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리포트]
‘초대형 IB 육성 정책’ 기업금융 규제 완화…미래에셋대우·키움증권 수혜주
은행 독점 기업금융, 증권사에 “문 열린다”
(사진) 국내 한 증권사 앞의 황소 동상 / 한국경제신문

[정리=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증권업은 예로부터 은행이나 보험업에 비해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국내 자본시장이 발전할수록 증권사가 가장 큰 수혜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프리미엄을 만들었다.

특히 2012년부터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고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에 힘을 주면서 증권사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다.

그러나 증권업계의 이익 증가 폭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수수료 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정보기술(IT) 시스템의 효율화, 경쟁 심화 등으로 수수료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증권사에 새로운 성장을 가져올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2017년 하반기부터 증권사가 취급하는 기업금융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기업금융 업무는 ‘기업의 생애 주기에 맞춘 자본 공급과 운용’을 말한다. 다시 말해 엔젤 투자나 벤처금융 등 모험 자본 공급부터 성장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 대출 및 증권 발행 지원, 구조조정 시장에 대한 인수·합병(M&A) 자금 공급까지 모든 것을 포함한다.

◆하반기부터 기업금융 본격 확대

증권사들은 기존에도 사모펀드(PEF) 자회사를 통한 벤처금융·인수금융 등을 포함해 제한적으로 기업금융 업무를 수행해 왔다. 하지만 여신·대출채권 인수 등 신용공여 실적은 미진했다. 기업 신용공여에 대한 자본 규제가 엄격하게 적용됐고 기업 여신은 과거부터 은행이 독점하다시피 한 시장이었다.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정부는 국가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일 방법을 혁신형 기업에서 찾을 계획이다. 혁신형 기업은 정부가 선정한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인 정보기술·생명기술·미래형 자동차 등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을 말한다.

그런데 혁신형 기업의 대부분은 비상장 기업이다. 정책 금융을 제외하면 은행권의 대출도 제한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성장 단계에서 자금 공백이 생기며 발전 기회를 놓치는 곳이 많았다. 정부는 혁신형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책 보조를 점차 늘리는 추세다.

증권사들은 이에 더해 매력적인 인센티브만 주어진다면 적극적으로 기업금융 시장에 뛰어들 준비가 돼 있다. 지금과 같은 영업 환경과 수익 구조로는 더 이상 수익성을 방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증권사의 적극적인 기업금융 시장 진출을 유도하기 위해 제도적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한 기업금융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자기자본 4조원, 8조원 이상의 증권사에 기업금융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 정책’은 자금 조달, 운용 규제를 모두 완화했다는 점에서 대형 증권사에 새로운 기회다. 특히 자금 조달 측면의 대규모 규제 완화는 처음이다.

과거에도 감독 당국은 증권사 수익 구조 선진화와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대형 증권사의 기업금융 관련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해 왔다. 하지만 대부분이 운용 규제의 제한적 완화에 그쳤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번 규제 완화는 증권사의 신규 시장 진출뿐만 아니라 기업금융과 자산관리(WM)의 수익 모델을 연계함으로써 자기자본이익률(ROE)을 한 단계 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독점 기업금융, 증권사에 “문 열린다”
◆자기자본 규모 클수록 유리

증권사의 기업금융 업무가 확대된다면 장기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수혜주는 미래에셋대우다. 기업금융 업무의 경쟁력은 자기자본 규모와 고객 기반에서 출발한다. 미래에셋대우는 두 측면에서 모두 타 증권사에 비해 우위에 있다.

우선 자기자본은 기본적으로 조달 규모를 결정한다.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2016년 말 기준 6조7000억원으로 자사주 매각 시 자기자본이 8조원을 초과한다.

또 미래에셋대우의 2016년 말 고객 예탁 자산은 213조원으로 국내 증권사 중 가장 크다. 예탁 자산 1억원 이상의 초고액 자산가(HNW)는 13만6000명으로 2위 삼성증권(9만 명)과의 격차가 크다. 증권사 기업금융 업무의 최종 기대 효과가 자산관리 상품 경쟁력 강화인 만큼 KDB대우증권에서 넘어온 우수 고객 기반을 활용할 수 있다.

키움증권도 경쟁력이 높다. 키움증권의 투자 포인트는 대형사와 차별화되는 이익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주식거래 점유율 독주가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평균 주식거래 수수료율이 역대 최저로 하락한 가운데 키움증권은 기존 고객의 이탈을 최소화하고 비대면 계좌 채널을 통해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또 외연 확장이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을 이끌 전망이다. 2016년 10월 저축은행 자회사를 인수했다. 키움증권은 이를 통해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스톡론을 제공해 추가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빼놓을 수 없다.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2016년 말 4조6000억원으로 발행 어음 업무 인가 기준을 넘어섰다. 특히 타 증권사들에 비해 증자에 따른 수익성 희석 없이 기업금융 업무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향후 농협금융지주의 자금력을 활용한 IB 사업 규모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연초 금융주 랠리에도 불구하고 타 증권사에 비해 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미진했다. 자본 효율성에 대한 부담으로 자본 추가 조달이 삼성증권의 보수적인 운용 기조에서 ROE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증권의 강점인 자산관리 부문 경쟁력이 향후 기업금융 시장에서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발행어음이 은행 등 타 금융 업종의 단기 부동 자금 일부를 흡수하는 개인 고객의 자금이 이동하면 경쟁력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