰)이 한국에 직접 진출함에 따른 인바운드 영향이 있다. 이는 인터넷 쇼핑 시장의 가격 경쟁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한국 유통 업체가 알리바바그룹 B2C 사이트인 타오바오에 입점함으로써 받는 아웃바운드 영향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 상품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알리바바그룹의 플랫폼을 중국 진출의 기지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알리바바그룹의 타오바오가 국내에 진출하면 가장 먼저 위험에 노출되는 업태는 오픈 마켓과 소셜 커머스 등 온라인 기반의 유통 업체이며 전통 유통 채널 중에서는 홈쇼핑도 상대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
반면 알리바바그룹의 온라인 유통 채널을 통해 국내 유통 업체 및 소비재 업체들이 중국 시장 진출의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 알리바바그룹만 한국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업체들이 알리바바그룹의 유통 채널에 입점해 중국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리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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