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리포트]
나이키·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 성장세…백산·동성화학·화승인더스트리 수혜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김승철·이재환·구성진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가 펴낸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를 선정했다. 이들은 중국 운동화 시장의 높은 성장세로 글로벌 신발 산업의 성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신발 산업이 해마다 4.5%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글로벌 신발 시장 규모는 약 62조원이고 생산 규모는 243억 족에 달했다. 이 중 운동화 시장의 비율이 압도적이다. 전체 신발 시장에서 운동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74%에 달한다. 전 지역에 걸쳐 신발 수요가 늘어나고 고급화에 대한 판매도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신발 소비가 급증하는 지역은 중국이다. 중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500달러(880만원)를 넘어서면서 브랜드 신발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소득이 늘어나면 이른바 일류 브랜드 운동화 구입에 지갑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베이징의 나이키 용품 갤러리
베이징의 나이키 용품 갤러리
◆세계의 신발 공장,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실제로 소득과 신발 소비량은 뚜렷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미국의 1인당 신발 소비량은 연간 7.2족을 보이는 반면 중국은 1인당 연간 2.7족, 인도는 연간 1.6족에 불과하다. 소득이 늘어날수록 신발 소비량도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지역별 매출액을 보면 2014년부터 중국 매출액이 큰 폭으로 늘기 시작했다. 1인당 평균 GDP가 약 7500달러를 넘어서는 시점부터 브랜드 신발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는 때로 판단된다.

한국도 1980년대 후반 1인당 GDP가 7500달러를 넘어서면서 신발 수입 금액이 폭증한 사례가 있다. 중국 및 이머징 국가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업체들의 고성장세를 점치는 이유다.

'브랜드 운동화' 찾는 중국인들, 글로벌 신발 산업 '쑥쑥'
신발 산업은 생산지와 소비지가 이원화돼 있다. 생산은 주로 중국 및 베트남에서 이뤄지고 소비는 각국에서 이뤄진다.

현재 세계의 신발 공장은 단연 중국이다. 중국이 전체 신발 생산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다. 저임금을 이용한 신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공장이 중국 및 대만에 포진하고 있다.
최근 특이한 사실은 베트남 신발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율은 3.7%로 높지 않지만 2014년에는 전년 대비 생산량이 18%나 늘었다. 처음에는 중국의 저임금을 앞세워 신발 공장들이 너도나도 중국에 둥지를 틀었지만 임금 상승과 노사분규 등으로 인건비 매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메이커들은 중국을 외면하고 좀 더 임금이 싼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다.

◆베트남 생산 확대, 한국에도 수혜

베트남의 신발 생산 확대는 한국 업체들의 수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디다스의 OEM 업체인 화승인더스트리, 나이키와 아디다스에 합성피혁을 제공하는 백산, 신발 OEM 업체에 폴리우레탄 소재를 납품하는 동성화학 등이 성장 기회를 잡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3곳 모두 베트남에 공장 증설을 마쳤다. 아디다스·나이키 등 글로벌 톱 브랜드와도 오랫동안 파트너십을 유지해 왔다는 점 또한 긍정적이다. 글로벌 신발 브랜드 업체는 마케팅·디자인 등 생산을 제외한 것을 책임지는데 디자인 단계부터 소재 선택까지 품질을 신뢰할 수 있는 업체가 아니면 오랜 기간 동안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없다. 진입장벽 역시 확보한 셈이다.

'브랜드 운동화' 찾는 중국인들, 글로벌 신발 산업 '쑥쑥'
1984년 설립된 폴리우레타 합성피혁 생산 업체 백산은 1986년부터 나이키·아디다스, 1993년부터 퓨마·리복 등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전자제품 케이스, 2012년 자동차 내장재 합성피혁을 공급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했다. 백산은 대만의 상팡(SanFang)과 함께 글로벌 신발 브랜드 합성피혁 세계 2위 업체다. 이 시장의 70%를 복점하고 있다.

백산은 특히 생산능력과 납기 측면에서 강한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 OEM과 제조업자 개발 생산(ODM) 공장이 자리한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 현지 생산 공장에서 대량생산을 통해 적기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7개)·베트남(7개)·중국(4개)·인도네시아(4개)에 생산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 모두에 생산 기지를 갖추고 있는 업체는 백산과 상팡 둘뿐이다.

폴리우레탄 수지를 제조하는 동성화학은 나이키에 30년째 신발창용 우레탄을 납품하고 있는 업체다. 특히 올해부터 나이키에 에바(EVA) 소재를 공급하기로 해 주목받고 있다. 에바 소재는 가볍고 충격 흡수가 커 각광받고 있다. 에바는 대규모 투자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고급 소재로, 나이키 중에서도 고급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일반 제품보다 마진율도 높다. 동성화학에서 나이키로 신규 공급하는 에바 소재는 연간 350억원 매출 규모이고 베트남 법인에서 생산한다. 작년까지 베트남 공장에 투자가 완료됐고 올해부터 생산이 시작됐다.

화승인더스트리는 1953년 동양고무공업을 모태로 한 화승그룹의 계열사로, 정밀화학 및 신발 ODM 사업 분야의 대표 기업이다. 아디다스의 신발 벤더 중 2~3위에 해당한다. 특히 화승인더스트리는 아디다스 생산 전략 변화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디다스는 2012년 무렵부터 생산 거점의 중심축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겨오고 있는데, 마침 베트남에 신발 생산 기지(화승나비)를 보유하고 있던 화승인더스트리가 중국으로부터 넘어온 아디다스 물량을 소화하고 성장하기 시작했다.

올해에도 아디다스로부터 확정 주문이 증가하면서 생산 설비를 확충하고 있다. 2015년 월간 약 300만 족 수준의 생산능력을 2020년쯤에는 약 800만~900만 족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정리=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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