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상승률, 측정 방법에 따라 평가는 갈린다
임금 상승률, 측정 방법에 따라 평가는 갈린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사람은 누구나 월급이 오르기를 바란다. 인상 기대는 대체로 시간이 해결해 준다. 물가가 상승한 만큼, 경력이 길어진 만큼 임금은 오른다.

적절한 보상이 따르기 위해서는 물론 경제 상황이 양호한 상태여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경제 상황이 양호한 수준을 넘어 호황으로 넘어갈 때는 일반적으로 임금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진다. 노동 공급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최근 상황은 회복을 지나 성장 단계로 들어섰다. 호황까지는 아니지만 경기 확장세다. 임금 역시 비슷한 수준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예상과 다르게 실제 임금 상승세는 더딘 편이다. 의외다.

미국에는 여러 임금 상승률 측정 지표가 있다. 고용부에서 발표하는 민간 부문의 시간당 평균임금(이하 AHE)이 대표적이다. AHE는 최근 세 달 연속 오름세가 둔화돼 3월에는 2.3%에 불과했다. 실업률이 자연 실업률 상태에 도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수치다.

다른 지표를 보면 상황이 다르다. 애틀랜타 중앙은행(Fed)에서 발표하는 임금 성장률 지표(이하 WGT)는 최근 3%대로 상승했다. 고용 시장에도 봄이 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두 지표는 어떤 이유로 이 같은 차이를 보일까. 측정 대상이 다르다.

AHE는 연봉을 많이 받는 부장이 은퇴하고 연봉을 덜 받는 신입이 그 자리를 채워도 이에 대한 고려가 없다. 그 자리만 놓고 보면 연봉이 줄어들어 임금 상승률을 낮추게 된다.

WGT는 2년 연속 동일 직군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임금만 측정한다. 은퇴한 부장급과 새로 입사한 신입은 임금 계산에서 제외된다. 미국은 현재 베이비 부머가 은퇴하고 그 자리를 밀레니얼 세대가 채우고 있다. AHE가 WGT보다 부진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지표가 맞고 틀리고는 없다. AHE가 기대치에 미달했다고 미국 고용 개선 속도에 대해 낙담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고용 환경 개선은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