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제 1005호 (2015년 03월 11일)





장기 투자론의 종말

워런 버핏 회장의 성공 요인도 무조건적인 장기 투자가 아니다. 미국 경제가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산업자본의 시대에서 금융자본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발생한 유례없는 ‘자본이득’의 시대가 아닌 다른 시대(시장)였다면 불가능했을 얘기다.


정지홍 RHT 대표
1973년생. 2000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립대 수학 및 컴퓨터공학 전공. 2006년 시카고대 대학원 금융수학 석사. 2001년 필립스그룹 메드퀴스트 근무. 2006년부터 KB국민은행·액센츄어 등에서 근무. 2011년 리스크헷지테크놀러지(RHT) 대표(현).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올 확률은 2분의 1이다. 이를 절대 확률이라고 한다. 실제로 동전을 열 번 던져 앞면이 나오는 횟수를 따지는 것은 실험적 확률이라고 한다. 실험 횟수가 늘어날수록 실험적 확률은 절대 확률에 수렴된다. 즉, 열 번을 던지면 앞이 여덟 번도 나올 수 있지만 실험 횟수가 많아질수록 2분의 1에 가까워지고 무한대로 반복하면 정확히 2분의 1에 수렴된다. 이를 주식시장의 소위 ‘단타’에 적용해 보자. 주식을 사 손해보거나 성공할 확률은 2분의 1이다. 운이 좋은 경우를 가정하면 열 번 매매를 하면 여덟 번 오를 수도 있겠지만 자주 할수록 결국은 오르고 내리고 2분의 1에 가까워진다.

주식거래는 동전 던지기와 달리 0.4%에 달하는 수수료가 있으니 단타를 많이 하면 할수록 수수료만큼의 손실로 수렴된다. 250번 단타를 하면 원금이 깡통계좌가 될 확률이 상당하다는 말이다. 여기에 주식 투자자들 사이의 우스갯소리로 ‘이익은 찔끔 먹고 손실은 오래 보유하는’ 인간 본성이 더해지면 깡통계좌가 되는 속도는 더 빨라진다.

2004년에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 실적이 가장 좋은 트레이더들의 매매 기록을 분석한 적이 있다. 그중 이익으로 거래를 마감한 개별 거래의 성공 확률은 평균 40%였다. 즉, 매매를 열 번 하면 네 번은 이익을 보고 팔고 여섯 번은 손해를 보고 판 것이다. 네 번의 이익이 실패한 나머지 여섯 번의 손해를 초과해 좋은 실적을 냈지만 일류 트레이더도 개별 매매 자체의 성공 확률은 반을 넘기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그러면 장기 투자가 항상 무조건적인 대안인가. 그렇지 않다. 장기 투자란 단어가 주는 좋은 어감에 ‘일부러라도’ 부정적인 어감을 더해 받아들일 때가 됐다. 지난 20년간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경제 위기와 회복을 고려해 보면 더욱 그렇다.

장기 투자의 성공 사례로 자주 함께 거론되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성공 요인도 무조건적인 장기 투자가 아니다. 미국 경제가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산업자본의 시대에서 금융자본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발생한 유례없는 ‘자본이득(capital gain)’의 시대가 아닌 다른 시대(시장)였다면 불가능했을 얘기다.

그가 미국이 아닌 한국에 태어나 한국 시장에서 투자했다고 가정해 보자. 현재 코스피 지수가 2000 아래인 점을 감안하면 50년 동안 70만%에 달한다는 버핏 회장의 수익률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그의 지난 5년간의 그의 투자수익률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성장률보다 낮아 시장 평균을 밑돈다. 이 두 가지 사실은 그의 성공의 상당 부분이 ‘1970~1990년대의 미국’이라는 특수 상황에 기인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시장 상황에서건 무조건 은행이자보다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절대 수익률이라고 한다. 펀드를 운용 목표로 분류했을 때,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돈이 몰리는 펀드는 장기적으로 운용되는 은퇴 펀드, 인덱스 펀드 등 전통적 개념의 펀드가 아닌 이 절대 수익률 펀드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금융 위기로 고전적인 장기 투자가 대세인 시대가 지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재 코스피 지수는 2007년 10월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30년 정도 경제활동을 한다고 할 때, 가장 안전하다는 인덱스 펀드를 골라 장기 투자해도 경제활동 기간 30년의 3분의 1을 허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별한 비법이 있어 단타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장기 투자가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있다면 재고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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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5-03-0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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