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그룹·지리자동차, 포드의 브랜드 매물 인수하며 부각

[자동차 산업을 바꾼 대사건] “뭉쳐야 산다” 위기에 힘 모은 美 빅3
1990년대 말에 아시아발 금융 위기가 판도를 흔들었다면 2000년대 후반엔 미국발 금융 위기가 자동차 업계에 영향을 미쳤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신용경색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파급효과가 더해갔다. 미국에서 시작된 위기인 만큼 미국 내수 시장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금융 위기 전인 2006년 1615만 대에 달했던 미국 자동차 판매는 2008년 1043만 대까지 급감했다. 안방 시장에서 실적이 악화되자 미국 빅 3의 구조조정이 더욱더 가속화됐다.

특히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는 직격탄을 맞았다. 그동안 곪았던 문제점들이 경기가 악화되자 그대로 표면에 드러났다. 유가가 급격히 상승하자 GM은 대형차 판매가 부진하게 됐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 붕괴로 금융 자회사 GMAC가 직격탄을 맞았다. 강성 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요구였던 퇴직자 의료보험과 종신 연금 프로그램도 기업 재무구조 악화에 한몫했다. 결국 GM은 2009년 파산 신청을 했고 정부의 공적자금(500억 달러)이 투입됐다. 아시아 금융 위기 당시 아시아의 자동차 업체들이 쓰러졌던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GM은 대마불사와 같이 다시 살아났다.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과 신속한 구조조정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사브는 매각됐고 허머·폰티악·새턴은 해체됐다. 금융 위기 직전엔 후지중공업과 이스즈·스즈키 등 일본 브랜드들은 모조리 매각됐다. 도요타와 합작한 NUMMI 공장도 이때 폐쇄됐다.

아시아 금융 위기 당시 합병했던 다임러-크라이슬러(DCX)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5월 크라이슬러를 사모 펀드 서버러스캐피털매니지먼트에 매각했다. 금융 위기가 닥치자 크라이슬러의 경영 실적은 더욱 악화됐고 2009년 4월 결국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은 바로 이탈리아 피아트였다.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것이다. 2000년 초반에 상당히 어려웠던 피아트는 크로스보더 딜(Cross-border Deal:국가 간 거래)을 할 정도로 체력을 길렀다. 피아트는 경영 악화로 2000년 GM에 지분 20%를 매각했고 2002년에 이탈리아 투자은행에 페라리 지분 33.6%를 팔았다. 피아트는 크라이슬러 인수 후 FCA(피아트-크라이슬러)로 이름을 바꿔 단 뒤 2014년 10월 뉴욕거래소에 상장했다.


포르쉐, 폭스바겐에 역인수
반면 포드는 다른 두 미국 업체와 달리 금융 위기 이전부터 구조조정을 단행해 파산을 피해갔다. 아시아 금융 위기 당시 구성했던 PAG(Premier Automotive Group) 그룹을 해체한 것이다. 포드와 링컨 브랜드를 제외하고 모조리 팔았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애스턴마틴·재규어·랜드로버·볼보를 매각했다. 33.4%를 보유했던 일본 마쓰다 지분도 2.1%만 빼고 전부 넘겼다. 이번엔 변방에 있던 아시아 업체들이 수혜를 봤다. 인도의 타타그룹은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인수했고 중국 지리자동차는 볼보(승용부문)를 인수했다. 이 업체들은 포드의 브랜드 매각으로 처음 글로벌 자동차 역사 전면에 등장했다.

한편 폭스바겐을 인수하려고 했던 포르쉐는 글로벌 금융 위기로 오히려 역인수를 당했다. 폭스바겐 주가 상승에 베팅한 옵션 계약이 주가 하락으로 대규모의 손실을 입혔기 때문이다. 포르쉐의 자동차 판매 또한 급감했다. 2009년 폭스바겐은 포르쉐를 인수하고 그룹의 라인업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