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재정 위기국, ‘자영업 대국’ 닮은꼴
취업 시장은 쪼그라들고
자영업도 정답이 아닌
상황에서 그나마 한 줄기
빛은 투자다.

골목 상권 침해가 심화되고 있다. 대기업의 사업 영역이 편의점이나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같은 소매업, 베이커리나 카페뿐만 아니라 한식 뷔페 등 외식 전반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자영업의 대표 업종인 치킨집은 포화에 달한 지 오래다. 한국 치킨집이 맥도날드 세계 매장 수보다 많다니 말이다. 음식점 폐업률은 22%로 전문 기술이 없는 대부분의 자영업자 내지 자영업 희망자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한국의 자영업 통계를 보면 상황이 심각하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27.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4위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유럽 재정 위기 국가군(PIGS)의 자영업자 비율은 대부분이 상위권이다. 미국·독일·일본·캐나다 등 선진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세계창업모니터(GEM)에서 발간한 창업 활동 관련 지표에 그 힌트가 있다. 한국과 PIGS는 자영업 내 생계형 창업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구직에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창업을 선택한 이들의 비율이 높다는 말이다. 생계형 창업 비율과 1인당 실질소득은 음(-)의 상관성이 57%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다. 전체 자영업자 비율에 생계형 자영업자 비율을 곱해 보면 한국 국민의 대략 10%가 생계형 자영업자라는 우울한 결과가 도출된다. 더 슬픈 현실은 통계가 알 수 있듯이 준비되지 않은 창업은 더 큰 경제적 고통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취업 시장은 쪼그라들고 자영업도 정답이 아닌 상황에서 그나마 한 줄기 빛은 투자다. 검증된 기술과 경영 능력을 가진 기업의 주주가 되는 편이 경험 없고 산업에 대한 선행 지식도 부족한 상황에서 사업을 직접 경영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도다. 거기에 더해 자기 자산을 하나의 기업이나 산업에 집중하지 않고 분산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생계형 창업자에게 투자란 말은 오히려 더 낯설 수 있지만 창업보다 투자의 기대 수익률이 높다는 점은 씁쓸해도 받아들여야 할 현실인 듯하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