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트렌드]
‘채권·공모주·신흥국’ 침체 속 빛나는 수익률로 두각
펀드 시장의 돈 몰리는 3대 인기 상품은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과거 ‘펀드’라고 하면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가 ‘대세’였다. 하지만 최근 2~3년간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맴돌면서 이 펀드의 인기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렇다고 해서 펀드 투자를 멈추기는 힘들다. 1%를 갓 넘는 예금 금리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스마트’한 투자자들은 끊임없이 ‘돈 될 만한’ 펀드를 찾아낸다. 최근 가장 인기를 모으고 있는 펀드의 키워드는 네 가지다. 채권·공모주·신흥국·부동산이 그것이다.

채권형 펀드는 현재 펀드 시장의 ‘대세’라고 할 수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와 사모를 합한 국내 채권형 펀드에는 올 들어 신규 자금이 무려 5조1305억원(7월 14일 기준)이나 유입됐다.

올해 공모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3조3882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정반대의 상황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채권형 펀드도 인기다. 같은 기간 해외 채권형 펀드에 들어온 자금은 4752억원이나 된다.

채권형 펀드가 인기를 끄는 요인은 주식형 펀드에 비해 안정성과 수익률 모두가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7월 20일 기준으로 국내 채권형 펀드는 연초 이후 평균 2.01%의 수익률로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 마이너스 1.15%를 훌쩍 넘어섰다.

좀 더 기간을 멀리 잡아도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을 모두 앞질렀다. 국내 채권형 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3.21%, 2년은 7.09%, 3년은 11.17%, 5년은 20.59%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마이너스 4.49%, 마이너스 2.89%, 6.81%, 마이너스 12.81%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금리가 꾸준히 인하된 한편 증시는 박스권을 탈피하지 못하면서 위험 자산인 주식보다 안전 자산인 채권이 더 높은 수익을 낸 것이다. 특히 국내 채권형 펀드 중에서도 보다 안정적인 장기물 중심의 국공채와 우량 회사채 등을 편입한 펀드의 수익률이 좋았다.

만기 10년인 국채를 편입하는 NH-아문디 올셋 국채10년인덱스(채권)A의 1년 수익률은 11.47%로 전체 채권형 펀드 중 선두를 기록했다.
펀드 시장의 돈 몰리는 3대 인기 상품은
◆연·기금 규모 확대, 채권 성장 이끌어

채권형 펀드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향후 한 차례 정도 진행될 가능성이 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덩치가 커지면서 채권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연평균 50조~60조원씩 기금이 늘고 있다. 국민연금은 자산의 60% 정도를 채권에 투자하는데 매년 늘어나는 액수만 30조~40조원에 달한다.

금융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만 해도 국고채 물량을 소화할 수준”이라며 “여기에 보험사·개인연금·퇴직연금·외국인 등의 자금까지 더하면 돈은 몰리는데 발행량이 모자랄 지경”이라고 말했다. 채권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공모주 펀드도 인기가 좋은 상품이다. 넓게 보면 공모주 펀드도 채권형 펀드의 범주에 들어간다. 통상 공모주 펀드는 채권 혼합형이다. 펀드 자산의 절반 이상을 국공채와 같은 안전 자산에 투자하고 주식은 예비 상장 기업의 청약 물량을 확보했을 때만 매도해 차익을 실현해 플러스알파를 추구한다.

이 때문에 직접 청약에 비해 수익률이 낮지만 소액으로도 공모주에 투자할 수 있고 은행 금리를 웃도는 수익률 덕에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지난 7월 8일까지 공모주 펀드에는 6628억원이 유입됐다.

특히 하반기에 두산밥켓·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형 종목들의 기업공개(IPO)가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공모주 펀드에 대해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채권형 펀드나 공모주 펀드에 비해선 아직 규모는 작지만 동남아 및 브라질 등에 투자하는 신흥국 펀드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동남아 지역은 물리적·심리적 거리가 가까워 한국 투자자들에게 더 친숙하다.

수익률도 고무적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7월 20일까지 신흥 아시아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2.4%로 해외 주식형(-6.5%)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올 3월 설정된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펀드는 순자산 484억원에 최근 3개월 수익률도 8.4%에 달한다.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신흥 아시아 펀드 40개 가운데 삼성아세안플러스베트남펀드(15.4%) 등 수익률이 10%가 넘는 펀드가 무려 18개로, 전체의 45%에 달한다. 이 밖에 국내외 증시에 상장된 동남아 신흥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인기다.
펀드 시장의 돈 몰리는 3대 인기 상품은
◆베트남·인니 경제 지속 성장 중

동남아 펀드의 핵심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다. 베트남의 대표 주가지수인 VN지수는 올 1월 520선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660선까지 다시 올라왔다. 6개월 상승률이 26.7%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종합지수(JCI)도 7월 12일 장중 5100선을 넘어서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다. 필리핀·태국·싱가포르 증시도 최근 상승 랠리를 이어 가고 있다.

각국 증시 상승세의 바탕은 가파른 경제성장이다. 세계은행이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6.2%, 인도네시아는 5.1%에 달한다. 여기에 글로벌 투자자까지 가세해 증시가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브라질 주식형 펀드는 여러 유형의 펀드 중 올 상반기 가장 높은 수익을 낸 펀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브라질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무려 41.44%다. 금펀드(41.03%)보다 좋은 성적을 올렸다.

다만 브라질 펀드는 동남아 펀드에 비해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게 금융 투자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브라질의 경제 상황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브라질은 경제적으로 성장률이 하락하는데도(-3.5%) 물가가 오르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처해 있다. 정치적으로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한 가운데 8월 말 상원의 대통령 탄핵안 통과를 앞두고 있다.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