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매매가·거래량·미분양 지표 일제히 악화…단기간 개선 쉽지 않아
지방 부동산,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2015년 주택 시장은 수도권이나 지방 가릴 것 없이 거침없이 상승했던 한 해였다. 하지만 올 들어 주택 시장은 주춤한 가운데 지역별로 차별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어떻게 차별화되고 있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수도권 주택 시장과 지방 주택 시장의 첫째 차별화는 매매가 상승률에서 나타난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7월 말 기준으로 전년 말 대비 0.51% 상승에 그쳤다.

이는 2015년 같은 기간의 2.89%에 비하면 6분의 1에 불과한 상승률이다. 올해 상반기에 시장이 싸늘하게 식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역별로 온도차는 다르다.

수도권은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데 비해 지방 소재 5대 광역시(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는 39분의 1 수준으로 상승률이 축소됐다. 기타 지방(강원도·충청도·전라도·경상도·제주도)은 더 심각하다.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 ‘3대 악재’ 영향, 지방 시장 위축

지방 주택 시장의 매매가 상승률이 작년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대출 규제 강화, 공급과잉 가능성으로 일컫는 3대 악재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방 주택 시장의 하락세가 투자 심리가 식은 것 때문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3대 악재는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 주택 시장에도 똑같은 수준의 악재인데 수도권에 비해 지방이 유달리 심하다는 것은 지방 주택 시장에 어떤 취약점이 있다는 뜻이다.

전셋값 상승률 변화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매매가 상승률의 하락세가 단순히 심리적인 요인 때문이라면 100% 실수요라고 할 수 있는 전세 시장은 별다른 영향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전세 시장도 작년에 비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심리적 요인이 아니라 다른 원인이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수도권의 전셋값 상승률은 작년 동기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지방 소재 5대 광역시는 6분의 1, 기타 지방은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결국 올해 지방 주택 시장의 부진은 심리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공급과잉이 시장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이 되니 매매 시장뿐만 아니라 전세 시장도 약세로 돌아선 것이다.

거래량에서도 지역별로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 2016년 7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만3906건으로, 역대 최고치였던 작년에 이어 둘째로 많은 거래량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지방 소재 5대 광역시와 기타 지방의 월평균 거래량이 각각 15.7%와 15.2%나 줄어든 데 비해 수도권은 17.6%가 증가했다.

특히 기타 지방에서 집값이 떨어지며 거래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매수세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을 팔려는 사람이 많아도 집을 사려는 사람이 적으면 거래량이 줄어든다. 동시에 시장에 매물이 넘치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다.

반대로 수도권에서 거래량이 많이 증가했다는 것은 매수세와 매도세 모두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집을 사는 사람이 늘었지만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집을 파는 사람도 많다는 뜻이다. 다만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높다는 의미는 매수세가 매도세보다 우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지방 미분양, 수도권보다 3배 많아
지방 부동산,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셋째 차별화는 미분양에서 나타난다. 2015년 7월부터 2016년 6월 말까지 지난 1년간 지역별 미분양 재고를 살펴보면 작년과 올해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2015년 하반기 월평균 미분양 재고 물량은 수도권 1만9861가구, 지방 2만282가구로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2016년 상반기 월평균 미분양 재고 물량은 수도권 2만4001가구, 지방 3만2491가구로 지방이 35%나 많다. 2016년 6월만 보면 수도권이 2만3325가구, 지방이 3만6674가구로 지방이 57%나 더 많다.

미분양 증가율도 수도권이 20.8%에 그친 반면 지방은 60.2%로 3배 정도 높다. 지방의 미분양 재고가 급증하는 것은 그 지역에서 소화할 수 없는 수준의 공급이 이뤄지고 있거나 공급에 비해 수요가 부진한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지방 주택 시장은 수도권 주택 시장에 비해 저조한 매매가 및 전셋값 상승률, 거래량 감소, 미분양 물량 급증의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지방 주택 시장은 줄어드는 수요에 비해 많은 공급, 늘어나는 공급에 비해 주는 수요가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6년 하반기에도 수도권과 지방 주택 시장의 온도차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방도 성격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식어가는 속도에는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 각각 다른 방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