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직후 수신금리는 재빨리 내렸지만 대출금리는 그대로}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증권업계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9일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전격 인하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일제히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상품의 금리를 일제히 내렸지만, 대출 금리는 조정하지 않아 눈총을 사고 있다. 고객에게 주는 금리는 낮게 책정하면서도 고객으로부터 받는 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대출금리 인하 검토에 들어갔다.
[증권인사이드] 증권사, 대출금리 인하 ‘모르쇠’
(사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6월9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인하했다. /한국경제신문

◆증권업체 "은행 대출과는 성격 달라"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발표 직후 CMA 등 단기금융상품의 수신금리를 줄줄이 인하했다. 삼성증권은 개인$법인 환매조건부채권(RP)형 CMA 금리를 연 1.35%에서 1.10%로 0.25%포인트 내렸다.

한국투자증권은 개인$법인 RP형 CMA 금리를 연 1.15%로, NH투자증권은 연 1.10%로 조정했다. 미래에셋증권도 머니마켓랩(MMW)형 CMA의 경우 개인은 1.45%에서 1.2%, 법인은 1.4%에서 1.15%로 낮췄다.

CMA는 금액과 상관없이 하루만 맡겨도 보통 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더욱이 최근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단기자금이 몰리면서, CMA 계좌 잔액 또한 꾸준히 증가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8일을 기준으로 CMA 잔액은 51조186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말 30조7460억원과 비교해 2달 새 20조4406억원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이와 비교해 신용거래융자나 예탁증권(주식)담보 융자 등 대출 이자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현재 국내 증권사의 신용거래 이자율은 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7.3~9.9% 수준이다. 가장 높은 이자율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키움증권으로, 지난 2011년 이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15일 이내) 12%를 적용하고 있다.

이를 두고 투자자들의 시선이 따가워지자 각 증권사들은 대출금리 인하를 두고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을 비롯한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대출금리 인하를 두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도 대출금리 인하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의 신용융자는 은행이나 보험의 대출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투자자들이 단기간에 쉽게 쓰고 쉽게 갚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금리가 높게 책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MA와 같은 상품은 금리에 연동되기 때문에 기준금리인하로 인한 영향이 즉각적이지만, 이와 달리 대출 금리는 구조상 기준금리와 밀접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향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 또한 변수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인하를 결정한다면 대출 금리를 지금보다 낮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지금 당장 대출 금리에 손을 대는 것보다는 한은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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