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리포트]
고점 우려에도 글로벌 수요 탄탄…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목’
반도체, 주가 상승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진)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 연합뉴스

[정리=한경비즈니스 이정흔 기자] 반도체 업종 주가는 2016년 이후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69%, 55%(저점 대비 각각 89%, 85%) 상승했다. 미국의 마이크론은 85%(저점 대비 174%)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주가 상승은 당연히 업황의 개선과 맞물린 결과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2017년에도 상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일시적인 주가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욕구가 증가한데다 수요 개선이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수요 둔화? 하반기 공급 부족 예상

최근 반도체 업황이 고점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진 데에는 반도체 세트 업체들의 이익률 감소에 따른 우려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6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가격뿐만 아니라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철강·화학제품 등의 가격이 동반 상승함에 따라 일부 세트 업체들의 마진이 축소되고 있다.

하지만 부품의 가격 인상 혹은 하락은 여전히 수급 여건에 따라 결정된다. 이 때문에 하반기 부품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글로벌 휴대전화 및 가전 업체들과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업체들의 재고일수(재고자산÷매출액을 일수로 환산)가 2016년 4분기 말 급격히 감소했다. 2016년 글로벌 세트 업체의 셀스루(소비자 직접 판매)가 기대치 이상이었고 부품 업체들이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리지 않았기 때문에 2016년 말 세트와 부품 전반적으로 재고 수준이 낮아진 것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테크 제품 수요가 여전히 양호하다. 글로벌 테크 제품 수요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은 중국이다. 스마트폰 산업은 2016년 중국 시장의 성장률이 괄목할 만하다. 2016년 글로벌 스마트폰의 출하량은 15억1000만 대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지만 중국 시장의 스마트폰 출하 성장률은 6.1%로 시장 성장률을 훨씬 웃돌았다.

중국의 경기 지표는 여전히 양호하며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더라도 인도 및 이머징 마켓의 수요가 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지역의 경기 상황도 개선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거시경제는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테크 관련 제품들의 수요 역시 상승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양호한 글로벌 경기 상황과 함께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와 같은 부품 업체들에는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 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수요의 불확실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하반기에도 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시점에서 2017년 D램 웨이퍼 생산량은 전년 대비 2% 증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 시장의 설비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31%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도시바 때문이다. 원전 사업의 손실로 메모리 사업부 분사 및 매각이 예정돼 있어 실제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질지 미지수다.

이에 따라 2017년 메모리 생산 업체들의 설비투자 규모가 시장의 기대보다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메모리 생산 업체들이 벌어들인 현금으로 2018년 투자를 대규모로 확대하면 그 시점부터 수급의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코스피지수가 2100을 돌파해 2014년 고점 부근에 도달했다. 삼성전자 주가 역시 역사적 고점을 돌파해 200만원 이상에 머무르고 있다.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누적 순매수가 전고점 수준인 상황에서 전기전자 업종의 매도세를 지속해 왔다.

◆차익 실현은 아직 이르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누적 순매수 대금은 2016년 이후 지속적으로 매도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주가는 반대로 상승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히려 매수세로 소폭 전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주가 상승 아직 끝나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관은 매수세를 기록하면서 외국인의 매도세와 상반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2015년 이후 누적 순매수 추이를 볼 때 외국인의 추가 매도세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반도체 업종과 비교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여전히 저평가 받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실적 예상치에 대한 업데이트가 충분하게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반도체 업종에 대한 어닝서프라이즈(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은 깜짝 실적)가 지속되면서 밸류에이션에 대한 메리트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의 2017년 영업이익은 각각 24조원, 10조원으로 전년 대비 78%, 208% 증가하며 반도체 업종 실적을 견인할 전망이다. 시장의 우려는 1분기를 고점으로 메모리 가격과 실적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인데, 오히려 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되면서 적어도 3분기까지 실적 개선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D램과 낸드 시장은 하반기에도 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3분기까지 견조한 흐름을 이어 갈 것이고 이것이 주가 상승의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지금 반도체 업종에 대해 차익을 실현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도 차익을 실현하겠다면 하반기 시장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2분기 주요 테크 관련 제품들의 셀스루 현황을 살펴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여전히 글로벌 경기는 양호하고 선진국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