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능력에 비해 수요가 부족한 시점에서 아베노믹스의 금융 완화와 재정 확대 정책을 통한 수요 진작책이 효과가 있었지만 정책 성과가 클수록 추가적 효과는 점차 감퇴되며 공급자 중시 전략이 보다 중요해진다.
[경제산책] 정책 균형이 필요하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1963년 일본 도쿄 출생. 1985년 일본 호세이대 경제학과 졸업. 1988년 고려대 경제학 석사. 1988년 LG경제연구원 입사.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수석연구위원 및 재팬인사이트 편집장(현).




아베노믹스는 기업 투자 마인드를 개선하고 물가 상승률을 올리는 데 성공한 반면 실질임금 하락에 따른 소비 부진 장기화에 고전하는 등 여러 가지 정책 딜레마를 가지면서 성과를 거두려고 분투하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아베노믹스의 고민은 리먼브러더스 쇼크 이후 디플레이션과 장기 불황의 공포에 휩싸인 구미 선진국 경제의 향방을 보는 데 있어서도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아베노믹스의 양적 금융 완화 정책은 한계가 있지만 일정한 효과가 있고 이것이 효과를 갖게 된 데에는 재정 확대 정책을 동시에 실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 거론되고 있는 유로권의 양적 금융 완화 정책도 금융과 재정 양 측면에서의 부양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독일 등의 재정 확대 반대를 고려하면 유로권이 효과적으로 금융 및 재정 확대 정책을 전개하기가 어려워 장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있다.

또한 금융 및 재정 확대 정책에 따른 수요 진작은 일시적 효과라는 한계가 있고 성장 전략 등 구조 개혁을 통해 기업의 설비투자를 촉진하는 민간 경제 활성화가 중요하다. 다만 디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정도로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되더라도 일본이나 구미 선진국과 같이 성숙된 선진국에서는 실질임금 상승은 쉽지 않아 보인다. 노동력 부족이 어느 정도 임금을 올리지만 기업은 선진국에서 대폭적인 임금 인상을 통해 생산량을 늘리기보다 오히려 신흥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성장 전략을 통해 생산성이 올라가야만 임금 상승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함께 차세대 산업의 개척이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이러한 일본의 사례를 감안하면 실업률이 예상보다 급격히 떨어진 미국은 내년에도 금리를 크게 올릴 수 있을 정도의 임금 상승이나 2%를 훨씬 넘는 물가의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선진 각국에서 저성장과 장기 불황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는 바와 같이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을 피하는 것이 과제가 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교훈으로 ▷수요 및 지출 ▷생산 ▷소득과 분배 등 국내총생산(GDP)의 세 가지 측면(3면등가)에서 균형적인 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산능력에 비해 수요가 부족한 시점에서 아베노믹스의 금융 완화와 재정 확대 정책을 통한 수요 진작책이 효과가 있었지만 정책 성과가 클수록 추가적 효과는 점차 감퇴되며 공급자 중시 전략이 보다 중요해진다. 또한 최근 일본 경제가 설비투자에 비해 소비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것은 서민층에 대한 소득분배 측면에서 개선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 수익을 키워 투자가 증가하면 고용이 확대되고 임금도 늘어날 것이라는 아베노믹스의 전략은 근로자 임금으로의 파급력이 약하고 시간도 소요되고 있어 정치적 비판도 고조되고 있다. 소비세를 인상하고 법인세를 낮추고 엔저를 유도해 물가를 올리는 아베노믹스의 전략 자체는 설비투자 확대 효과가 있지만 소득분배 측면에서의 강도 조절도 필요하다. 한국도 수요·생산·분배의 어느 한쪽에 너무 치우치지 않고 기업의 수익과 고용 확대, 서민층의 생활 기반 안정을 동시에 고려한 균형적 정책 자세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은 아베노믹스의 성장 전략이나 엔저 유도 정책이 경제와 기업에 미칠 파장에 관해서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