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외환위기 우려에 집 팔고 달러 사는 투자자들, ‘다시 생각하라’
‘제2의 IMF 사태’가 올 것인가
[한경비즈니스=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내우외환.’ 요즘 시국에 가장 알맞은 말이 아닐 수 없다. 수년째 계속된 세계 경기 침체와 의외의 미국 대선 결과로 전 세계 경제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이는 종국적으로 중국의 경제 위기를 불러올 것이고 중국에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그 위기가 전이될 것이라는 그럴듯한 위기론도 나돌고 있다. 소위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IMF 하면 떠오르는 기억은 무엇일까. 집값 및 주가 폭락과 환율 상승, 즉 달러가 극도로 올랐던 기억일 것이다. 그러므로 제2의 IMF 사태가 온다고 하면 달러 값이 오를 것이라고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증권사에서는 달러 자산에 투자하라고 노골적으로 광고하기도 하고 달러를 사 두면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시중에 퍼지기도 했다. 실제로 집을 팔고 달러를 사 뒀다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거주자가 외환으로 은행에 예치한 예금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물론 외화예금에서 기업을 뺀 개인 예금만 집계해 봤다. 2015년 외화 예금 잔액은 평균 65억7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6년 들어 상반기에 75억6000만 달러, 하반기에는 무려 104억6000만 달러로 급증했다. 가장 극심했던 2016년 9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46억 달러가 늘어났다. 9월 평균 환율 1107원 기준으로 5조원 이상의 시중 여유 자금이 외환시장으로 몰린 것이다.

그러면 과연 제2의 IMF 사태는 올 것인가. 크고 작은 경제 위기는 올해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계속 올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는 자본주의 경제의 특징이지 세상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1997년 IMF 발발 시기와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1997년 말 한국의 외화보유액은 204억1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6년 말 외화보유액은 3711억 달러로, 외환위기 때보다 무려 18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1997년에는 외국 투자 자금이 한국의 국가 부도 사태를 염려해 빠져나갔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매년 벌어들이는 경상수지 흑자도 양호한 수준이기 때문에 빠져나갈 일이 없겠지만 그런 사태가 오더라도 20년 전에 비해 충분한 외화보유액이 있기에 방어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 개인 외화예금 상승…기업은 하락

은 2016년 주요 국가의 경제 성적표다. 대표적인 선진국 G7 국가(미국·영국·독일·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일본), 한국과 경제 모델이 비슷한 신흥 선진국 3개국(대만·싱가포르·홍콩)을 비교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월등하게 높다.

G7은 2015년에 비해 0.1%포인트 경제성장률이 하락했고 한국과 비슷한 신흥 선진국은 0.3%포인트 하락한 것에 비해 한국은 그나마 나아진 모습을 보인 것도 고무적이다.

외환위기가 올 것이고 환율이 급등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달러를 사 모으는 개인이 늘었다는 통계는 앞에서 언급했다. 그러면 투자라는 측면에서 이들의 선택은 잘한 것일까.
‘제2의 IMF 사태’가 올 것인가
는 같은 거주자지만 기업과 개인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기업의 외화예금은 2015년 1월 572억2000만 달러에서 2016년 12월 486억8000만 달러로 85억4000만 달러가 줄었다. 반면 개인의 외화예금은 크게 늘어났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개인은 현명하게 미래를 대비하는데 경제연구소까지 있는 기업들은 왜 제2의 IMF 사태를 대비하지 않는 것일까.

환율의 예측은 주가의 방향성만큼이나 어려운 분야다. 이 때문에 환율이 오를 것인지 또는 내릴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 또한 상당히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하지만 달러에 투자한 사람들은 잘못된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문이다.

◆ 트럼프의 당선 영향, 약달러 장세

트럼프 당선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대로 인프라에 대거 투자한다면 많은 자금이 필요하고 이는 금리 인상을 부추겨 강달러가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우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달러가 되면 미국 상품의 수출 경쟁력이 없어지고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상품이 오히려 경쟁력을 갖는다. 이는 미국 내 일자리를 줄어들게 하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프라에 투자하겠다는 것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밝혔듯이 그의 생각은 미국 상품과 미국인 고용, 딱 두 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달러가 미국을 죽인다”고 한 것이 환율 정책에 대한 그의 속내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대통령 혼자 이끄는 나라가 아니고 경제를 운용하다 보면 어차피 강달러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많은 중국·일본·한국의 환율이 급등하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환율 조작국의 오명을 씌우기까지 해서라도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환율이 움직이도록 압력을 넣을 것이고 이를 통해 경상수지 균형을 맞추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압력은 예전의 그것과 비교할 정도가 아닐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원화 강세를 강력히 밀고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를 예상한 일부 개인들은 이미 달러를 처분하기 시작했다. 작년 9월 최고치를 기록했던 외화예금 수준이 세 달 연속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물론 환율 급등에 따른 이익 실현 차원도 있겠지만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면 처분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환을 처분한다는 것은 트럼프의 당선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약달러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인다.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