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리포트]
미 Fed 보유 자산 축소는 ‘신용 사이클 복원’ 신호…글로벌 경기 상승 중

[한경비즈니스=윤지호 이베스트증권 리서치센터장 ]서점에 가기가 두렵다. ‘부채 의존 경제의 종말’, ‘부동산 가격의 급락’을 경고하는 책이 가득하다. 이런 책들의 논리는 단순하다. 대개 실물보다 앞서나간 자산 가격에 대한 공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빌려준 돈을 떼일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 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위기를 맞닥뜨릴 것이란 얘기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부채 의존 경제의 지배자는 실물이 아닌 금융이기 때문이다. 금융 위기 이후에도 부채는 줄지 않았다. G20 국가의 총부채는 246.9%에 달한다. 국가별로 정부 부채가 늘거나 가계 부채가 늘거나 차이가 있을 뿐 총부채는 늘어났다.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풀고 디레버리징(자기자본 대비 차입률을 낮추는 것)을 유도했지만 오히려 우리는 부채 의존 경제의 부활을 맞이했다.

부채는 자가발전한다. 데이비드 그레이버 런던정치경제대 인류학과 교수는 ‘부채 : 그 첫 5000년’에서 부채를 수학과 폭력에 의해 타락한 약속이라고 정의했다. 부채의 본질은 약속이고 약속은 신용이다. 신용이 확보될 때 부채는 자가발전하며 주가에 순기능으로 작동한다. 무엇보다 ‘신용 사이클의 복원’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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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사이클에 올라타라

정책 당국은 디레버리징이 아닌 신용 사이클의 복원을 유도하고 있다.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디레버리징은 회복기 경제를 훼손할 수 있다.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유도해 부채비율을 낮추거나 성장을 통해 부채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이 적절한 선택이다. 물가 상승을 용인하자는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고압 경제’는 방향 전환의 시작이었다.

Fed의 의도대로 인플레이션 기대가 형성되자 한 걸음 더 전진하고 있다. Fed는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보유 자산 매각 가능성을 내비쳤다.

Fed의 부채는 본원통화이고 자산은 ‘대출과 국채’다. 본원통화는 현금과 지급준비금의 합계이고 통화량은 본원통화에 통화승수를 곱한 것이다. 금융 위기 이전의 Fed 자산은 대부분이 단기채였지만 위기 이후 Fed의 자산이 복잡해졌다. 단기채를 줄이고 장기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포함한 금융자산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은행의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은행의 위험 자산을 현금으로 바꿔야만 했다. 그 결과 Fed의 본원통화는 엄청나게 팽창했다. 하지만 은행의 자금 중개 기능이 회복되지 못했다. 한마디로 돈을 찍어도 그만큼의 통화량이 늘지 않았다. 양적 완화로 공급된 통화는 은행의 지급준비금으로 잠기거나 현금으로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원통화가 늘었지만 통화승수는 하락했다. 인플레이션이 더디게 진행된 이유다.

은행이 초과 지급준비금을 남긴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앞서 강조한 부채 의존 경제의 프레임으로 바라보자. 신용 사이클에 지배되는 부채 의존 경제는 급등과 급락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정책 당국 역시 금융에 대한 규제와 탈규제를 반복한다. 금융의 역사가 그러하다. 미국은 대공황 이후 1933년에 글라스 스티걸법(Glass-Steagall Act)을 제정해 투자은행을 상업은행에서 분리했다. 하지만 월가의 규제로 런던 중심의 금융시장이 지위를 얻어가자 점차 규제를 완화했다.

1980년대 레이건 정부가 들어서면서 규제 조항들을 개정하거나 폐지했다. 1999년 그램 리치 블라일리법(Gramm Leach Bliley Act)이 통과되면서 글라스 스티걸법은 완전히 사라졌다. 어찌 보면 이런 규제 완화의 결과가 2007년의 금융 위기다.

대공황 이후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그러했듯이 금융 위기 이후 버락 오바마의 민주당은 2010년 도드-프랭크법을 통과시켜 다시 규제에 나섰다. 규제 이후 미국 금융회사들의 레버리지를 팽창시키지 못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금융자산이 미국을 넘어섰다. 그리고 다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다. 이제 도드-프랭크법의 개정 내지 폐지가 추진되고 있다.

물론 법안이 폐지되기 위해서는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아마도 민주당의 반발 등을 감안하면 전면 폐지보다 일부 내용의 수정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부채 의존 경제를 부채의 확대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는 어떤 형태로든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 완화로 연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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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증가, 다시 찾아온 ‘주식’ 황금기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Fed의 보유 자산 축소는 당연한 수순이다. 신용 사이클이 복원된 것이라면 만기 상황이 되든 시장에서 유통이 되든 별다른 충격 없이 순조롭게 시장에서 소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내 Fed의 보유 자산 축소는 신용 사이클 회복의 또 다른 신호다.

신용 사이클의 복원은 정체됐던 투자 환경의 변화를 의미한다. 아직 수요는 부진하다. 하지만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투자가 합리적 계산이 아닌 야성적 충동의 결과라고 했다. 불확실성에도 그 위험 부담을 감내할 만한 것이 투자라면 바로 지금이 그 적기다. 불 마켓이 진행형이라면 여전히 신용의 상승 사이클에 올라탈 때인 것이다.

이제는 시장에서도 디플레이션 공포에서 벗어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를 높여 가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는 투자를 자극하고 글로벌 물동량을 늘린다. 2016년 11월 이후 한국의 수출 호조는 이를 반영한 것이다. 한국의 수출은 기업 실적 그 자체다. 수출 증가는 매출 증가를 의미한다.

2016년 기업 순이익 100조원 시대가 열렸다. 2010년 91조원의 벽을 넘어 한 단계 올라선 것이다. 하지만 매출액은 2014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기업 이익 개선이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절하된 이유였다.

아마도 2017년에는 이러한 의구심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익이 돌아선 시점에서의 매출액 개선은 실적에 분명히 긍정적 이슈다. 한국의 4월 수출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익에 이어 매출액마저 증가로 돌아섰다. 이익의 신뢰도에 힘입은 주가수익률(PER) 재평가(re-rating) 장세가 시작된 것이다. 케인스의 말이 맞는다면 지금이 주식 투자의 적기다. 코스피 대세 상승은 이제 시작이다.