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부동산 7·22 대책 1년
가계 부채 증가세 여전…주택담보대출 막히자 전세 자금 대출로 몰려

'7·22 대책 1년' 피해자는 지방·실수요자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7·22 가계 부채 종합 대책이 나온 지 1년이 지났다. 정부는 급격히 늘어나는 가계 부채 속도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7월 22일 ‘7·22 가계 부채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요지는 실질소득 중심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심사하겠다는 것과 대출받은 돈의 이자와 원금을 1년 후부터 갚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출 상환 능력이 있는 실수요자 위주의 대출로 유도하겠다는 것이 이 대책의 표면적인 명분이었고, 또 다른 목적은 가계 대출을 줄이겠다는 것보다 한껏 달아오른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있었다.

그런데 7·22 가계 부채 종합 대책의 시행 시기가 수도권은 2016년 2월, 지방은 2016년 5월부터인 점을 감안하면 대책이 어느 정도 집값에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내기 어렵다. 2015년 12월에 있었던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더 강력하게 집값 상승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이 금리를 인상했던 2015년 12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전국 아파트는 0.4% 상승에 그쳤다. 이것은 1년 전 같은 기간의 상승률 2.4%에 비해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2015년 12월 이후 7·22 가계 부채 종합 대책과 미국 금리 인상, 공급과잉 우려 등의 악재가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에 7·22 가계 부채 종합 대책의 영향력만을 알아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보면서 그 영향력을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7·22 대책 발표가 나오고 미국 금리 인상이 발표되기까지 5개월간의 전국 아파트 상승률이 2.1%인데, 7·22 대책 발표 이전 5개월간 상승률이 2.5%였던 것에 비하면 어느 정도 이 대책이 집값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 아파트 매매 거래량, 오히려 늘어나

그러면 7·22 대책이 아파트 매매 거래량에도 영향을 끼쳤을까. 7·22 가계 부채 종합 대책이 수도권에서만 시행된 2016년 2~4월 월평균 거래량(4만7429건)에 비해 지방에서도 시행된 5~6월의 거래량(5만7811건)을 살펴보면 월평균 거래량은 오히려 22% 늘어났다.

이 수치만 보면 7·22 대책의 영향력이 미미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지역별로 나눠 보면 큰 차이가 난다. 수도권은 같은 기간 동안 46% 늘었는데 지방은 1% 증가에 그쳤다.

이번 가계 부채 종합 대책이 수도권에서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지만 지방에서는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을 의미한다. DTI 규제가 시작된 참여정부 이후 지방에서 DTI 규제가 실행된 적이 없다.

수요 기반이 튼튼한 수도권의 집값은 잡되 수요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방 부동산 시장은 보호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지방 부동산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올해부터 지방에서도 DTI 규제를 시행한 것이다.

이번에는 어느 계층에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보자. 주택담보대출 규제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주택 담보물의 가치에 따라 대출액이 정해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있고 돈을 빌려가는 사람의 상환 능력에 따라 대출액이 정해지는 DTI가 있다.

7·22 가계 부채 종합 대책은 이 중에서 후자인 DTI를 강화하는 규제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바로 LTV다. LTV 규제에 따르면 집값의 7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소득이 많아 아무리 대출 한도가 크더라도 집값의 70% 이상은 빌릴 수 없다.

그런데 이 70%의 한도는 순수 대출금이 아니다. 전세가 들어 있는 상태에서 집값의 70%를 추가로 대출해 준다는 의미가 아니고 전세금(또는 월세 보증금)과 대출액의 합이 70%를 넘을 수 없다는 뜻이다.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 비율은 75.4%에 달한다. 다시 말해 평균적인 아파트는 전세를 줄 때 대출이 한 푼도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투자자는 이미 전셋값 비율이 70%를 넘어선 2014년 12월 이후에는 LTV 규제에 걸려 대출을 받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직접 입주해야 하는 실수요자는 다르다. DTI 규제가 없거나 약하던 과거에는 집값의 30%만 있으면 나머지 70%는 대출을 끼고 집을 살 수 있었지만 DTI 규제가 강화된 현시점에서는 그나마 70%의 대출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집을 사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7·22 가계 부채 종합 대책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실수요자들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겠다는 규제라고 할 수 있다.

◇ 가계 부채, 올들어 5월까지 28조원 증가

그러면 7·22 가계 부채 종합 대책의 원래 목적인 가계 부채를 줄이거나 또는 줄이지는 못해도 증가 추세를 완화하는 역할은 제대로 했을까. 이 점에도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22 가계 부채 종합 대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인 2016년 1월 말 예금취급기관(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제외)의 가계 부채 총액은 815조원으로, 주택담보대출이 503조원이고 전세 자금 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이 312조원이었다.

그런데 불과 4개월이 지난 2016년 5월 말 28조원이 늘어 가계 부채 총액이 843조원으로 불어났다. 대출 증가세를 보면 4개월 동안 주택담보대출은 3.47%, 기타 대출은 3.42% 증가해 특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

하지만 이를 기간별로 구분하면 큰 차이가 난다. 주택담보대출은 1월부터 4월까지 월평균 0.8%씩 늘어나던 것이 5월에는 1.1%로 소폭 늘어났다. 그런데 전세 자금 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은 1~4월 0.7%에 그쳤던 것이 5월에는 1.3%로 대폭 늘어났다.

실수요자가 DTI 규제 강화로 집을 사지 못하게 되자 전세 자금 대출을 받아 전세로 전환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세 자금 대출이 포함된 기타 대출이 급증한 것이다. 특히 지방에서도 DTI 규제가 시작된 5월 이후의 증가세가 가파른 이유가 이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7·22 가계 부채 종합 대책이 나온 지 1년이 지났지만 그 피해는 수도권보다 지방 주택 시장에 크고 피해자는 투자자들이 아니라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이라는 것이다.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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