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위기 이후 부상…불안정하지만 글로벌 스탠더드화 가능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새해 경영전략, ‘젤리형 질서’에 주목하라
2015년을 앞두고 기업들이 내년 사업 계획을 짜기에 부산하다. 하지만 금융 위기가 발생한 후 6년째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 환경 앞날을 예측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위기 이전보다 영향력이 커진 심리 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로 상황이 순식간에 바뀌는 ‘절벽 효과(cliff effect)’ 때문에 앞날을 내다보기가 더 힘들어졌다.

역설적으로 미래 예측이 힘들면 힘들수록 각 분야에서 차별화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한국 기업이 금융 위기 이후 나타나는 차별적인 경쟁 우위 요소를 잘 포착해 대응하면 이전보다 빨리 우량 기업에 올라서고 그 지위를 비교적 오랫동안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평가할 수 있지만 금융 위기 이후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한국 기업의 대내외 경영 환경은 고착 정도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글로벌 스탠더드형’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 유럽 재정 위기 등과 관계없이 정착돼 지속되는 글로벌 경영 환경이다.

다른 하나는 양대 위기를 거치면서 새로운 규범 하에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로 부각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불안정한 ‘젤리형’ 경영 환경이다. 이 밖에 기존 질서의 반작용으로 향후 세계경제 질서와 각국 경제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디스토피아’ 경영 환경도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금융 위기 이후 형성되는 이 같은 층화적(層化的) 경영 환경에서 한국 기업이 미래 사업과 전략 구상 시 메가트렌드와 도전 과제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필요성을 감안해 미국의 글로벌 미래 연구 싱크탱크인 밀레니엄 프로젝트에서는 세계 각지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금융 위기 이후 향후 20년간 글로벌 경제 경영 시스템을 변화시킬 주요 동인 35가지를 조사하고 그 중요도를 평가·발표했다.


2015년 메가트렌드와 도전 과제
이 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 시스템 내 윤리 문제의 부각 ▷삶의 질 등을 포괄하는 새로운 국민총생산(GNP)·국내총생산(GDP) 개념의 등장 ▷정보 등과 같이 기존의 경제 개념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상품을 위한 경제 이론 ▷공기·해양 등 글로벌 공공재를 보존하기 위한 국가 간 노력 등이 핵심적인 변화로 주목된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 어려울수록 인간의 본성을 반영하는 추세를 잘 읽어 앞날을 내다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모든 경제행위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사람의 속성은 그때그때 변할 수 있어도 길게 보면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식과 기본, 균형은 경영 환경이 불확실할수록 지켜야 할 3대 덕목이다.

금융 위기 이후 새롭게 형성되는 경영 환경에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에 따라 한국 기업의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각국과 기업들은 기후변화·자원고갈·테러리즘 등 다각적인 중·장기 위협 요인에 직면해 있는 만큼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요구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한국 기업은 이들 경향과 밀접해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확대와 질적 성장 추구 등을 위한 새로운 대응 전략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특히 각국이 금융 위기 직후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그린 성장’을 추진해 경제 시스템을 ‘친환경적’으로 전환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도 이에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 또한 세계 각국은 윤리 경영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키고 각종 기부 등 사회적인 활동을 강화하며 부정부패 척결 등을 통해 사회 전반의 투명성 제고 등을 강화해 나가는 것도 한국 기업이 주목해야 한다.


국제 공조 강화…쏠림 현상 주의해야
미래의 잠재적 위협 요인에 대응하고 기회 요인을 발굴하는 등 선제적인 미래 준비를 위해서는 미래 예측 역량과 대비 능력도 한국 기업 차원에서 확보해 나가야 한다. 장기적인 시각에 입각한 경영 방침이 결정될 수 있도록 미래 예측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미래 연구에 대한 투자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향후 세계경제는 자원 부족에 따른 희소성의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리 관련 대체 자원과 기술을 개발해 놓아야 한다.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통한 한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기술에 대한 지속적 투자와 관심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

금융 위기 이후 새롭게 대두되는 지구촌 도전 과제들은 한국 기업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이 많은 만큼 이를 위한 정부와 사회 각 단체 그리고 국제적인 공조 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금융 위기 이후 미래 이슈를 다루기 위해 유엔·G20 등 다자 협력체를 통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은 국제적인 논의 과정 초기 단계에서부터 적극 참여함으로써 기회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 밖에 금융 위기 이후 형성되는 층화적 경영 환경에서 한국 기업이 미래 사업과 전략 구상 시 메가트렌드와 도전 과제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뉴 노멀 혹은 뉴 앱노멀’ 시대에 형성되는 젤리형 질서와 디스토피아 현상이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는 모든 경제활동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쏠림 현상이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새해 경영전략, ‘젤리형 질서’에 주목하라
철저한 위험관리와 함께 젤리형 질서가 위기를 거치면서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형 질서로 진전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젤리형 질서에서 떠오르고 있는 유망 산업과 시장을 얼마나 빨리 선점하느냐는 기업의 생존뿐만 아니라 일류 기업이 되느냐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