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비해 중소기업 간접 수출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조차 파악되지 않는 등 기본적인 통계가 부재한 실정이다.


중소기업 수출 통계 ‘엉터리’
이민재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금융팀 선임연구원


1977년생. 2002년 고려대 졸업. 2005년 고려대 경제학 석사. 2007년 IBK기업은행 입행.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 금융팀 선임연구원(현).







한국 경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꼭 등장하는 두 가지 말이 있다. 하나는 높은 대외 의존도, 또 하나는 높은 대기업 의존도다. 대외 의존도는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을 때에는 우리도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위기가 찾아오면 그 충격이 훨씬 크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역시 마찬가지다. 2015년에는 중국 기업의 추격과 일본 기업의 부활, 국내 대기업 부진 등 삼중고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의 경제 위기를 보면 약 5년이 주기였다(1998년 외환위기, 2004년 카드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15년에는 ‘수출 위기’가 다가올까 매우 우려스럽다.

한국의 수출은 2000년부터 2011년까지 평균 9.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2년 들어 현재까지의 수출 증가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10년 동안 주요 수출 품목도 거의 변화가 없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 수출은 전체 수출의 20% 수준으로 발표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은 20%밖에 안 될까.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수출 비중을 산출할 때에는 최종 수출을 누가 했는지, 수출의 주체에 따라 구분한다. 그런데 이 방법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 수출 규모를 집계할 때 직접 수출과 간접 수출을 포함하는데, 중소기업의 수출은 중소기업의 직·간접 수출이 포함돼 있는 반면 대기업 수출은 대기업의 직접 수출과 중소기업의 간접 수출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C기업이 B기업에, B기업이 다시 A기업에 납품한 후 A기업이 이를 수출할 때 A기업이 생산·수출한 것을 직접 수출, B기업과 C기업이 생산·납품한 것을 간접 수출이라고 한다. 즉 현재까지 산출되고 있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수출 비중은 A기업이 중소기업인지, 대기업인지에 따라 결정되므로 ‘중소기업의 직접 수출과 간접 수출’이 20%, ‘대기업의 직접 수출과 중소기업의 간접 수출’이 80%로 발표되는 것이다. 이런 집계 방식은 중소기업의 수출 위상을 극히 과소평가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현재 수출과 관련된 정부 및 기관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은 간접 수출 실적까지 포함한 직접 수출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며, 심지어 중복 지원을 받은 기업도 많다. 수출과 관련된 효율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중소기업의 정확한 수출 규모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수출 실적은 직접 수출과 간접 수출을 합친 규모를 말하며 이 수출 실적에서 중개무역 및 위탁가공무역 등의 규모를 제외하고 구매 확인서의 금액을 차감하면 중소기업의 간접 수출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2015년은 한국 중소기업의 글로벌화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정부 및 산하 기관들은 수출과 관련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부는 2017년까지 10만 개 이상의 수출 중소기업과 1억 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글로벌 전문 기업 400개를 키워 내고, 전문 무역상사를 통해 간접 수출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과거에 비해 중소기업 간접 수출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조차 파악되지 않는 등 기본적인 통계가 부재한 실정이다.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지 못한 수출 지원은 자칫하면 낭비로 이어지기 쉽다. 따라서 수출 중소기업 지원 계획 및 목표 수립에 앞서 기본적인 통계 구축이 시급하며 간접 수출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도와줄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