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투자는 기업의 일시적인 가격 급등락에 구애 받지 않고 기업의 펀더멘털만 보고 계속 보유하는 투자 전략이다. 워런 버핏도 장기 투자를 추구했다. 실적의 장기 성장 추세가 지속되는 한 주식을 보유해 왔다.
[경제산책] 그래도 장기 투자가 답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CFA한국협회 회장

1968년생. 한양대 화학공학과 졸업. 카이스트 공학 석사. 삼성엔지니어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2011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현).



한국 주식시장의 대표 지수인 코스피가 제자리걸음을 한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그렇다 보니 1년 이상의 중·장기 투자자들도 뾰족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이제는 장기 투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있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수많은 주식 투자 대가들이 주장한 장기 투자의 유용성이 한국 증시에는 맞지 않는 것일까.

장기 주식 투자의 유용성은 많은 학술적 문헌들과 주식시장의 고수들을 통해 언급됐다. 대표적인 예로 투자 대가인 제레미 시겔이 생각난다. 2008년 10월께 “제레미 시겔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우지수는 현재 장기적인 추세선을 38%나 밑돌았는데 이는 역사적 저점 수준에 근접해 있다는 설명이다”라는 기사가 있었다. 시겔은 과거 수십 년간의 주가지수 장기 추세선을 이용해 미래를 전망한 것이었다. 단지 추세선만으로 주가를 전망한다는 것이 황당하기도 했지만 필자가 받은 보다 충격적인 느낌은 사람들이 ‘주가는 오르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미국 주가의 장기 추세선은 우상향이다. 마치 절대적인 경제 규모(GDP)가 커지는 것이 정상이듯이 주가가 오르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러한 장기 상승 추세에서는 장기 투자가 보다 바람직하다.

한국도 1970년대 이후 극심한 경제 침체기에 한 번씩 마이너스 성장이 나타났을 뿐 경제의 절대 규모는 커지는 추세다. 장기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기업 이익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주가 역시 동일한 가치 평가 배수가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상승 추세를 보일 것이다.

무엇보다 장기 주식 투자의 유용성은 높은 투자수익률에 있다. 높은 투자수익률의 많은 부분이 배당의 재투자 수익률에 기인한다. 최근 한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기업들의 배당 확대를 유인하는 정책들이 장기 투자의 유용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장기 투자가 필요한 이유 중 하나는 주가의 미래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가가 비싸면(오르면) 팔고 쌀 때(내리면) 사는 마켓 타이밍은 실제 투자에서는 쉽지 않은 전략이다.

장기 투자는 기업의 일시적인 가격 급등락에 구애 받지 않고 기업의 펀더멘털 수준의 성장만 보고 계속 보유하는 투자 전략이다. 워런 버핏도 장기 투자를 추구했다. 실적의 장기 성장 추세가 지속되는 한 주식을 보유해 왔다.

우량주들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 역사적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나 코스피와 같은 시장 대표 지수의 변동보다 우량주들의 주식 가치는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게 사실이다. 필자는 ‘주가지수, 즉 주식시장은 강한 기업들(winner)의 무대이고 주식시장은 살아남은 기업들에 대해 과거보다 더 높은 가치를 준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저성장·저금리 패러다임에서 금융자산들의 수익률이 과거보다 낮아지고 안정화됐다고 판단된다. 고수익의 투자 수단이 제한돼 있다는 것도 장기 주식 투자의 매력을 높일 수 있다.

한국 우량주들에 대한 수요가 더 많아질 것이란 것도 장기 투자의 필요성을 높일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에는 세계에서 넷째 규모의 연금이 있고 연·기금들의 주식 자산 배분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퇴직연금의 성장 가능성도 크다. 미국에서는 퇴직연금 시장의 팽창이 주식시장의 장기 상승 동력이었다.

우량주에 대한 장기 투자. 그리고 배당의 재투자. 이것이 불확실한 시대를 살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주는 필자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