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는 ‘내가 살기 좋은 곳’이면 충분…매매는 시세 차익·환금성 따져야}
전세 선택 기준으로 내 집 고르면 ‘후회’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누구에게나 내 집 마련은 일생일대의 사건이다. 상당한 자금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혼부부나 사회 초년병은 집을 사 본 경험이 없고 자금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집을 사야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아무 집이나 덜컥 사면 집값이 오르지 않는 것은 물론 팔고 싶을 때 팔리지 않을 수도 있다. 집 사는 것을 옷이나 가전제품 사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매매가, 낡은 아파트가 상승률 더 높아

집을 산다는 것은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는 거주라는 목적이다. 나와 내 가족이 안주할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한다는 것이 내 집 마련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자산 증식의 목적이다. 주택은 소비재가 아니다. 라면이나 소주와 같은 소비재는 먹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주택은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팔아야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만족하는 집을 사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신혼부부나 사회 초년병은 첫째 목적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본인은 실거주이기 때문에 본인에게 가장 편한 곳에 집을 마련하면 된다는 생각인 듯하다.

하지만 그곳에 집을 덜컥 사게 되면 집값이 오를 수도 있지만 내릴 수도 있다. 본인 회사와 출퇴근이 편리한 곳이나 처가와 가까운 곳이 우연히 다른 사람들도 살기 원하는 곳이면 집값이 오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수요가 적은 곳이라면 집값이 오를 가능성은 낮다.

거주의 편리성은 집을 사는 데 중요한 잣대이기는 하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어떤 지역에서 거주하는 것이 본인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편리하다면 투자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지만 본인에게만 편리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불편하다면 차라리 전세로 사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 될 것이다.

결국 전세를 얻는 데 필요한 사고 잣대와 집을 사는 데 필요한 사고 잣대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집 하나 사면서 뭐가 그리 복잡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놀랍게도 시장은 전세와 매매에 두 가지 잣대를 사용한다.

는 새 아파트와 낡은 아파트의 전셋값 상승률을 나타낸 것이다. 한국감정원에서 매주 발표하는 주택 아파트 동향을 정리한 것이다. 통계가 시작된 2012년 11월 말부터 올해 4월 말까지 새 아파트의 전셋값은 28.4% 오른 반면 낡은 아파트는 21.5% 상승에 그쳤다.

전세 시장은 100% 실수요자가 주도하는 것으로 봤을 때 실수요자는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1년간의 상승률도 6.1% 대 5.6%로 새 아파트가 더 오르고 있다.

이번에는 매매 시장을 살펴보자. 2012년 11월 말부터 올해 4월 말까지 새 아파트의 매매가는 6.5% 오른 반면 낡은 아파트는 11.0%나 올랐다. 최근 1년간 상승률도 4.1% 대 3.3%로 낡은 아파트가 더 오르고 있다.

두 자료는 같은 기관에서, 같은 기간 동안, 같은 모집단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그런데 왜 이리 상반된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사람들은 본인의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어떤 집의 사용 가치와 투자 가치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새 아파트는 선호한다. 이 때문에 전셋값 상승률이 낡은 아파트보다 높은 것이다.

새 아파트의 전셋값 상승률이 더 높은 이유는 새 아파트의 집 주인만 특별히 욕심이 많아서라기보다 새 아파트에 대한 임차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것과 그 집이 오를 것이라는 것은 별개의 이슈다.

새 아파트니까 투자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새 아파트라고 해도 입지가 떨어지는 곳은 투자 가치가 떨어지므로 사람들은 이런 지역에선 매매보다 전세로 사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새 아파트가 전셋값이 올라도 매매가는 잘 오르지 않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사람들이 전세를 고르는 데 쓰는 잣대와 매매 물건을 고르는 잣대가 다르다는 명백한 증거다.

◆전세는 2년 살다 옮기면 그만

같은 단지 내에서도 이런 현상은 발생한다. 아파트 1층은 몇 가지 약점 때문에 전통적인 비선호층이다.

첫째, 중간층에 비해 춥다. 중간층은 바닥 아래는 다른 집, 천장 위에도 다른 집, 벽체 옆에도 다른 집이 있어 6면 중 2면(앞 베란다와 뒤 베란다)으로만 열을 뺏기는 반면 1층은 바닥으로도 열을 뺏기기 때문이다.

둘째, 저층은 벌레 등이 들어올 가능성이 고층보다 높다. 셋째, 프라이버시 보호가 약하다. 이 때문에 1층의 매매가는 로열층에 비해 평균적으로 15% 정도 싸야 거래가 된다.

하지만 전셋값은 평균적으로 5%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위에 열거한 단점은 그 집에 세를 사는 사람에게도 같이 적용되는데, 왜 매매가보다 전셋값이 차이가 적게 날까.

전세도 1층은 비선호층이다. 하지만 중간층은 매매 물건이나 월세 물건밖에 없고 1층에만 전세가 나왔다면 1층을 계약하기 때문이다. 그 집에서 2년만 살다가 다른 층에 전세가 나오면 이사를 가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집을 사게 되면 2년 후에 누가 그 집을 사준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세는 환금성에 문제가 없어 당장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지만 매매는 시세 차익 가능성이나 환금성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전세의 선택 기준과 다른 것이다. 사람들이 전세를 고르는 데 쓰는 잣대와 매매 물건을 고르는 잣대가 다르다는 또 하나의 명백한 증거다.

어떤 단지든 1층의 전셋값 비율이 가장 높지만 1층이 투자 가치가 가장 높은 곳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살기도 편하면서 투자 가치가 있는 곳에 자기 집을 마련하려면 단순히 자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향후 자기 집을 사줄 사람이 선호할 만한 집인지 같이 따져봐야 한다.

전세를 고르는 데 쓰는 잣대와 매매 물건을 고르는 잣대를 달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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